교육부, 서울 소재 일부 대학 대상 수능 전형 비율 확대 협의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 = 이하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 = 이하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정시 확대는 문 대통령의 국정과제와 역행한다. 이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무마와 내년 총선 표심 잡기용 노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대학이 정치논리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갖고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면서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할 것이다.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 딸의 입시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대입제도 재검토를 지시했다. 당시 조국 전 장관 딸의 입시 특혜 의혹은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자연스레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정시 확대로 해석, 대입시장이 한차례 요동쳤다. 반발 여론도 거셌다. 실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김승환 전북교육감)는 “대입제도의 ‘공정성’이 자칫 정시 확대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정시 확대설을 부인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시와 정시 비율 조정 문제로 불평등과 특권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장기 대입제도와 관련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때문에 수시와 정시 비율이 마치 곧 바뀔 것처럼, 조정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오해이고 확대 해석”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교육부는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학종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13개 대학은 건국대, 광운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포항공대, 춘천교대, 한국교원대, 홍익대다. 공통점은 최근 2년간 학종 비율이 높고 특목고와 자사고 등 특정 고교 선발 비율이 높다. 특히 교육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학종과 부모 영향력의 상관관계를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실태조사의 목적이 학종 공정성 강화에 방점이 찍힌 대목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정시 비중 상향, 즉 정시 확대를 시사하자 교육부와 엇박자가 연출됐다. 유 부총리가 정시 확대설을 부인했지만 문 대통령이 정시 확대를 공식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는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그동안 학종 비율 쏠림이 심각한 대학들, 특히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 대해서는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확대될 수 있도록 협의했다"며 "당정청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학종 실태조사 결과와 유관기관 의견수렴을 거쳐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11월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정시 확대가 문 대통령의 국정과제와 역행한다는 것. 문 대통령은 국정과제로 중장기 대입 제도 개선 추진을 제시했다. 세부사항에는 2021 수능개편안 발표, 학생부 위주 전형 개선방안 마련, 고교학점제에 맞는 대입제도 개선이 포함됐다. 

특히 고교학점제에 맞춰 대입제도가 개선되려면 학종이 적합하다. 고교학점제란 학생들이 직접 교과목을 선택한 뒤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고교졸업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선택과목이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다양한 과목에서 배운 역량을 5지 선다식 수능에서 측정할 수 없다.   

다만 교육부는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 발표 당시 대입공론화 결과를 반영, 수능위주전형 비율 30% 이상 확대 권고를 개편방안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유 부총리는 정시확대설이 불거질 때마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의 현장 안착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일명 정시 30%룰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판세가 뒤집혔다. 교육부도 즉각 동의 의사를 밝혔다. 이에 정시 확대는 '설'이 아니라 '사실'로 둔갑했다. 문 대통령이 국정과제에도 불구, 정시 확대를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다. 조국 전 장관 사태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결국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입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으며 비판 여론도 재점화되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정시 비중 상향은 작년 대입제도 개선 공론화위원회 결정과 얼마 전 교육부 장관이 '정시 확대는 논의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에 대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으로 지극히 유감스럽다"면서 "입시제도 개혁의 근본 방향은 정시와 수시 비율을 조정하는 논란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교육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정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조정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은 또다시 수시-정시 비율 논쟁으로 교육계를 혼란에 빠뜨리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은 교육부 방침에 맞춰 학종 개선과 공정성 강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며 "무엇보다 대학들은 대입 안정성에 신경을 썼다. 하지만 정치적 상황에 따라 대입이 흔들리고 대학이 희생양이 되는 것 같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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