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문 광운대 전자전보공과대학 교학팀 과장

이창문 광운대 전자전보공과대학 교학팀 과장
이창문 광운대 전자전보공과대학 교학팀 과장

애덤스미스의 국부론의 토대가 되는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가장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여기는 이념이다. 이 이념은 영국·미국 등지에서 경제운용의 기본원리로 수용됐으며, ‘작은 정부’ ‘야경국가’를 지향했다. 1929년 경제대공황으로 기업·은행이 연쇄파산하고 실업률이 25%에 달하는 등 빈부격차가 확대됐다. 이러한 현상은 자유주의에 대한 반발로 이어졌다.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증대시키는 등 정부의 역할을 크게 확대하는 수정 자본주의가 새로운 사조로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가 주장한 수정자본주의는 미국이 뉴딜정책을 통해 정부사업을 추진하는 큰 원동력이 됐다. 뉴딜정책 시행을 기점으로 미국은 경제공황에서 탈출하게 됐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정부의 역할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하지만 1970년대 두 차례 발생한 오일쇼크로 인해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일어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정부의 시장 개입을 비판하며 정부의 권한과 기능 축소, 개인의 자유와 시장 경제 확대를 추구하는 자유주의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이념이 탄생했다.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경쟁·자율성을 강조하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시장 경쟁 원리 도입을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이념의 확대는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 대학에서는 대학의 기업화, 학문의 상업화와 함께 대학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욱 고착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1995년 5·31 교육개혁안을 기점으로 신자유주의적 이념이 교육 부문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대학 설립 자유화를 표방하며 1996년 시행된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대표적인 예다. 대학설립준칙주의란 단계별로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인가제와 달리 최소 설립 요건을 갖추면 곧바로 대학 설립이 가능한 제도다. 그 결과 중소 규모 대학들이 무분별하게 설립됐다. 이 때 설립된 대학들은 현재 하나둘씩 폐교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사회·경제적인 변화와 함께 저출산·고령화로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2년에는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10만명 이상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 사립대의 재정은 등록금 의존도가 높다. 현재까지의 대학 폐교가 회계부정·학사비리로 인한 것이었다면, 미래에는 입학정원 미달로 인한 경영 악화가 주된 원인이 될 것이다. 

대학들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대학 내 건물에 상업 시설을 도입하거나 확보 기준을 초과하는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전환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등 대학재정 확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감안해 교육부는 2015년 11월 ‘교육개혁 촉진을 위한 대학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유휴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용도 변경하기 쉽게 만드는 등 대학들의 재정 확충을 위한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

재정 확충이라는 사익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 속에서도 대학의 본질은 공익성을 담고 있다. 대학의 공익성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요구돼 온 성질의 것이다. 하지만 사익성과 공익성이라는 균형 사이에서 생존의 기로에 선 대학의 무게추는 결국 사익성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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