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영센터장

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영센터장
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영센터장

소모적이고 불합리한 사회적 불만을 해소하고, 대학교육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한 현실 때문이다. 

“대학 등록금은 OECD국가 중 최상위 수준인데 교육 여건이나 질적 수준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며, 사립대학에 대한 불신으로 연계돼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가.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 수준은 높다. 하지만 ‘OECD교육지표 2020’에 따르면 정부 부담금과 민간 부담금을 합산한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국가 평균 대비 65.1%에 불과하다. 이는 일반대·전문대의 86.6%가 사립대라는 구조에서 비롯된 일이다. 정부 부담 공교육비가 38.1%, 민간 부담 공교육비가 61.9%로 정부 부담분이 외국에 비해 턱없이 적기에 민간이 부담하는 공교육비, 즉 등록금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대학교육의 대부분을 사립대에 의존하면서도 사립대에 대한 국고 재정지원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 이유는 민간이 설립·운영하는 기관이라는 정부의 뿌리 깊은 인식에서 비롯된다. 사립대는 사익을 추구하는 기관이 아니다. 민간자본으로 설립해 국가로부터 대학교육에 대한 교육과정 편성, 교원임용, 등록금 징수, 학위수여 등의 권한과 관련 법령 준수, 교육 여건과 교육의 질 제고 등의 책무를 위임받아 운영하는 공익교육기관이다. 10년 이상 등록금이 동결돼 재정구조가 취약한 사립대의 재정을 국가에서 보조하든가, 등록금 인상을 정책적으로 독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립대에는 설립 인가 기준이 있다.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하고, 그 수익금으로 국민건강보험금, 사학연금, 재해보상보험금, 비정규직 4대 보험금 중 학교법인부담금 등 학교법인·대학 운영비를 충당하도록 규정한다. 수익금·기부금이 없는 경우에는 등록금 수입이 대부분인 교비회계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비회계는 법인회계로 전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존재해 법정부담금을 교비회계에서 부담하는 것은 불법이다. 국정감사 때마다 법정부담금을 법인회계에서 부담하지 않고 교비회계에서 부담하는 대학들은 위법·비리대학으로 지적받는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국민들의 사립대에 대한 불신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2019년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100% 이상인 대학은 26.6%, 법정부담금 부담률이 100% 이상인 대학은 16.4%에 불과하다. 83.6%의 대학은 교비회계에서 법정부담금을 지급하고 있기에 비리대학으로 간주된다. 

사립대에만 이러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 초·중등 교육기관은 법정부담금 부족분을 국고로 부담하고 있다. 사립대 설립자는 대학운영을 위해 무한투자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 현실적으로 사문화된 불합리한 법령을 근거로 사립대 전반을 비리대학으로 치부하는 것은 사립대 혁신을 통한 고등교육 경쟁력 제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해 사립대에 대한 혁신적인 정책적 변화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먼저 ‘사립대는 국가로부터 대학교육에 대한 권한과 책무를 위임받아 운영하는 공익교육기관’이다. 이같은 인식을 전제로 한 정책 기획·시행이 필요하다.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인 관련 법령을 전면적으로 개정하고, 법령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건전사학과 비리사학을 구분함으로써 사립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법령을 위반한 당사자에게는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사장이 위반한 사안을 갖고 학생들에 대한 국고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사장 문책, 입학정원 감축 등이 합리적일 것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을 통해 OECD 국가 평균 이상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부 감사만으로 대학을 지도·감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학 자체감사, 대학평의원회·등록금심의위원회 기능과 대학평가인증제 기능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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