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교협, 전문대 교원 위한 원격수업 방법 연수
전문대교협 사상 첫 원격 연수로 진행돼
코로나19위기 전문대 지원 의미…연수비용 ‘무료’
김학성 전문대교협 역량개발지원실장 “원격연수 더욱 확대할 것”

홍영일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교육팀장이 줌을 활용한 원격 강의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홍영일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교육팀장이 줌을 활용한 원격 강의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지난 17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가 진행하는 ‘이러닝 무료 연수’ 현장을 찾았다. 이번 연수는 말 그대로 참가비가 없는 ‘무료’ 연수로, 전문대교협에서 연수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연수가 진행된 서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은 한산했다. 무료 연수이기에 더 많은 인원이 몰릴 것 같은데, 왜 일까. 이는 바로 이번 연수가 ‘원격연수’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선택한 불가피한 조치다. 이 역시 전문대교협 연수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연수는 ‘ZOOM(줌)을 이용한 쌍방향 온라인 강의 과정’(홍영일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교육팀장)과 ‘PPT 및 유튜브를 이용한 온라인 강의 과정’(이성원 유튜버 전문강사)의 2개 과정으로 진행됐다. 각 과정 당 10회씩, 총 20회의 강연이 4월 13일부터 20일까지 이뤄졌다. 연수에는 총 761명의 전문대 교원이 참석했다.

두 강연이 동 시간에 진행된 탓에, 이날은 홍영일 강사의 줌 활용 방법 강연 현장을 찾았다. 40여 명의 수강생이 참여하는 강연이었지만, 강연장은 보통 강연장의 절반 규모였다. 학생은 모두 가상공간에 모여 있었기에 전혀 좁지 않았다. 대신 강연장은 강사와 강사를 비추는 조명, 원격 강의를 돕기 위한 보조인력 2명이 채웠다.

■“집합연수보다 소통 활발해” = 2시가 되자 강의가 시작됐다. 강의 내용이 줌을 활용하는 방법인 만큼, 강의도 줌을 활용해 이뤄졌다. 강사는 접속한 수강생들을 향해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마치 인터넷 방송에서 크리에이터가 시청자들을 맞이하는 모습과 유사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참가자들의 얼굴을 확대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한 교수님 얼굴을 클로즈업해볼까요. 피부가 무척 좋으신데요?”

이어 기본적인 줌 메뉴 소개와 활용 방법 안내가 이뤄졌다. 어떤 메뉴를 누르면 비디오를 설정할 수 있고 음소거를 해제하거나 설정할 수 있는지, 화면 전환은 어떻게 하는 지 등 기본적인 기능 설명이 이어졌다.

“질문이 들어왔네요. 기존에 줌을 호스트(화상 대화방 개설자 계정)로만 운영했는데, 방금 강의를 듣기 위해 다시 줌을 켰더니, 역시 호스트로만 열려서 문제가 있으시다는 질문이군요.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강의가 이뤄지는 한편, 채팅창도 바쁘게 움직였다. 강의 중간에 수강생들이 궁금증이 있을 때마다 질문할 수 있도록 수강생과 강사, 지원 인력으로 구성된 오픈 채팅방이 개설돼 있었다. 수강생들의 질문 중 접속 방법과 같이 시스템 상 문제는 지원 인력이, 강의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강사가 답을 하는 방식이었다. 채팅창으로 교류하는 모습 역시 인터넷 방송을 본 적이 있는 이들에게는 익숙하게 느껴질 풍경이었다.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자니, 그간 집합 수업 형식으로 진행됐던 연수의 모습이 교차됐다. 오히려 질문이 더 많은 듯 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홍영일 강사는 “실제로 대면으로 강의를 할 때에는 교수님들이 질문을 하고 싶어도 못 하실 때가 있다. 그런데 채팅으로 질문을 하면 말을 할 때보다 부담이 덜하면서도 수업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어 더 많은 질문이 들어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질문 내용과 답변을 공유하면, 미처 질문하지 못했던 이들도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활발한 소통은 이번 연수를 앞두고 전문대교협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 중 하나다. 김학성 전문대교협 역량개발지원실장은 “강연장에서도 보였듯, 각 강의마다 2명 이상의 지원인력을 두고 실시간으로 수강생들의 의견을 피드백하고 있다. 처음 있는 원격 연수라 생겨날 수 있는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현장성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이번 연수가 긴급히 마련된 까닭에 준비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은 평소의 4분의 1 가량밖에 되지 않았지만, 강의 보조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절한 업체를 선정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줌을 통한 소회의실 활동 모습.
줌을 통한 소회의실 활동 모습. 가운데에는 소회의실 회의 주제가, 상단에는 소회의실 활동에 참여한 이들이 보인다. 오른쪽 아래 채팅창에서는 실시간으로 질문과 답변이 오가고 있다.

■강사의 원격 수업 노하우 ‘풍성’ = 기본적인 시스템 이용방법이 안내된 이후에는, 홍영일 강사가 직접 줌을 활용해 수업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공유됐다.

“화상 수업으로 모든 과목의 수업이 가능할까요? 데이터만 있다면 가능합니다. 체육수업도 가능하고요. 영상 자료를 활용하는 겁니다. 줌으로 직접 영상 자료를 띄울 수도 있지만 용량이 큰 경우에는 아마 버퍼링이 생길 거예요.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채팅 창에 영상 링크를 공유해서 다 같이 시청하는 시간을 가지면 되죠.”

“‘소회의실 활동’ 기능을 활용하면 팀별 토론도 시킬 수 있습니다. 학생을 그룹으로 나눈 다음, 주제에 맞게 회의를 하도록 시간을 주면 됩니다. 교수가 각 소회의실을 하나씩 방문할 수도 있어요. 또 팀별로 팀장을 지정해, 팀장에게 소회의실 호스트 권한을 주면 팀장이 각 소회의실에 대한 통제를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권한을 주는 게 수업 운영하실 땐 더욱 편하실 거예요.”

홍영일 강사가 소회의실을 개설하고, 시범적으로 소회의실 토론이 진행됐다. 각 팀의 회의실을 들락날락거리며 조언하는 강사의 모습은 마치 대학 강의실의 토론 수업을 그대로 가상에 옮겨놓은 듯 한 모습이었다. 조별로 삼삼오오 학생들이 모여앉아 팀 프로젝트를 하고 있으면, 교수가 강의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조별 활동을 지켜보고 중간 중간 조언을 하는 풍경이 그대로 가상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홍영일 강사는 이를 ‘VR과 같은 몰입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매학기 1~2회 정도 줌을 활용해 원격 수업을 해 왔다. 몰입감이 뛰어나다는 것을 몸소 느낀 것이다. 홍영일 강사는 “원격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새롭게 느껴 지루해하지 않고, 몰입감도 더 높았다”며 “다른 화상 플랫폼도 있지만, 참여 인원에 제한이 없고 수업에 활용하기 좋은 기능이 많은 줌이 현재로서는 원격 수업을 위한 가장 나은 대안이라 줌을 즐겨 사용한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원격 수업 시대를 맞아 당황했던 전문대 교원들은 이번 연수에 크게 만족했다. 적절한 때에 필요한 연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번 연수에 참여한 한 교수는 “유익하고, 시의적절한 세미나였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교수는 “원격 수업 형태로도 참여형 수업이 가능하니 100% 실험실습 수업만 아니라면 모든 수업에 원격 강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원격 수업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김학성 실장은 “코로나19로 많은 대학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원격 수업에 익숙하지 않았던 교원들에게는 수업 자체에 난항이 깊었을 것”이라며 “이번 연수를 전문대교협 예산을 투자해 긴급히, 무료로 마련한 이유는 전문대와 상생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연수 후에 많은 참가자들이 도움이 됐다는 반응을 보여 보람차다”고 말했다.

이번 연수를 통해 원격 연수의 효과를 체험한 전문대교협은 앞으로 다양한 원격 연수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다. 김학성 실장은 “시‧공간 제약이 적은 원격 수업 방식을 널리 활용할 예정”이라며 “이번 온라인 연수뿐 아니라, 기존에 집합 수업으로 진행했던 연수 중에서도 원격 수업이 가능한 내용은 향후 원격 연수로 진행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