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중국 주석이 지난주 클린턴과 만났을 때, 그의 손에는 클린턴에게 줄 선물로 예일대학 출판부와 중국국제출판그룹에서 발간한 『중국회화 3천년』이라는 책이 쥐어져 있었 다.

예일대가 펴낸 이책은 중국의 문화와 문명에 대해 발간될 75권중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책 이다. 미국과 중국의 학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이책은 공개되지 않은 많은 중국회화와 서 양독자의 '입맛'에 맞는 설명으로 동서양 학자간의 새로운 교류 방식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 다.

학을 그린 중국의 그림이 커버인 75달러짜리 이 책은 두나라의 미술사가는 물론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중국서점가에는 중국어판으로 선을 보인 이래 이번 달에 미국 등지에서 영어판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제임스펙 수석 편집장은 이미 80년 중반부터 중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출판할 것을 생각해 왔다. 그와 3명의 동료는 판테온 출판사 근무시 이 사업을 구상 했고, 90년 퇴사 후에도 계속해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고 한다. 90년 중국국제출판그 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펙박사는 등소평 전기와 중국을 소재로 한 동화책을 제작하며 친분 을 쌓아왔다.

천안문사태 이후 중-미 관계는 급속히 냉각되는 가운데에도 그는 예일대 출판부와 만나 미국에서의 사업추진을 마무리 지었다. 펙박사는 "이 사업은 예일대의 학문적 저력을 감안 하고 시작한 것이다"라며 예일대로 사업자를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예일대 출판국은 정치적 외풍과 상관없이 사업을 조심스럽게 단계적으로 추진했고 결국어렵게만 보이던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중국회화 3천년』의 저자는 모두 6명. 그 중의 3명은 중국측에서 3명은 미국측에서 각각 선발했다. 북경자금성박물관 부관장인 양진과 니총쳉 연구원, 중국미술아카데미 회화연구소랑 샤오준 소장이 그들이다.

미국쪽에서는 리차드 M 반하트 예일대 미술사 교수, 제임스 카힐 버클리 명예교수, 우훙 시카고대 중국미술사 교수가 필진으로 구성됐다. 두 팀은 북경에서 두 번 만나 주제를 잡고 접근방식과 집필 분야를 나눴다. 중국학자들을 북경에서 10번 이상 만난 펙박사는 중국의 자유분방하고 다양한 회화를 영어로 설명하면 그 의미가 30%밖에 전달되지 않는다며 번역상의 문제를 우려한다.

1만2천년전의 중국회화에서부터 청조의 그림까지 소개된 이 책은 중국왕조의 흥망과 종교 적, 문화적 변화에 따른 회화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특히 '중국회화가 이렇다'라는 식의 딱딱한 설명을 자제하고 유럽의 회화와 비교해 중국회화를 설명, 독자의 관심을 끈다. 중국 측은 자신의 문화의 하나인 회화의 걸작들을 서구에 제대로 알리게 돼 이 사업에 매우 만족 하고 있다. 하지만 예일대측은 중국측이 지나친 문화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한다면 이 사업은 매우 불투명해질 것이라 우려한다. 앞으로도 예일대는 중국의 건축, 도자기, 불교문화, 민속학 등 13개 분야의 중국 문명에 관한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데비드 R 레트게스와 스테펜웨스트는 중국고전문학 총서의 공동 편집자이다. 2천여 백과 사전에서 인용한 주석이 달릴 이 책은 13개의 분야로 나뉘어져 중국고전은 물론 20세기 중 국문학을 원문과 영문으로 동시에 실을 예정이다. 다른 책들과 달리 이책은 중국학자들이 쓰고 미국 편집자들은 중국학자들의 주석만을 영문으로 번역한다. 편집자들은 중국학자들이 좀더 많은 서구의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문학을 현재의 학문적 관점에 맞게 조정하는일을 한다.

워싱턴대학 아시아어문대 학장인 레트게스 교수는 "중국은 여성작가들에게 소홀하지만 현재 서양독자들은 이 부분에 가장 관심있다"라며 관점의 차를 설명한다.

75권의 시리즈 발간에는 5백만 달러의 예산이 필요한데 예일대는 헨리루스 재단과「인류 를 위한 전국기금협회」는 물론 태국과 싱가폴 등지에서 1백만 달러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 출판사업에는 미국, 중국, 홍콩, 대만은 물론 일본, 러시아, 독일 등의 세계석학 1백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의 문화와 미국의 자본, 정책이 결합돼 나온 결과물인 이 책들은 말로만 '소중한 우리문화'를 외치는 국내 문화계의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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