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해마다 신학기가 시작되면 대학가「술판」이 문제인 모양이다. 최근 루이지애나 주립대생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도 대학인의 음주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시사주간지「타임」최신호는 미국대학가에 만연한 그릇된 음주문화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이는 날로 번창해가는 미국대학가 유흥문화와 닮은꼴인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편집자)

올해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에 입학한 벤자민 윈군(20)은 최근 이 학교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인 통과의식을 두 개나 치렀다. 하나는 선배들로부터 그를 학우로 인정한다는「형식적인」인정서를 받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화려한 술파티를 펼치는 것이었다. 윈군은 우선 캠퍼스 밖의환영식「1차」를 맥주로 시작했다. 고무호스로 맥주를붓는「시시한」의식을 치른 뒤 윈군은「2차」로 초대됐다. 장소는 학교옆선배들의 단골. 양주파티의 주인공이 된 그는 75도가 넘는 럼주와 위스키 등 소위 폭탄주를 24잔이나 마셨다. 윈군은 너무 취해 일어날 수조차 없어곧바로 그 자리에 꼬꾸라졌다. 동석했던 학생 20여명도 비슷하게취했다.

이튿날 아침 윈군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고 세명의 다른 신입생들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검시관은 숨진 윈군의 혈중 알콜 농도는 0.588%로 법정 만취상태인 0.10%를 거의 여섯배나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당국은 신입생들에게 폭음을 시키는 전통을 갖고 있는 선배들이 술을강요했는지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윈군의 죽음은 해당 루이지애나 대학은 물론 전미지역의 캠퍼스 음주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하는 도화선이 됐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바로 며칠전 해마다 부문별 대학 랭킹을 발표해온「프린스턴리뷰」지에 의해 루이지애나 주립대가 「top 10 party schools」순위에서 10위를 차지했었다. 이 사고 2주전에는 하버드대 학부생 1만8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44%의 학생들이 연속으로 4~5잔을 마시는 폭음을 한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폭음으로 인한 대학생사망자만도 무려 최소한 6명.

이에 따라 각 대학들도 최근에서야 금주 기숙사운영, 폭주학생들의 부모에게 편지 발송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대학당국이 학생들의 음주에 미온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며 비난하고있다.

사실 대학가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술에 절은」기관 중의 하나. 미국의 1천2백만 학부생들이 한해에 소비하는 술은 맥주 40억캔에 달한다. 이는 연간 1인당 평균 4백46억달러(한화 40여만원)를 술값으로 지출,음료수값과 책값을 합한 것보다 많은 액수다.

과도한 음주는 또한 당사자는 물론, 동료학생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치고 있다. 수면방해, 학습 분위기저해, 캠퍼스 성추행 등을 불러오고 있다.

최근 캠퍼스에서 음주를 금지한 콜로라도대, 아이오와대, 오하이오주립대 등에서는「맥주 데모」가 벌어졌다. 콜로라도대에서는 1천5백명의 학생들이 화염병을 던지는 등 격렬한 반대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이번 사고로 비현실적인 음주 제한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21세 이상자만 음주가 허용되고 있으나 대부분 대학 신입생들이 18세라는 것.

미국에서는 대학생이 된 순간부터 술문화, 그것도 폭음하는 풍조에 젖게 된다. 대학 내의 동아리등 사교 모임은「알콜 모임」과 동의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대학의 음주문화는 주류회사들의 강력한판촉활동이 단연 한몫을 하고 있다. 주류회사는 대학신문 광고수입의 35%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성들을 위한 무료 시음회 등으로 대학시장공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에모리대 학생생활 연구소 프란시스 루카스-타우차르 소장은 "학생들을 술에 찌들게 만드는 것은 바로 기성세대"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법정 음주가능 연령은 아무 소용이 없다. 많은 학생들은캠퍼스 밖에서의 크고 작은 모임에서 선배들이 사온 술을 거리낌없이마신다. 동시에 업소들도 나이제한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결국 법정 음주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상향 조정한 것이 이같은대학생들의 음주문화를 더욱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즉 법정 나이에 못미치는 학생들이 음주로 야릇한 쾌감을 즐기고 있다는 것. 사회학자인 데이비드 한스 박사는 "음주 연령을 높임으로써 음주가 성인들의 행위라는것을 강조, 오히려 젊은이들에게 부작용만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한편 동아리 모임은 특히 누가 술을 빨리, 많이 먹는가에 대한 시합으로 악명높다. 주점들도 일정액(6.5달러, 한화 5천8백원 상당)만 내면 얼마든지 실컷 마실 수 잇는 판촉 전략 등으로 이같은 행위를 부추기고있다.

98년「톱 10 Party School」

「프린스턴 리뷰」선정

순 위대 학
1

웨스트 버지니아대

2

위스콘신대(매디슨)

3

뉴욕 주립대(알바니)

4

콜로라도대(보울더)

5

트리니티 칼리지(코네티컷)

6

플로리다 주립대

7

에모리대

8

캔사스대

9

버몬트대

10

루이지애나 주립대

이에 따라 대학들은 워크숍을 열고 팸플릿을 나눠주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문제해결엔 역부족인 상태. 현재 미국에는 약 50개의 대학들이 금주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의 30%가 캠퍼스내의음주에 대해 반대한 것으로 나타난 미시간대 앨런 레비 대변인은 "캠퍼스에서 술추방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대학내 술 추방 분위기는 일부 대학에서 캠퍼스 전지역을금주지역으로 결정, 확산되고 있다. 95년「프린스턴 리뷰」지에 의해 2년연속「party schools」랭킹에서 1위에 오른 로드 아일랜드대는 캠퍼스에서의 음주를 금지시켰다. 위반시 강력한 제재와 함께 지속적인학생들의 지도를 펼친 결과 이 학교는 몰라보게 면학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학교 관계자는 "캠퍼스내 금주를 시행한 결과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됐고 훨씬 더 진지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퍼스에서의 금주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않다.하버드대 윌리엄 데종 교수는 "대학내에서 아무리 완벽한 금지책을마련했다고 해도 대학 밖에서 아무런 대책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이 해야 할 일은 지역사회와 합심. 학생들이 가정이나 술집에서 과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하게 대학구내에서 술을 금지함으로써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몰아내기보다는 법적으로 음주가능한 이들에게는 음주를 허용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사실 숨진 윈군이 재학하고 있는 루이지애나 주립대는 캠퍼스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학교 정책이나 나이규제도 윈군을 교외나 소모임에서의 음주에서 막지 못했다. 5년전까지만 해도 이 대학은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맥주 파티는 허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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