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시도·자살상담·우울감’ 큰 폭으로 증가
국민-취약계층-고위험군 구분…고위험군은 동의없이 관리
원격수업으로 가족 갈등…학생·교사·부모 맞춤형 대책
20·30 여성 대상으로 경력단절·돌봄 대책 마련

정세균 국무총리(출처=국무총리실)
정세균 국무총리(출처=국무총리실)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국민 정신건강에 뚜렷한 적신호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자살시도자에 대해 당사자의 동의 없이 사례관리에 나서고, 학생 및 20·30 여성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해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자살예방 대책을 마련했다. 교육부·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한 이날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 자살예방 강화대책’과 ‘코로나19 대응 학생, 20·30대 여성 자살예방대책’을 등 두 개의 안건을 논의했다.

■자살시도·우울감 증가…국민정신건강 ‘빨간불’ =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의 정신건강 악화와 자살 증가가 여러 지표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실태조사(3분기)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은 2018년 4.7%에서 △2020년 3월 9.7% △2020년 5월10.1% △2020년 9월 13.8%를 기록했다. 2년 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며, 올해에도 6개월 사이에 증가폭이 컸다. 

실제 자살시도로 이어진 건수나 자살상담 건수 등 위험신호 역시 다소 증가했다. 자살시도자는 2018년 대비 4.5%, 2019년 대비 0.2%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1∼7월 응급실 내원기준). 자살예방 상담전화는 2019년 8월 6468건에서 2020년 8월 1만7012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심리적 불안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고립감 등 사회 전반적으로 우울감도 5.86점으로 2년 전(2.34점)보다 증가하고 있다. 

■ 자살 위험도 나눈 맞춤형 대책…고위험군 적극 개입 = 정부는 우리나라 자살의 3대 원인인 정신적·경제적·육체적 문제가 코로나19로 심화하고 있다고 판단, ‘전 국민-취약계층-고위험군’ 등 자살 위험도를 구분해 각각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우울증 검진체계와 심리지원을 강화한다. 스마트폰 앱으로 언제든지 정신건강 자가진단을 할 수 있게하고, 현재 ‘10년마다’ 할 수 있는 국가건강검진 우울증 검사를 ‘10년 중 필요한 때 한번’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내년 시범사업으로 1차 의료기관 등에서 우울증 검진 및 선별 이후, 정신건강복지센터 또는 정신과로의 연계 시 수가를 부여한다. 자살예방 상담전화(1393) 등 전문인력도 대폭 확대한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는 돌봄 공백 해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위기 요인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살을 예방한다. 아동·노인·장애인·중증정신질환자·실업자·구직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동·노인·장애인 등 돌봄 종사자 감염 시 ‘사회복지시설 대체인력’을 우선 투입한다. 실업자와 구직자 중 심리안정이 필요한 대상에게는 전국 57개 고용센터를 통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해 심리상담을 지원할 계획이다. 연예인·매니저를 대상으로 비공개 심리상담도 확대해 나간다.

자살시도자 등 자살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긴급한 경우 당사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도 사례관리 대상에 포함해 개입할 예정이다. 

갑질·성폭력·금융사기 등 고위험군 방문이 많은 기관은 상담인력을 직접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자살 시도로 응급실을 내원할 경우 사후관리를 수행하는 의료기관을 67개소에서 내년 88개소로 확대한다. 전국 어느 응급실에 내원하더라도 사후관리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관련 행위에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한다.

■ 원격수업으로 인한 가족간 갈등 관리 = 위원회는 코로나19 이후 증가하고 있는 학생 및 20·30대 여성 자살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먼저 학생의 경우 원격수업을 실시하면서 학교에서 정신건강 위기학생을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학생들이 가정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 간 갈등이 늘어난 상황이다.

정부는 학생에게는 자살예방 교육을 연간 4시간에서 6시간으로 확대하고, 교사에게는 생명지킴이 교육을 의무화 하며, 부모에게는 ‘자녀와 소통하는 법’을 공유한다.

또한, 의료 취약계층‧지역의 정신건강 위기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정신건강 전문가가 학교를 직접 방문해 학부모‧교사‧학생을 대상으로 컨설팅하는 ‘학교 방문 사업’도 기획한다.

24시간 제공하는 모바일 정신상담 시스템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석 기능을 추가해 학생들의 자살 징후를 빠르게 파악할 계획이다.

20·30대 여성의 경우 ‘사회적 고립감’ ‘고용 불안’ ‘돌봄 부담’ 등이 자살 증가의 원인이라고 보고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등 여성·가족 지원기관과 자살예방 전문기관 간 연계를 통해 여성 자살예방 상담을 강화한다. 무급휴직 중인 청년 여성과 프리랜서 등을 발굴·지원하고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인턴제도도 확대한다.

아울러, 여성에게 더욱 집중된 돌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아이돌봄 서비스와 공동육아나눔터 등 대안적 돌봄기능을 확대하고, 남녀가 함께 돌보는 평등한 상호돌봄 문화를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위원회는 “세분화된 성별·연령별 분리통계를 만들어 현 상태에 대한 근본적 원인분석을 하는 동시에 여성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자살예방 정보를 널리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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