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교수 20%, MIT 40% 쫒겨나...국내 대학 '철밥통 교수'가 가장 문제

"삼성전자는 1등했는데, 서울대는 왜 1등 못했습니까? 누구 책임입니까? 대학에 있는 사람은 생각해봐야 합니다"

서남표(71) 카이스트 총장은 11일 '내가 보는 한국 대학' 주제의 서울대 관악초청강좌에서 국내 대학 중 세계 유명대학이 없는 이유가 경쟁하지 않는 '철밥통' 교수라고 지적했다.

서 총장은 "하버드 교수 중 20%가, MIT는 40%가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재임용에서 탈락해 밀려나고 있다. 교수가 되면 일을 죽어라 하는 대학과 어떻게 경쟁하느냐"고 질타했다.

서 총장은 서울대를 포함해 국내 대학이 세계 대학과 경쟁하려면 대학에서 일 잘하는 사람이 대접 받는 'Merit-based system'이 정착되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쟁하지 않고도 교수가 되면 정년을 보장받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학에서 교수들이 시간당 급여를 가장 적게 받아야 학교가 잘된다"면서 "직원이 주당 40시간을 일할때 교수는 80시간을 일해야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대 공대가 외부 공채 학장 채용에 실패하고, 학부생 중 상당수가 해외 유명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에 대해서도 "학생은 우수한데, 교수들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라고 해석했다.

서 총장은 "미 MIT 학생 중 서울대 등 국내 대학 학부 졸업자들이 상당히 우수하다. 결국 서울대가 세계 유명대학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교수들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 아니냐"고 지적했다.

인도 공과대(IIT)가 졸업생들을 미국 유수 기업에 보내는 '피더 스쿨'(feeder school)이라고 언급하면서는 "서울대는 외국 유명 대학원에 학생들을 공급하는 피더스쿨이냐"고 비꼬았다.

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해서는 모든 대학에 조금씩 나눠주는 '잔치성' 대학지원보다 가능성 있는 몇개 대학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미국의 대학 중 유명한 대학은 1년 예산이 2조정도인데, 서울대는 1/3수준 정도다. 50개 대학에 100억을 나눠주는 것 보다, 100억을 5개 대학에 줘야 경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립대의 적자경영구조를 지적하면서는 "국내 사립대가 세계 유명 대학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서 총장은 "대학 수업료는 미국의 20%밖에 안되는데 교수 연봉은 미국 대학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지출은 같은데 수입이 낮은 구조에서 대학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김도연 공과대학장 등 서울대 교수들도 서 총장의 지적에 대해 반박하지 못했다. 서 총장의 지적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자성이다.

김도연 학장은 "서울대 공대 교수 중 나가는 사람도 없고 들어오는 교수도 없다. 이런 집단은 발전하지 못한다, 서 총장의 지적에 100%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날로 공대학장 임기가 끝나는 그는 "학장을 맡으면서 서울대에 5년 후를 생각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 알았다. 학장이 책임 운영하도록 경쟁체제를 도입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패널로 참석한 조동성 교수도 서 총장의 지적에 대해 서울대가 반박할 근거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서울대의 좋은때는 지나갔다. 민사고 5개 반 중에 상위 3개 반은 해외유학반이고, 하위 2개반이 서울대반"이라며 "서울대가 국내 1등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치다. 서울대가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좋은 것은 따라야한다"고 말했다.

▲서남표 총장 = 미국 MIT 기계공학과 졸업. 카네기 멜론대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36년간 MIT 교수로 재직하면서 공대 혁신을 주도했다.

작년 7월 러플린 전 총장에 이어 13대 카이스트 총장에 취임한 뒤에는 특훈교수제를 도입하고 정년제도 등을 개선하는 등 내부 개혁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정년 카이스트에서 교수연장을 신청한 33명 중 22명만 받아들여졌다. 정교수를 신청한 교수도 5명이었지만 3명은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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