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이형민 수성대 교수에게 듣는 제21대 총선

지난 13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종로구 국회의원 당선인)이 광진구에 위치한 건국대 사거리를 찾았다. 광진구갑과 광진구을 지역구에 각각 출마한 전혜숙 후보(당선)와 고민정 후보(당선)와 함께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지난 13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종로구 국회의원 당선인)이 광진구에 위치한 건국대 사거리를 찾았다. 광진구갑과 광진구을 지역구에 각각 출마한 전혜숙 후보(당선)와 고민정 후보(당선)와 함께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우리 국민의 선택은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만세를 불렀지만,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 이번 4.15 총선이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한 양대 거대 정당의 ‘비례정당’ 꼼수를 비롯해 ‘공약 실종’ ‘네거티브’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아 선거 막판까지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비례대표까지 합친다면 안정적인 과반을 달성했다. 양대 산맥을 구축해 왔던 경쟁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참패를 당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하반기 국정기조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분석하고 있다.

지난 15일 치러진 제21대 총선에 대한 16일 개표결과를 보면 비례대표까지 합쳐 △더불어민주당 180석(지역구 163석, 더불어시민당 비례 17석) △미래통합당 103석(지역구 84석, 미래한국당 19석) △정의당 6석(지역구 1석, 비례 5석) △국민의당 3석(비례 3석) △열린민주당 3석(비례 3석) △무소속 5석 등으로 집계됐다.

서울에선 모두 49석 가운데 민주당이 41석, 통합당이 8석을 각각 차지했고, 경기의 경우 총 59곳 중 민주당이 51곳, 통합당이 7곳, 정의당 1곳 등이다. 인천에서는 13석 가운데 민주당이 11석, 통합당 1석, 무소속 1석 등의 결과가 나왔다.

16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총선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미래통합당)
16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총선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미래통합당)

의석 확보 면에서 초박빙 양상을 보였던 지역은 ‘전통적 캐스팅 보터’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충북과 충남을 비롯해 강원이다. 충북의 경우 총 8곳 중 민주당이 5곳, 통합당이 3곳으로 나눠 가졌고, 충남 역시 모두 11석 중 민주당이 6석, 통합당이 5곳으로 양분했다. 8곳의 국회의원 의석이 걸린 강원에선 통합당이 4곳, 민주당이 3곳, 무소속 1곳 등으로 통합당이 앞섰다.

이형민 전 대한정치학회 회장(수성대학교 교수)
이형민 전 대한정치학회 회장(수성대학교 교수)

대한정치학회 회장을 역임한 이형민 수성대학교 교수는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로 ‘대선’ ‘지방선거’ ‘총선’ 등 전국 단위 선거 연승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형민 교수는 이어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포함해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등 여권 성향의 군소정당과 힘을 합친다면 문재인 정부의 하반기 국정운영은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형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4.15 제21대 총선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을 들어본다.
※본지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직접 대면이 아닌 유선전화 인터뷰를 16일 진행했습니다.

- 우선 이번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대한 전반적인 평을 부탁한다.
“흔들리는 추를 의미하는 ‘펜듈럼(Pendulum)’은 정치에서도 적용된다. 시계의 진자가 왔다 갔다 하듯이 우리나라 정치에도 작동을 하고 있다. 보수 쪽으로 10년 정도 가다가, 10년은 진보 쪽으로 오는 식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즉 ‘진보’가 압승을 거뒀다. 선거판에서 펜듈럼은 대체적으로 5년에서 10년 주기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 등을 보면 기본적인 구도를 알 수 있다. 사회라는 게 부르주아지 정책이 10년 정도 가다보면 이것의 좋지 않은 요소들이 생겨난다. 가령 ‘부익부 빈익빈’ 등 사회 불평등 심화가 대표적이다. 그러면 사회는 다시 ‘진보’ 쪽으로 가게 된다. 또 여기에서도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럼 다시 되돌아 가는 식이다. 문재인 대통령, 즉 ‘진보’가 ‘보수’를 누르고 집권한 지 아직 5년이 안 됐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 지금 당장 ‘진보’에 대한 꾸지람 보다는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해서 더 가도록’ 해야 한다는 게 우리 국민의 뜻이라고 이번 총선 결과 확인이 됐다.”

- ‘민주당 압승’ ‘통합당 참패’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동태적인 관점에서 보면 미래통합당과 비례정당 미래한국당, 즉 야권이 분열과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해 이번 결과를 자초했다고 본다. 그동안 야권 지지를 받아왔던, 그동안 해온 것이 있는 자들을 신뢰하지 않고, 당 내 분열이 일었다. 이에 대한 절정은 ‘공천’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공천이 개판이다’라는 말이 심한 말이 아니다. 이번 개표결과에서 야권을 보면 비례대표는 오히려 미래한국당이 19석으로, 더불어시민당(17석)보다 더 많다. 많은 사람들이 야권을 찍어줬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역구에서도 비슷한 수가 나타나야 하는데, 반토막이지 않나. 결국 ‘보수 진영’의 지역구 공천이 엉망이었기 때문에 표가 흩어졌다는 뜻이다.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보수 정치인’들이 있는 것만 봐도 공천이 엉망이었다는 증거다.”

- ‘민주당 압승’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나.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국정기조를 안정적으로, 계속해서 밀고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기고만장하다가는 2년 뒤에 물먹을 수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거대 집권여당을 기반으로 무리수를 둘 것 같지는 않다. 차근차근 돌다리를 두드리며 건너듯 조금씩 하반기 국정운영을 해나갈 것이라 예상한다. 진보 진영 입장에서 다행이라 생각할 수 있는 것 중에 ‘보수에 인물이 없다’는 점도 있다. 이번 총선 결과, 거물급이라 불렸던 많은 보수 정치인들이 심각한 정치 타격을 받게 됐다. 본질적으로 이번 총선 결과와 이에 따른 경향은 앞으로 조금 더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 역대 총선과는 달리 이번 총선에서는 ‘코로나19’ 이슈가 전국을 지배했다는 점이 특징 가운데 하나다. 정작 관심을 끌었어야 할 ‘국회의원 후보자’나 ‘공약’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분석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아무래도 코로나19로 인해 총선거 준비 과정이나 선거 유세 등이 활기를 보이는 가운데서 이뤄지지는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는 이런 보여지는 면이 다는 아니다. 지지하는 후보자를 내 지역구의 대표로 결정하고, 이를 위한 표를 던지는 것이 선거다. 바깥에서의 열기는 식어 보였을지 모르지만, 국민 개개인 저마다의 관심은 높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투표율이 이를 증명했다. 총선 개표 당일(16일) 전국 잠정 투표율은 66.2%로 집계됐다.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국 찍을 사람은 다 찍었고, 코로나19 때문에 이쪽을 찍을 것을, 저쪽으로 표를 던진 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이번 정치 판세나 구도를 봤을 때, 코로나19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거리 유세보다는 ‘온라인’ ‘미디어’ 유세가 더욱 치열했다. 일부 지역구 선거전에서는 유튜브 등 미디어 유세전에서 네거티브 전략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공유’와 ‘재공유’가 손쉽게 이뤄지는 온라인의 특성상 상대 후보자 입장에서는 네거티브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우리 선거 문화가 건전하고 건강하게 정착되는 데에 있어, 온라인 미디어 유세전은 어떻게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까.
“이번 총선에서 새로운 경향이라 할 수 있는 것 중에 대표적으로 ‘부작용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질문에서 보여진 일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미디어 유세전이 트렌드처럼 퍼졌다. 하지만 시작은 감염병 때문이었을지 몰라도, 이번 변화는 앞으로도 우리 세상에 엄청난 변혁을 일으킬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IT강국이라는 점도 있고, 이번 온라인 개학 등으로 교육계만 봐도 ‘잘 하는지, 부족한지’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 온라인 미디어에 대해 ‘아예 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라나는 학생부터 현재 사회를 지탱할 청‧장년층,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온라인 중심 시스템’에 어색해 하는 사람의 수가 점점 적어질 것이다. 정치에서도 ‘온라인화’는 앞으로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이에 따라 여러 부작용들도 당연히 나올 것이다. 윤리적, 도덕적, 법적 측면에서 분명 보완이 이뤄질 거라 본다.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선거 운동을 하려면 온라인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보더라도 정치, 선거의 온라인화는 자연스러운 등장이고, 이를 위한 보완 역시 당연한 흐름이 될 것이다.”

- ‘양대 거대 정당의 비례정당’의 등장 역시 이번 총선의 아쉬운 부분 중에 하나다. ‘꼼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데,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도 이는 보완이 필요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군소정당의 국회 진출 기회를 늘리겠다면서 도입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 이번 총선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이 제도는 바로 손을 봐야 한다. 다만 기본적으로 ‘다당제’는 하기 어렵다. 정치적인 이슈가 생겨나기 시작하면 국민들은 양쪽 중 한 곳으로 몰리게 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판에서 이슈를 놓고 싸우게 되는 두 당으로만 관심이 집중되니까. 나머지 정당은 관심을 끌만한 이슈를 만들어내기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사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심리 역시 다당제를 힘들게 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지역이나, 직능단체, 특정 분야를 위한 정당이 생겨나더라도 결국 일시적으로는 다당제 형태를 보였다가 다시 양당제로 돌아가는 현상을 무수히 경험했다.”

- 이번 총선에서 공약이 실종됐다고 보는 국민들의 의견이 상당하다. 특히 ‘교육’과 ‘사회적 약자 계층’ ‘경제적 불평등’ 등에 대한 공약이 참으로 빈약하다. 21대 국회에서 이에 대한 소외가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
“공약 없는 이번 총선이라는 생각, 나도 같은 생각이다. 이번에는 정말로 공약이 없다. 지역구 후보자들이 내놓는 공약은 ‘지역 민원’ ‘선심성 공약’ 수준에 머물렀다. 어떤 것들은 지역 ‘통‧반장’이 해야 할 성격의 공약도 있다. 시의원이나 구의원 정도가 해야 할 그런 공약들로 평가를 받으려고 하는…. 결국 이번 총선은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라 ‘통반장 선거’라고 봐도 될 정도다. 또 중앙당 차원의 공약도 없었던 이유는 ‘조국 사태’ ‘공수처’ 등 이런 빅이슈가 너무 커버렸기 때문에, 결국은 공약을 내놓아봐야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결국 먹히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보통 정당들은 자신들의 진짜 큰 공약은 숨긴다. ‘큰 공약’의 경우, 그 정당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좋다고 하겠지만 중도층에서 거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큰 공약’을 크게 떠들지는 않는다. 대표적으로 ‘보수 진영’에서는 현 정부를 탄핵하겠다고 일부 의원들이 말은 했지만, 공약으로 내걸지는 않았다. ‘진보 진영’에서는 개헌을 하겠다는 것을 이번 총선에서 크게 떠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결과 21대 국회가 구성됐고, 거대 집권여당 구도가 완성됐기 때문에 이제 자신들의 진짜 ‘큰 공약’들을 하나씩 실현하려고 할 것이다. 나머지 실제 이번 총선의 공약들은 오히려 이제는 별로 들어설 틈이 없을지도 모른다.”

- 또 한 가지 이번 총선의 특징이라면 ‘지역주의’가 부활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정확히 한반도의 동과 서로 통합당과 민주당 판세가 쪼개졌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분석하는지.
“글쎄, 나는 지역주의가 부활한 것으로까지는 보지 않는다. 물론 결과는 그렇게 나타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주의 부활’까지는 힘들다. 현재 젊은 사람들, 유권자들부터가 ‘지역주의’ 측면이 거의 없다는 점도 있고, 이번 총선 결과 한반도 지도가 이렇게 된 데에는 호남쪽 키를 쥐고 있었던 ‘민생당’ 등이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꼴로 여실히 드러나버린 것이다. 또 지역주의가 부활했다고 보려면 부산과 경남, 대구가 한 덩어리가 됐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득표율을 보면 알 수 있다. 보통 대구와 경북의 경우 민주당은 15%선의 지지율, 득표율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훨씬 많은 표를 받았다. 거의 20~30%의 득표율을 보였고, 40%의 지지율을 받았던 후보자도 있다. 결국 당선이 된 사람만 가져다 놓고 보니까 한반도가 정확히 반으로 갈린 것 같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정치가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양당주의’ 체제가 되다 보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일뿐 속을 보면 지역주의 성향은 없어지고 있다.”

- 2년 후면 대선이 다가온다. 조심스럽지만 다음 대선까지의 전망을 할 수 있겠는지. 특정 정당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우리 국민들은 어떤 지도자를 원할지, 어떤 부분에서 신경을 써야할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한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회복지 문제 등은 어느 정도 많이 됐다고 본다. 물론 OECD 국가 차원에서는 여전히 미흡하지만, 많이 보완이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1~2년 사이에 ‘북한 변수’ ‘미국‧중국 변수’ ‘일본 변수’ 등이 우리나라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국가들 사이에서 많은 변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보면, 우리나라 역시 ‘국제적인 감각’을 가지면서 국내를 안정적인 체제로 끌고 갈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큰 리더십’을 가진 ‘통합적인 인물’이 지도자로 나온다면 2년 후 정세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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