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 젊은 수학자상’ 첫 수상자 최도훈 항공대 교수


“잘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제가 받다니 과분하죠. 아직은 많이 부족해서 이 상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도록 지금보다 훨씬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최도훈 한국항공대 교양학과 교수는 지난 24일 대한수학회가 올해 처음 제정한 ‘상산 젊은 수학자상’을 받았다. 최 교수는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의 기부로, 35세 이하의 젊은 수학자 가운데 연구업적이 뛰어난 이를 뽑는 상의 첫 주인공이 돼 상패와 함께 부상으로 500만원을 받았다.

항공대 본관에 자리한 연구실에서 만난 최 교수는 학생으로 착각할 정도로 젊었다. 97학번으로 올해 서른두 살인 최 교수는 포스텍에서 학·석·박사과정을 마친 순수 ‘국내파’로, 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원을 거쳐 지난해 9월 전임강사로 임용돼 항공대 강단에 서고 있다.

정수론 전공자인 그는 지난 2006년부터 올 8월까지 특별한 함수인 ‘모듈러 형식’에 관한 논문 10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지금은 수학의 매력에 푹 빠져 있지만, 대학 진학 당시만 해도 최 교수는 물리에 관심이 많은 과학도였다.

“수학이 단순히 공식을 외우고 계산하는 학문이 아니라 그 안에 현상이 있고, 그 현상을 관찰하고 추론해 나가는 논리적인 과정이 수학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복잡하고 어렵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다른 자연과학에서 하는 모든 일이 다 있어요. 거기에 덧붙여 수학은 대개 논리적으로 엄격하고 결과가 확실합니다.”

그는 “수학 강의와 동아리 모임 등을 통해 교수님과 선배들로부터 수학의 다양한 면을 배우게 되면서 몰랐던 수학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며 자신을 지도한 교수와 선배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자신의 어리석은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해 준 분들이 주변에 있어 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인터뷰 동안 겸손함을 잃지 않은 최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부족한 점이 많은 교수여서 미안한 마음”이라며 “잘 따라와 주는 학생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에 대학원에서 ‘선형대수학’과 학부에서 ‘편미방 및 복소수’ 등 2개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최 교수는 개천절인 지난 3일에도 수업을 진행했다. 한 주 쉬면, 진도를 빨리 나갈 수밖에 없어 보강하는 게 좋겠다는 그의 말에 학생들이 두말없이 따라준 것.

“진도가 부족할 경우 가끔 주말에 보강을 하자고 해도 잘 따라줍니다. 학생들이 하겠다고 하니, 저야 감사하죠.”

자신보다 학생들이 더 열심히 공부한다며 겸손해하던 최 교수는 연구실 한켠에 놓여 있는 이불과 전기장판을 발견한 기자가 “여기서 주무시냐”고 묻자, 순간 당황해하며 “요즘은 별로 안 그런다”고 얼버무린다. 

밤에 일하는 것을 좋아해 시간이 늦어지면 ‘가끔’ 연구실에서 자는데, 요즘은 일찍(?) 퇴근한다고 강조한다. 흐름이 끊어지는 게 싫어서 늦을 것 같으면 아예 집에 가서 한다는 최 교수에게 일찍이 몇 시냐고 재차 묻자 ‘차 끊기기 전’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정수론 연구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정수 안의 다양한 기본 성질을 이해하는 것으로, 최 교수는 특정한 함수의 성질을 이해함으로써 정수나 관련 대상들을 이해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공간상에 존재하는 함수들 간의 대응관계를 연구하는 것도 그의 관심사다.

학생들이 취업 준비에 치여 ‘여기까지만 공부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선을 긋는 게 안타깝다는 최 교수는 힘들더라도 도전해 보라고 말한다.

“수학은 어떤 상황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철저히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수학 자체가 여러 분야와 상호 연관돼 있어 기본 원리를 배우면 많은 일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닥쳐서 배우려면 힘듭니다. 대학 때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학생들에게 수학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고, 힘들더라도 도전할 수 있게 이끌겠다는 게 최 교수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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