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이하 학력 첫 직장까지 통상 ‘35개월’… 대졸 이상은 11개월
실업자도 ‘고졸 출신’이 가장 많아
대졸 이상, 고졸 이하 임금 격차도 ‘상당’
청년층 전체 일자리 70% ‘임시직’인 점도 문제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고졸 학력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취업하기 힘든 것 같아요.”
서울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던 정유진 씨(23·가명). 정 씨는 현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프리터족’(프리+아르바이트)이다. 정 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에 나섰지만 고졸 출신인 정 씨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20곳 이상 지원서를 냈지만 ‘불합격’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정 씨는 ‘학력의 벽’을 체감한 듯 했다. 정 씨는 “이력서를 많이 넣어봤지만 연락오는 곳은 없었다”며 “일단 고졸이라 지원할 수 있는 곳 자체가 많지 않고 대학 나온 사람들과도 경쟁해야 하다 보니 취업이 더 어려운 것 같다”고 고백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고졸’이라는 학력은 사회적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참 멀게만 느껴진다. 청년층 취업도 학력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5일 한국고용정보원이 공개한 ‘청년 취업자의 첫 일자리 입직 소요기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고졸 이하 학력을 가진 청년들은 첫 직장을 구하는데 통상 35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졸 이하 청년 절반 이상(54.0%)이 고교 졸업 후 첫 직장을 갖기까지 2년 이상 걸렸다. 반면 전문대졸과 대졸 이상의 청년은 첫 직장까지 각각 13개월, 11개월의 기간이 소요됐다.
‘1년 이내 입직’으로 표본을 좁히면 고졸 이하와 전문대졸 이상의 차이는 더 컸다. 고졸 이하 청년이 1년 이내 첫 직장을 구하는 비중은 전체 29.4%에 그친 반면 전문대졸 이상의 경우 약 70%나 됐다. 황광훈 한국고용정보원 지역일자리팀 책임연구원은 “학력이 높아질수록 입직 소요기간이 짧았다. 고졸 이하 학력층 평균 입직 소요기간은 35개월이었지만 전문대졸은 13개월, 대졸 이상은 11개월로 나타났다”며 “고졸 이하 저학력층과 스펙준비를 하고 있는 청년층이 짧은 시간 내에 노동시장에 진입해 일자리에 안착할 수 있도록 고용서비스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직이 늦어지는 만큼 ‘실업자’도 고졸이 가장 많았다. 지난 2월 한국경제연구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통계를 분석해 공개한 ‘2020년 고용 외환위기 이어 역대 2번째로 심각’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 이상 실업자 수는 1000명 감소한 반면 고졸은 3만 2000명 증가했다. 보고서는 “고졸 취업자는 전체 실업자 증가의 70%를 차지한다. 지난해 전체고용률은 60.1%로 1년 전보다 0.8%p 감소했다. 특히 고졸은 1.9%p 감소해 전체 감소폭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 대졸 이상은 0.7%p 감소, 중졸은 0.4%p 감소했다”고 했다.
고졸 학력은 대졸 학력보다 ‘취업의 질’도 낮았다. 고졸 이하는 판매업 비중이 높은 반면 대졸 이상은 교육서비스업 비중이 컸다. 지난해 10월 통계청이 공개한 ‘2020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고졸 이하는 ‘판매업’ 대졸 이상은 ‘교육서비스업’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취업의 질 문제는 ‘임금 격차’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 특성별 임금분포현황’에 따르면 고졸과 대졸 이상의 노동자의 임금차이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100인~299인 기업에서 가장 컸다. 그나마 5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격차가 적었다. 대졸 이상 노동자 평균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고졸 이하 노동자의 임금은 사업체 규모별로 100인~299인 사업체에서 59.21로 가장 적었다. 반면 5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70.20으로 대졸 이상과 가장 적은 격차를 보였다. 고졸 노동자와 대졸 이상 노동자의 임금차이가 가장 적은 직업은 ‘단순노무 종사자’(87.34)였다. 임금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난 직업은 ‘판매종사자’(67.17)로 나타났다. 참고로 전문대졸의 경우 30인~99인 사업체에서 대졸 이상 노동자 대비 76.12의 수준을 보여 가장 격차가 적었다.
정부가 고졸 채용에 있어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12년 고졸 채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2019년에는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 의무화 도입을 발표했다. 정부는 적극적인 고졸 채용 정책으로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에서는 고졸 출신 비중이 10% 이상 늘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전체 인원에서 차지하는 고졸 출신 비중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공공기관 고졸채용 정책 현황 분석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채용에서 고졸이 차지한 비중은 정책 시행 이전인 2011년 3.9%에서 2018년 10.7%로 늘었다. 2011년 신규 채용 인원 가운데 고졸 출신은 449명, 대졸 이상은 1만 1004명이었다. 반면 2018년의 경우는 고졸 출신이 2570명, 대졸 이상은 2만 1433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학력별 현원 비중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고졸 비중은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 등 기관 유형과 상관없이 일제히 감소했다. 2011년 공공기관의 고졸 비중은 20.3%(고졸 3만 9360명, 대졸 이상 15만 4992명)였지만 2018년에는 고졸 비중이 16.0%(고졸 4만 3290명, 대졸 이상 22만 6481명)로 나타났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 2011년 고졸 비중이 26.6%(고졸 2만 5029명, 대졸 이상 6만 9223명)였지만 2018년에는 20.8%(고졸 2만 5651명, 대졸 이상 9만 7453명)로 고졸 비중이 큰 폭으로 줄었다.
한동숙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졸 채용 확대 정책 이후 고졸 취업자 수는 다소 증가했지만 전체 채용을 고려했을 때 고졸 채용 비율이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기관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정책 직후에 고졸 채용을 했더라도 지속적으로 고졸 일자리를 개발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 연구위원은 “공기업의 경우 대졸자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고졸 퇴직자의 자리를 대졸자가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졌음을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졸 이하 학력이 대졸 이상 학력보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취업은 모든 청년층에서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정부가 청년층을 위한 제대로 된 일자리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숫자로만 ‘자화자찬’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달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15세~29세) 취업자는 383만 2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7만 9000명이 늘었다. 정부는 ‘고용 상황이 나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 10개 가운데 7개가 아르바이트 같은 임시직으로 나타났다. 종사상 지위별로 살펴보면 지난달 청년 취업자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임시직’이었다. 1년 전보다 12만 5000명이나 증가했다. 다시 말해 청년 취업자 증가 폭인 17만 9000명의 70% 수준인 것이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가 증가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일 뿐이다.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 ’ ‘질 좋은 일자리’를 원한다. 이제라도 정부는 ‘양’보다 ‘질’로 청년들의 일자리를 책임져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