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대부분 사립대에 의존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대학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상황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대학 교육의 대부분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 결여, 지원 감소는 고등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설상가상으로 학령인구 급감과 미충원 충격까지 더해지며, 국내 사립대는 대학 본연의 기능마저 상실한 위기에 놓여 있다. 사립대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립대의 개혁과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 따라서 사립대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기반한 대학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사립대학에 의존하고 있다.
② 사립대학 관련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
③ 사립대학 관련 법령의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
④ 사립대학의 재정운용 실태를 밝힌다.(1)
⑤ 사립대학의 재정운용 실태를 밝힌다.(2)
⑥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국제 경쟁력은?
⑦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쟁력 제고 방안은?(1)
⑧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쟁력 제고 방안은?(2)

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
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대학재정운용분석센터장

■ 사립대학은 ‘사익 교육기관’이 아니라 ‘공익 교육기관’, 정부의 혁신적인 인식 전환 필요
우리나라는 대학의 85.4%가 사립대학이고, 대학생의 78.7%가 사립대학에 다니고 있다. 사립대학은 국가로부터 교육과정 편성권, 교직원 임용권, 등록금 징수권, 학위 수여권 등도 위임받아서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대학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 대부분을 사립대학에 위탁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사립학교법’의 목적으로 사립학교의 ‘자주성 확보, 공공성 제고, 건전한 발달 도모’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사립대학은 ‘사익을 추구하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학교법인(민간)이 국가로부터 허가를 받아서 설립·운영하는 ‘공익 교육기관’이다. 그러므로 사립대학의 교육비는 학교법인과 학생뿐만 아니라 국가에서도 부담해야 한다. 의무 교육기관이라면 국가에서 교육비 전액을 부담해야 하지만 대학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니므로 국가, 학교법인, 학생이 함께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는 ‘인력양성의 국가 책무에 상응하는 만큼의 교육비를 사립대학에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가 합리적일 것이다. 인력양성에 대한 책무는 사립대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에 근거해 문재인 정부에서도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 강화와 고등교육의 질 제고 및 공공성 강화를 위해 2019년부터 공영형 사립대학(정부 책임형 사립대학)의 단계적인 육성·확대를 추진(국정과제)하겠다고 공약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정부가 공약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는 80% 이상의 학생들이 국·공립대학이나 정부의존형 사립대학(정부가 대학 재정의 50% 이상을 지원하거나 교수 인력의 급여를 지원하는 대학)에 다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익 교육기관인 사립대학이 심각한 재정 위기에 처해 있는데 정부에서는 그 책임을 학교법인에게만 떠넘기듯 등록금 인상이나 정부의 재정지원 요구를 묵살하는 처사가 과연 옳은 정책인가. 85.4%나 되는 사립대학이 모두 폐교했을 때 정부의 어떤 대책이 있을 수 있겠는가. 사립대학은 ‘공익 교육기관이므로 국가에서 교육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정부의 인식 전환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대목이다. 정부의 이러한 인식 전환이 이루어져야만 사립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 국가의 경쟁력 확보도 가능할 것이다.

■ 사립학교법 및 관계 법령을 ‘지킬 수 있는 법령, 지켜야 하는 법령’으로 개정 필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헌법 제11조 제①항에서 ‘법 앞의 평등권’을 규정한 조문이다. 따라서 모든 사립대학은 ‘사립학교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그런데 ‘사립학교법’은 모든 사립대학에 평등하게 적용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교육부의 감사를 받은 대학 및 민원제기나 고발이 접수된 대학은 지적을 받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관계 법령이 무의미할 지경이다. 그뿐만 아니라 법령에 위반됨을 지적하면 ‘교육부에서도 지적하지 않는 사안을 왜 지적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법령의 존재 이유가 의심스러울 정도인 사례가 부지기수지만 그 중에서 대표적인 사례가 수익용기본재산 및 법정부담금 관련 법령이다. 본 기획기사 ‘② 사립대학 관련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0년 기준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의 법정기준 충족(100% 이상)법인은 대학법인 35.5%(186개 법인 중 66개), 전문대학법인 22.0%(100개 법인 중 22개)에 불과하다. 엄격히 말하면 대학법인 120곳(64.5%)과 전문대학법인 88곳(88.0%)은 모두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에 대한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것이다. 또한 2019회계연도 법정부담금 부담률이 100% 이상인 경우는 대학 34.2%(187교 중 64개), 전문대학 8.1%(123교 중 10개)에 불과하다. 대학 123교(65.8%), 전문대학 113교(91.9%)가 모두 법정부담금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대학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으며 정부 재정지원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볼 때 사립대학 학교법인의 대부분이 수익용기본재산 확보 및 법정부담금 부담 능력이 없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법령을 개정해서 수익용기본재산 확보 및 법정부담금 부담은 권장 사항으로 하고 실적이 우수한 대학에는 인센티브를 주도록 조치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킬 수 없는 법을 그대로 방치하니까 ‘사립학교법’ 전체를 경시하는 분위기가 만연되고 있는 것이다. ‘사립학교법’ 및 관계 법령을 ‘지킬 수 있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령’으로 개정하고 법령을 준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 국가의 사립학교 교육비 지원 관련 법령의 개정 필요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교육비 지원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관련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사립학교법’ 제43조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교육 진흥에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사립학교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대통령령 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조를 신청한 학교법인 또는 사학지원단체에 보조금을 교부하거나 그 밖의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7조에서 국가가 사립학교 교육의 지원을 위해 행하는 보조 또는 지원할 수 있는 대상을 ‘실업학교, 국가가 필요로 하는 특수한 학과 또는 학교, 특수학교를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과 천재·지변, 기타 재해로 인해 학교경영에 재정적 곤란을 받거나 기타 특히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학교법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에서는 ‘지원할 수 있다’로 규정하고 있고 ‘사립학교법 시행령’에서는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의 교육비 지원은 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될 정도로 애매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국가는 사립대학에 대한 교육비를 지원해야 한다’로 명확하게 법령개정을 해야 한다.

■ 사립대학의 준법 경영으로 사회적 신뢰 구축, 사립대학 재정 확충을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의 기반
‘감사 인력이 부족해 교육부는 관리·감독 책무를 다하기 어렵다’고 한다. 교육부의 감사 기능만으로 모든 사립대학의 관리·감독을 하고 준법 경영을 유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관리·감독은 ‘사전 예방적 조치’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감사’와는 다르다. 감사보다는 관리·감독에 비중을 두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우선 대학의 자체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자체 감사 기능을 활용해서 관리·감독을 하자는 것이다. ‘사립학교법 및 그 시행령’과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에 따르면 학교법인에는 임원으로서 7명 이상의 이사와 2명 이상의 감사를 두도록 하고 있으며 감사는 매년 1회 이상 감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또 학교법인이 결산서를 제출할 때는 감사 모두가 서명·날인한 감사보고서를 첨부하되 대학교육기관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은 독립된 공인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의 감사증명서 및 부속서류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련 법규를 임원들이 실제로 잘 준수하고 있는지는 공시된 ‘이사회 회의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교육부에서 이사회 회의록을 모니터링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학교법인에서는 이사회 운영에 대한 세심한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사립학교법’ 및 ‘고등교육법’에 따른 법정 위원회인 대학평의원회 및 등록금심의위원회의 회의록을 모니터링 하거나 개방이사 면담을 통해서도 준법 경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회의가 요식행위로 운영되거나 법정 위원회를 구성도 하지 않은 대학을 방치함으로써 교육부의 관리·감독 권한 및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교육부의 감사보다도 대학의 자체 감사 기능, 각종 위원회의 역할 등을 활용해 대학의 자율적인 준법 경영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모든 사립대학에서 준법 경영이 일반화될 때 사립대학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구축되고 이를 기반으로 사립대학의 재원 확충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장학금 제도 개선
2012년부터 국가장학금 제도를 도입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많은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 지원제도를 시행해 왔다. <표>는 2019회계연도 기준 사립전문대학을 포함한 사립대학 전체의 장학금 지원율을 나타낸다.

등록금 수입 대비 장학금 지원 비율을 보면 국가장학금 지원율이 25.1%로서 가장 높고 교내장학금 지원율 20.1%, 기타 외부 장학금 지원율 3.2%, 총 장학금 지원율 48.5%이다. 학생들에게 지급한 총 장학금은 등록금 수입의 48.5%로서 학생들의 순수 등록금 부담은 거의 반값 등록금 수준을 육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이 비싸다는 학생들의 불만은 여전해 등록금 인하 또는 등록금 반환 요구까지 하는 실정이다. 등록금의 25.1%나 되는 국가장학금의 지원 혜택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국가장학금을 재학생 수에 비례한 공교육비로 대학에 지원하고 등록금을 25.1% 인하했다면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또는 등록금 반환 요구는 없었을 것이다. 우선 등록금을 대폭 인하했기 때문에 등록금이 비싸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등록금 수입의 20.1%를 차지하는 교내장학금으로 학생들의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 지원제도를 시행하면 된다.

차제에 국가장학금을 공교육비로 대학에 지원하면서 지원금만큼 등록금을 인하하고 교내장학금(등록금 수입의 20.1%)을 학생들의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방안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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