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하려던 대학 가운데 온라인 보고서 제출 중에 마감 시간이 지나 접수에 실패한 사례가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보완책이 나오지 않아 교육부와 사업 수행 기관의 행정편의주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하려던 대학 가운데 온라인 보고서 제출 중에 마감 시간이 지나 접수에 실패한 사례가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보완책이 나오지 않아 교육부와 사업 수행 기관의 행정편의주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교육부 주관 재정지원 사업에서 기관의 행정편의주의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하려던 한 대학이 온라인 보고서 제출 중에 마감 시간이 지나 접수에 실패하면서 사업 참여 신청도 못하게 된 것이다. 보고서 작성과 제출 시작 시점은 마감 시간 이전이었음에도 교육부와 사업 시행 기관은 추가적인 조치를 마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보고서 제출 시스템과 과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과 평가에서 대학 부담을 증가시키는 보고서 작성 양식을 요구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교육부가 주관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실시하는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서 안타깝게 보고서 제출에 실패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들은 모두 마감시간 전 보고서가 완성이 됐음에도 보고서 파일이 업로드 되는 시간이 길어져 간발의 차이로 접수에 실패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마이스터대 시범운영 사업에서 나왔다. 이 사업에 지원하려던 A대는 연구재단의 해당 사업 온라인 보고서 제출 시스템에 접속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파일이 업로드 되던 중 마감 시간이 넘어가면서 시스템이 종료되고 보고서 전송 작업이 중단됐다. 결국 이 대학은 보고서 ‘미제출’ 상태로 남아 사업 참여 신청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보고서를 업로드하던 중 파일 전송 속도가 느린 점이 염려돼 연구재단 측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A대 관계자는 “완성된 보고서를 올리기 위해 시스템에 접속하고 파일을 올리고 있는데 올리던 중에 트래픽 잼(jam)이 일어나기에 연구재단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담당자가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해서 보냈다. 하지만 마감 시간인 4시가 되자마자 전송 프로그램이 잠겨버렸고 우리 보고서는 ‘미접수’된 것으로 끝났다. 30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한탄했다.

역시 교육부가 주관하고 연구재단이 주관한 2019년 대학(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역량강화형 지원사업 선정 대학 평가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이 사업에 지원한 B대와 C대가 역시 자료를 업로드하던 중 마감 시간을 넘긴 것이다. A대와 마찬가지로 이 대학들도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B대 관계자는 “당시 보고서를 전송하던 중에 차단됐다. 마감 5분전에 보고서 일부를 수정하다 그런 것이었다. 연구재단에 항의도 해 봤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을 신청하는 대학들은 막판까지 피 튀기는 싸움을 해야 하지 않나. 그렇다보니 대학에서도 잘 준비해보려다 정해진 보고서 용량 제한 기준을 초과하면서 마감 직전 이를 수정하려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고 하소연했다.

C대 관계자는 “보고서 데이터 용량이 크다보니 올리는 과정에서 버퍼링이 있었다. 그래서 업로드가 진행이 됐다, 안됐다 중단되기를 반복했다. 올리면서도 연구재단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지만 결과가 바뀌진 않았다. 다음날 제본한 보고서를 갖고 연구재단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으나 제출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는 흔한 일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반복된 일임에는 확실하다. 한 대학 D교수는 “4~5년 전 국책 연구 사업을 준비하던 중 보고서를 수정해 업로드 하다가 마감 시간을 넘겨 결국 보고서를 내지 못했었다”며 “몇 달을 고생해 준비했는데 신청도 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대학가에서는 이런 안타까운 사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연구재단의 보고서 접수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사업 접수 과정에서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김철현 전국대학교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 회장은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사업 신청 마감 기간이 되면 (보고서 시스템에) 부하가 있다”며 “연구재단이 사업 메인서버를 증설하는 등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는 최대한 신청자를 분산하기 위해 각 분야별로 데드라인을 다르게 주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대학들이 잘 준비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보고서를 쥐고 있다가 제출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대학을 위하는 차원에서 지원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온라인 보고서 제출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오프라인 제출 방법을 마련해주는 등 대학의 안타까운 상황을 참작해주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해본 경험이 많지 않은 역량을 이제 갖춰 사업에 도전하는 대학들은 어려움이 큰데 연구재단에서 이를 독려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감 직전, 마지막까지 보고서 수정을 하도록 만드는 까다로운 보고서 양식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A대 관계자는 “사업보고서에 내용뿐 아니라 분량을 계산해서 정리한 목차를 함께 제출하게 돼 있다. 그렇다보니 일부 내용을 수정하려면 목차도 함께 수정해야 해 시간이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용량 제한이 있는 점도 보고서 작성 작업이 지연되는 원인이다. 한 대학 E부총장은 “정해진 보고서 용량 안에서 증빙을 갖춰야 하다 보니 대학 입장에서는 이중으로 일을 하게 된다”며 “일일히 용량을 확인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해 어떻게 자르고 붙여 용량을 맞추면서도 양질의 보고서를 만들 수 있는지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하지만 교육부와 연구재단은 별도 방침을 마련하거나 보고서 접수 시스템을 개선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보고서 업로드 중 마감 기한을 넘겨 신청을 못한 대학이 많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아 현재로서는 별도 방안을 고려하진 않고 있다”며 “연구재단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교육부에 의견을 보냈을 것이고 그렇다면 교육부에서도 검토하겠지만 그런 요구가 들어온 바 없다”고 말했다.

연구재단 관계자도 ‘기한 내 제출이 완료되지 않은 보고서는 접수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며 “보고서가 접수된 시점 기준으로 평가하기에 업로드 중에 마감 시간이 지나 제출을 완료하지 못한 보고서를 평가에 반영하기는 어렵다. 앞으로는 마감 기한 지켜달라는 내용을 보고서 마감 당일 계속 안내하는 방안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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