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맞춤형교육에서도 사람 역할은 필수적
그럼에도 AI 데이터 수집 기능은 교육에 핵심 역할
학생 수준 설정 등 교수자 고민 덜어줘

이기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기획 평가전문위원회 위원장(한림대 교수)이 8일 대전 우송대에서 열린 ‘제4회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 활용 학생맞춤형 교육사례 발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이기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기획 평가전문위원회 위원장(한림대 교수)이 8일 대전 우송대에서 열린 ‘제4회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 활용 학생맞춤형 교육사례 발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인공지능(AI)은 교육 협업에 유용한 도구일 뿐입니다.” 

이기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기획 평가전문위원회 위원장(한림대 교수)은 8일 대전 우송대에서 열린 ‘제4회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 활용 학생맞춤형 교육사례 발표’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 같이 말했다. 학생맞춤형 교육의 주체는 AI가 아닌 사람이라는 뜻에서다. 

이 위원장은 개별 맞춤학습에 결국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림대는 AI를 활용한 20개의 정규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파일럿을 포함한 총 8개 과목이 알렉스를 비롯해 듀오링고(Duolingo), AI 튜터(AI Tutor) 등 해외에서 개발된 다양한 AI를 활용한 형태로 개설됐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2학기 인공지능 알렉스를 활용한 통계학 과목을 강의하면서 AI 기반 학습에서도 학습 도우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수업 도중 학생들의 반응을 사전에 확인해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는 알렉스가 학습의 이상징후를 보이는 학생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알려주지만 이미 늦은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상징후를 보이기 전에 미리 학생이 학습에 뒤처지지 않도록 도와줄 역할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AI의 데이터 수집 기능은 학생 맞춤형 교육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이 위원장은 “학생들의 데이터 하나하나가 매우 소중하다”며 “알렉스가 제공하는 만큼의 풍부한 데이터를 사람은 산출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해도와 지식 수준을 측정해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데는 AI가 최적이라는 뜻이다. AI가 학습 주제별로 학생의 이해 정도를 자가진단하는 식이다. 

학생들의 수준을 어느 정도에 맞춰야 할지 교수자의 고민도 덜어준다. 이 위원장은 “기존 수업에서의 고민은 수업을 듣는 학생의 수준이 양극화 돼있다는 점이었다”면서 “어떤 학생은 너무 수업이 어렵다고 하고 또 다른 학생은 너무 쉽다고 할 때 교수들의 고민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어떤 수준에 초점을 맞춰 강의해야 할지가 난제였다는 설명이다. 학생마다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 위원장은 “그렇기 때문에 AI를 이용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AI 중 알렉스가 한림대 수업에 채택된 이유는 뭘까. 이 위원장은 학습자 수준에 맞는 다양한 도구 제공에 특화된 점을 꼽았다. 그가 제시한 알렉스의 장점은 계산기나 단어장처럼 상황에 맞는 모든 학습지원자료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30년에 달하는 맥그로힐의 경험이 축적된 데이터도 학습자의 수준별 맞춤형 학습을 가능케 한다. 이 위원장은 “듀오링고나 AI 튜터 등 다른 AI와 달리 알렉스는 학습자가 어떤 유형의 문제를 못 풀면 반복해서 같은 유형의 문제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알렉스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학습자의 자기주도학습능력 향상에도 탁월했다. 학습자가 본 알렉스의 장점이다. 이 위원장은 “기존에는 학습자 능력과 무관하게 일정 수준에 맞춰 교육해서 그 목표에 도달하면 성공이지만 못하면 실패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면서 “알렉스 자체가 학습자의 능력을 고려한 목표를 세워서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교수가 학생의 입장을 체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던 듯 보인다. 이 위원장은 “알렉스를 통해 교수가 학생들의 학습 진도를 중간 점검할 수 있었다”면서 “‘알렉스 파이’라는 기능을 활용하면 학생들이 440개의 주제 중 평균적으로 15개 주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체 학생들의 학습시간을 주간, 월간 단위로 파악하는 기능도 요긴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알렉스는 교수가 학생 입장에서 자신의 수준을 점검하는 진단 기능과 학생 수준에서 진도를 나갈 수 있는 도구들도 제공한다.

실제 알렉스를 통해 학업성취도도 향상됐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수업 전 학생들이 숙지했던 주제가 전체의 54%에 해당하는 221개에 불과했지만 알렉스를 활용한 수업 후 주제가 91%로 조사됐다. 

다만 성적 반영에 대한 고민은 숙제로 남았다. 이 위원장은 “알렉스를 활용한 수업 시 평가를 어떻게 할지가 고민”이라면서 “수업에서 AI 활용 정도만 평가에 반영하면 학생들이 최저점만 달성 후 최선을 다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고 고민했다. 반대로 학습 시간을 반영하면 학생들이 접속만 하고 학습하지 않는 부작용도 있었다. 

교수와 학생의 지속적인 의사소통과 우수학생에 대한 포상이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이 위원장은 “수업 시작 후 학생과의 소통에 더욱 신경을 썼다”면서 “학생들에게 이메일이나 문자 연락받은 후 회신할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우수 학생에게 상품권 등의 포상을 지급해 학습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또 “원래 알렉스를 활용할 때는 과목 주제별로 수행 기간을 설정하지만 종강 몇 주 전 각 주제에 대한 수행 기간을 해제하면 학생들이 풀지 못한 문제도 풀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교수자의 적극적인 성찰을 보완책으로 강조했다. AI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매뉴얼 등으로 자세한 사용 방법을 숙지하도록 하는 것이 일례다. 학생들에게 빠르고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사전 지식 점검을 교수가 직접 감독하는 것도 방법으로 제시됐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모두에서 언급했던 “AI는 협업에 유용한 도구일 뿐이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학생중심 교육의 주체를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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