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대부분 사립대에 의존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대학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상황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대학 교육의 대부분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 결여, 지원 감소는 고등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설상가상으로 학령인구 급감과 미충원 충격까지 더해지며, 국내 사립대는 대학 본연의 기능마저 상실한 위기에 놓여 있다. 사립대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립대의 개혁과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 따라서 사립대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기반한 대학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사립대학에 의존하고 있다.
② 사립대학 관련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
③ 사립대학 관련 법령의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
④ 사립대학의 재정운용 실태를 밝힌다.(1)
⑤ 사립대학의 재정운용 실태를 밝힌다.(2)
⑥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국제 경쟁력은?
⑦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쟁력 제고 방안은?(1)
⑧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쟁력 제고 방안은?(2)

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
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

교육투자가 없는 교육경쟁력은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해 OECD 교육지표를 기준으로 대학 교육투자에 대한 우리나라의 국제적 수준을 비교하고자 한다.

■OECD 교육지표로 본 우리나라 교육투자의 국제적 수준 =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OECD 평균과 EU23 평균과 비교해 <표1>과 같이 정리했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 및 EU23 평균 모두 상위 교육단계로 갈수록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학(일반대, 전문대)이 초·중·고보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사립대 등록금 수준이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가 OECD 평균 및 EU23 평균에 비해 매우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2>는 교육단계별, 교육비의 정부 재원과 민간 재원의 상대적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초등·중등교육의 정부 재원은 OECD 평균 90%, EU23 평균 93%, 한국 87% 등으로 유사하다. 그러나 대학 교육의 정부 재원은 OECD 평균 71%, EU23 평균 78%인데 한국은 38%로서 매우 낮게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정부 재원이 적은 만큼 민간 재원으로 고등교육비를 부담하기 때문에 등록금이 비싼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대학 교육비의 민간 재원 의존도가 높고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국제 수준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에 정부 재원의 투자 확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IMD 및 WEF의 대학 교육 평가 결과로 본 우리나라 대학 경쟁력 =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와 세계경제포럼(WEF)은 평가대상 국가에 대한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해마다 발표한다. <표3>은 IMD에서 발표한 △국가경쟁력 △교육경쟁력 △대학 교육 경쟁력(대학 교육의 경쟁사회 요구 부합 정도) 등 순위와 WEF에서 발표한 △국가경쟁력 △대학 교육 경쟁력(교육시스템의 질) 등 순위를 나타낸다. WEF의 대학 교육 경쟁력 평가지표는 2018년부터 ‘교육시스템의 질’에서 ‘대졸자의 기술 수준’으로 변경됐으므로 2017년까지만 정리했다.

IMD 순위의 경우 우리나라는 지난해 63개국 가운데 국가경쟁력 23위, 교육경쟁력 27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학 교육 경쟁력은 현저히 낮은 48위(상위 76.2%)로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 대학 교육 경쟁력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이를 보였다. 2016년에는 61개국 중에서 55위(상위 90.2%), 2019년에는 63개국 중에서 55위(상위 87.3%)로 최하위 수준이다.

또한 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 경쟁력은 2012년에 144개국 중에서 44위(상위 30.6%)에서 2017년에 137개국 중 81위(상위 59.1%)로 추락했다. 국가경쟁력 순위 하락율(36.8%, 19위 → 26위)에 비해 대학 교육 경쟁력 순위 하락율(81.4%, 44위 → 81위)이 훨씬 크게 나타났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정부가 추진한 △등록금 동결·인하 유도(2009년) △반값등록금 정책 시행(2012년) △국가장학금 제도 도입(2012년) △국가장학금 Ⅱ유형 시행(2012년) △대학 구조개혁평가 추진(2014년)에 따른 정원감축 △5년간 입학금 80% 감액(2018년) △개정 강사제도 시행(2019년) 등으로 인한 사립대의 재정수지 악화가 오늘날 사립대 재정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 2009년부터 등록금 동결로 교육투자를 계속 동결했고 교육투자 동결은 곧 대학 경쟁력 추락으로 이어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학 교육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대두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고급인력 양성이 국가 경쟁력 제고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 교육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과제다. 또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이 중요한 학문 분야로 대두되고 있고 세계 각국도 이에 대응해 대학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대학들은 반값등록금 정책과 등록금 동결 정책 등으로 인한 재정수지 악화로 교육투자는 고사하고 현상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

■THE, QS, US뉴스… 세계 대학평가 순위로 본 우리나라 대학 경쟁력 = 여러 기관에서 세계 대학평가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이 중 영향력을 가진 기관으로 영국의 ‘THE’와 ‘QS’, 미국의 ‘US뉴스’ 등이 있다. <표4>는 각 평가기관의 지난해 세계 대학평가 순위에서 우리나라 상위 10개 대학을 나타낸다.

각 평가기관의 평가지표를 보면 THE는 △학계 및 산업계 평판(33%) △연구성과(44.5%) △교육여건(15%) △국제화(7.5%) 등이다. QS는 △학계 및 산업계 평판(50%) △연구성과(20%) △교육여건(20%) △국제화(10%) 등이다. US뉴스는 △학계 및 산업계 평판(25%) △연구성과(65%) △국제화(10%) 등이다.

이처럼 평가지표의 비중이 평가기관에 따라 큰 차이가 있고 평가기관별 평가대상 국가 수가 다르므로 기관별 평가 결과 순위를 상대적으로 비교해 우위를 정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3개 평가기관의 세계 대학 순위에서 우리나라 대학의 상위 10개 대학을 보면 8개 대학이 공통으로 포함됐다. 이들 8개 대학은 국내 대학 중 교육투자를 많이 하는 대학들로 알려져 있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국내 대학을 비교할 때 국내 대학의 경우 현재의 인력과 예산 규모로 국제 경쟁력을 계속 확보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경우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 등 최고 수준의 교육투자 대학을 제외하고 역사가 비교적 짧은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이나 홍콩의 홍콩과기대(Hong Ko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와 비교하더라도 교수와 총 예산 규모에서 큰 차이로 뒤떨어지는 실정이다.

2020년 QS 순위에서 MIS는 1위, 스탠퍼드대는 2위를 차지했다. 난양공대와 홍콩과기대는 KAIST보다 뒤늦은 개교에도 불구하고 각각 13위와 27위를 기록했다. KAIST는 39위다.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투자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립대의 재정 운용 실태와 대학 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살펴본 결과 오늘날 우리나라 사립대가 겪고 있는 재정적 위기로 인한 대학 교육의 경쟁력 추락은 곧 국가 경쟁력 추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반값등록금 정책, 등록금 동결 정책, 국가장학금 제도, 정부 재정지원사업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사립대의 재정 위기 해소를 통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수립해 추진하기 바란다. 이에 심각성과 시급성이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