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 진흥 종합 계획’ 발표
- ‘기능성 게임’ 개발하고, ‘중소 게임 기업’ 살려야
- ‘질병’이라던 게임, 코로나19 속 ‘미래 먹거리’ 되나

코로나19의 여파로 매년 5월 5일 진행됐던 '어린이날 청와대 초청 행사'가 올해는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서 온라인으로 '특별 초총 콘텐츠'로 꾸며졌다. (청와대 유튜브 캡쳐)
코로나19의 여파로 매년 5월 5일 진행됐던 '어린이날 청와대 초청 행사'가 올해는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서 온라인으로 '특별 초총 콘텐츠'로 꾸며졌다. (사진=청와대 유튜브 캡쳐)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게임은 ‘야누스의 얼굴’을 한 대표적인 산업이다. 게임 산업은 한국 사회에서 즐거움의 큰 파이를 차지하지만, ‘중독’이라는 키워드와 얽혀 부정적 인식이 짙은 산업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에 ‘6C51’이라는 질병 코드까지 부여했던 게 불과 작년이다.

그랬던 게임의 위상이 코로나19의 팬데믹화로 바뀌었다. WHO도 ‘떨어져서 같이 놀기(#PlayApartTogether)’ 캠페인을 펼치며 게임 플레이를 권장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 8일 “게임 규제를 풀고 건강한 게임문화 정착에 노력하겠다”며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종합계획에서 교육과 관련된 부분만 추려 보면, ‘교육 관련 기능성 게임·특수목적 게임 제작 확대 지원·전용 마켓 마련’, ‘게임에 대한 인식 제고 및 교육 내실화’, ‘과몰입 대응 체계 개선 등 올바른 게임문화 조성’, ‘지역 게임인력 양성 기반 확대’ 등이 있다. 

이번 종합계획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주재지만, 전략·과제별로 교육부, 과기정통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복수의 관계부처가 엮여 있다.

‘공부의 적’, ‘중독대상’이라는 인식 때문에 대표적으로 교육부가 정책을 보조하거나 공동 추진해야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 많다. 이번 계획을 바라보는 고등교육 전문가들과 학계의 분위기는 “좋은 타이밍에 정부의 의지가 돋보인다”라는 반응과 “추진계획 맡은 정부 담당자 바뀌면 다시 원점으로 가는 경우 허다하다”는 비판, “고등교육 차원에서는 다양한 지원과 지속적 대책이 필요한데 구체성은 좀 떨어져”라는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 기능성 게임, 쉽지 않은 ‘두 마리 토끼’ 잡기=기능성 게임은 게임의 순기능을 이용해 재미와 성취를 동시에 이루는 데 목적을 둔다. 예를 들어 경쟁과 보상의 원리로 몰입도를 높인 게임이나, 게임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지루함을 덜어주는 교육 콘텐츠들이 있다. 단순히 그래픽으로 전환한 수준이 아니라 게임을 플랫폼으로 활용한 개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 인식개선과 더불어 세계 시장에도 수요가 있어 발전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대표 분야다. 하지만 한국의 기능성 게임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에서 미비한 수준이다. 특히 미국이 절반 이상의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 정부도 기능성 게임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올해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설명회’를 개최해 기능성 게임 부문에 과제당 최대 2억 원씩, 총 2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발자 수나, 매출 규모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발표한 ‘2019년 기능성 게임 사업체 및 수요처 현황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도 국내 기능성 게임 종사자 수의 규모는 약 585명으로, 2014년 약 1090명 정도였던 기능성 게임 종사자 수에 비해 약 505명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업규모에서는 2014년 기능성게임 매출액 규모는 약 313억 원이었으나 2018년에는 약 185억 원으로 약 128억 원이 감소한 것으로 보았다. 콘진원은 매출이 높은 대형 사업체가 상대적으로 2018년 시점에서 성과가 가시적이지 않은 기능성게임 분야 사업에서 철수한 것으로 분석했다. 기능성 게임의 주력 분야가 교육에 절반 이상 치우쳐 있는 국내 시장에서 이런 통계는 ‘밑 빠진 독’과 같은 인상을 준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이번 진흥계획에 ‘교육 관련 기능성 게임·특수목적 게임 제작 확대 지원·전용 마켓 마련’ 항목이 언급된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2020년 어린이날에 대통령 내외가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해 청와대를 소개하는 등의 노력을 보여 기능성 게임 개발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 게임 전공 학과, 게임업계의 명운과 함께=‘교육 게임 개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기능성 게임은 발전 속도가 더디지만, 시장은 더 커지고 있고 성장세도 뚜렷하다. 특히 게임은 C쇼크(코로나19발 경제 피해)를 맞지 않은 산업 분야로 꼽힌다. 문체부도 게임산업을 ‘불경기에도 끄떡없는(Recession-proof) 산업’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편화하면서 모바일 게임 등 이용 시간 증가는 물론이고 매출 확대가 수혜를 봤다고 평했다.

국내 게임산업 성적표는 ‘우수’다. ‘K게임’의 인기로 수출이 확대되면서 15조 원(2019년 기준) 규모로 지속 성장하고 있고, 세계 시장 점유율도 미국, 중국, 일본 다음인 4위다. 여기에 일자리 창출 규모도 8만7000명에 이르러 향후 발전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경식 호서대 게임미디어SW트랙 교수는 “10여 년 전 게임학회학회장을 할 때와 현재를 비교하면 그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며 “게임 산업의 성장은 학생들의 취업과 곧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취업난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번 지원이 몇몇 대기업에만 수혜를 주는 건 아닌지 지켜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7일 세종 어진동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홈페이지)
정세균 국무총리가 7일 세종 어진동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무조정실 홈페이지)

문제는 게입업계도 중소기업과 대기업 소득 양극화가 심하고, 허리 역할을 할 중견·중소기업이 적다는 점이다. 콘진원이 발표한 ‘2018 콘텐츠 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2014년 1만4440여 개였던 게임사 수는 2017년에는 1만3000여 개로 줄었고 그중 대부분이 중소기업이었다. 이 와중에 ‘3N’(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이 지난해 4분기 일제히 두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했고, 넥슨은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겨 주목받았다.

김 교수는 “게임 전공자들이 선호하는 자리는 한정적이고, 게임 생태계 성장이 불균형해 일어난 일”이라며 “작은 기업에 세재혜택을 주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지원책을 중소기업 위주로 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학교에서 가르친 인재들이 일할 곳이 없어 해외에라도 나가 능력을 펼치는 모습을 볼 때면 교육자로서 뿌듯하기도 하지만 안타깝기도 하다”라며 덧붙였다.

김정태 교수는 “정부가 지원사업을 추진해도 단기 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체리피커’들이 득세해 정작 재정이 있어야 하는 학교나 기업에 투자금이 흐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창업에서 해외시장 진출까지 단계별 지원을 강화할 것이고 특히, 중소 게임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해 현장 어려움을 하나하나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흥계획 세부 내용에도 ‘풀뿌리 게임인 지원’이라는 항목으로 인디게임 제작자 및 게임개발에 관심 있는 학생·직장인의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내용을 담았다.

■ ‘중독 해소’, ‘지속가능발전’ 등을 고민해야=게임의 효용을 거듭 설명해도 쉽사리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부분이 ‘과몰입(중독) 여부’다. 특히 학부모에 따라 적정 플레이 시간이 달라 게임중독을 정의하기도 쉽지 않다. 위정현 게임학회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은 “게임에 대한 기성세대의 부정적인 인식은 일본처럼 ‘시간’이 해결해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일찍이 콘솔 게임이 발달해 60대까지 게임 문화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가족형 게임 강국이다.

위 학회장은 오히려 “정부마다 게임 진흥계획을 세웠지만, 실무자들이 바뀌면 정책이 달라져서 지속개발이 되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적재적소의 정부지원도 중요하지만, 게임산업을 주도하는 큰 게임 기업들이 지속가능한발전(SDGs)을 위해서라도 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에 게임 교육을 위한 투자를 하거나 여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공헌형 투자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김정태 교수 역시 “선두권 기업들이 독립게임 창작자들을 지원하고 함께 창의적인 게임 개발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 밖에 게임을 활용해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들이 대학 현장에 적은 것 역시 게임 기반의 교육 장애물로 꼽힌다.

문체부는 국내 게임산업이 2024년 매출액 19조9000억 원, 수출액 11조5000억 원, 일자리 10만2000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지원할 방침이다. 어느 정도의 규모를 어디에 투입될지 구체화 되지는 않았지만, 게임 산업과 교육이 결코 대척점에 서 있지 않다는 인식이 기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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