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교육부가 대학가의 현실을 외면한 채 성과 포장에만 급급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반환점을 기점으로 대학정책 성과를 강조했지만, 정작 대학가의 위기와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 후반기 고등교육정책도 ‘기대와 신뢰’보다 ‘우려와 불신’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대학가의 신뢰를 위해 문재인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대 전환점이 절실하다.

교육부는 11일 정부세종청사 15동 대강당에서 ‘2019 교육 분야 국정과제 중간점검회’를 개최했다. 유은혜 부총리는 “교육 분야 국정과제 중간점검회는 교육부 스스로 지난 2년 반을 되돌아보고, 성과를 있는 그대로 알리며 부족한 점 또한 보완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자리다. 그리고 교육부가 새로운 마음으로 심기일전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중간점검 결과 △국립대학 육성사업 확대(2017년 210억원→2018년 800억원→2019년 1504억원) △국립대 총장 후보자 선정 과정 재정지원사업 연계 폐지 △지역인재 선발 인원 확대(2017년 1393명→2019년 1532명)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시안) 수립 △대학 강사제도 안착 방안 시행 △폐교대학 종합관리 사업 추진 △대학 입학금 단계적 폐지 △전문기술인재장학금 신설 △학자금 대출이자 부담 경감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과 대학혁신지원사업 도입 △미성년 공저자 논문 실태조사 등을 대학정책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유 부총리는 “대학 입학금 폐지가 시작됐고, 반값등록금 수혜 학생이 3명 중 1명으로 늘어났다”면서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정돈했고,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재설계했으며, 대학교육의 미래와 직결된 ‘대학혁신지원방안’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대학정책 성과와 대학가의 현실이 간극이 크다. 입학금 폐지가 대표적이다. 반값등록금정책에 입학금 폐지까지 겹치며 대학가의 재정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서문동 전국대학교 사무·총무·관리·재무처(국)장 협의회장은 “2009년 반값등록금 제기 이후 11년째 등록금 동결·인하와 입학금 폐지, 입학생 감소, 강사법 시행 재정 지출 확대, 기부금 수입 감소 등에 따른 재정 부족은 대학의 사회적 위상 추락과 대학의 존립을 흔듦으로써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과 대학혁신지원사업 도입, 대학기본역량진단 재설계, 대학혁신지원방안 발표도 대학가의 평가와 엇박자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당초 취지를 벗어나 통제와 간섭이 강화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대학기본역량진단 재설계의 초점도 정원감축에 맞춰지면서 폐기 요청 여론이 높다. 대학혁신지원방안은 세부방안 실현에 끊임없이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장기간의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폐지에 따른 대학의 수입 결손을 보존해주는 일반재정지원이 돼야 한다. 1년 단위 평가는 물론 사용처 제한도 폐지돼야 한다”며 “대학이 혁신의 영역, 내용, 방법, 수단 등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구조조정은 대학이 아닌 학령인구 부족에 의해, 학생들의 선택에 의해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에 2021년 진단은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 강사제도 안착 방안도 안착이라는 용어가 무색하다. 강사법 시행 이후 혼란과 우려가 현재진행형이다. 본지와 하이브레인넷의 공동 설문조사에서 강사들은 ‘강사법이 취지에 맞게 안정적으로 시행되도록 향후 시급한 개선사항이 무엇이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강사법 재개정을 1순위로 꼽았다. 강사제도가 제대로 안착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강사는 “학생 수가 감소하고 대학 등록금이 수년째 동결되는데 강사 채용을 확대하라고 하면 어느 단체든 꼼수를 쓸 수밖에 없다. 대학 (재정)지원을 무기로 강사법을 지키라고 할 것이 아니다. 등록금 동결을 풀어 주고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강사를 고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돌면서 심기일전하겠다는 교육부. 그러나 문재인 정부 후반기 고등교육정책도 먹구름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대학가보다 여론이 우선이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교육여론조사(만 19세 이상~75세 미만 전국 성인남녀 4000여 명 대상, 8월 12일~9월 6일)에 따르면 응답자의 33.0%는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하는 정책’으로 등록금 부담 경감을 꼽았다. 등록금 부담 경감은 결국 대학에 대한 압박을 의미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특히 재정난 해소 없이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혁신은 불투명하다. 오헌석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교육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대학교육의 질은 여러 가지에 의해 좌우되는데 재정이 가장 중요하다. 반값등록금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학의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교육부가 적정선에서 해결의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