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기보배‧최미선 등 올림픽 여자양궁 금메달리스트 배출한 광주여대
학업과 훈련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는 학생 선수 위주 시스템
양궁부 4년 내내 기숙사비는 물론 유니폼‧장비‧식대까지 지원
탁월한 안목과 세심한 지도력 겸비한 지도자… 선수-감독 간 두터운 신뢰 이어져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한국 여자양궁 단체전의 올림픽 9연패 달성이라는 신기록에는 광주여대가 있었다. 바로 2020 도쿄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 금메달의 주인공이자 개인전, 혼성 단체전까지 3관왕으로 모두 석권한 안산 선수가 소속된 곳이다. 또한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 2관왕의 기보배 선수,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 최미선 선수도 광주여대 출신이다.
광주여대는 명실공히 여자양궁 명문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6명으로 구성된 양궁부에는 안산 선수 외에도 국가대표 상비군인 김민서 선수도 포함돼 있다.
광주여대 양궁부가 뛰어난 실력의 선수들을 줄곧 배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떤 비결이 숨어 있을까. 안산 선수가 금메달 3개를 목에 걸고 모교로 금의환향하던 지난 4일, 본지도 광주여대를 찾아 김성은 감독과 양궁부 선수들을 만나봤다.
■안산 “총장님, 감독님께 금메달 걸어드리고 싶었다” = 이날 광주여대는 축제 분위기로 뜨거웠다. 안산 선수가 모교를 찾는다는 소식에 환영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광주여대는 올림픽 3관왕의 대기록을 쓴 그를 위해 환영식을 열었다. 비록 코로나19 상황으로 아주 적은 수의 관계자만 현장에 참여해 소박했지만 화상으로 참여한 많은 이들은 열광적인 반응으로 그를 맞았다.
환영식에서 안산 선수는 내내 자신의 공을 모교와 김성은 감독에게 돌렸다. 안산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받은 메달을 총장님께 꼭 걸어드리고 싶었다. 우리 학교를 빛낼 수 있게 돼 영광이었고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김성은 감독을 향해 “감독님의 지도 능력이 광주여대 양궁부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라며 “감독님 덕분에 선수와 지도자 간 시너지가 난다. 시합 도중 감독님이 생각을 환기할 수 있는 여러 조언을 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성적에도 영향을 줬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특히 안산 선수의 제안으로 이뤄진 이벤트에서 그의 진심이 더욱 느껴졌다. 안산 선수가 획득한 금메달 3개를 이선재 총장, 김성은 감독에게 걸어주며 감독과 총장, 선수가 나란히 선 모습은 마치 양궁 단체전 금메달 시상식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만이 아니라 한 선수가 시합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벌인 훈련 과정 역시 또다른 단체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엿보였다.
광주여대 양궁부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안산 선수뿐만 아니라 양궁부 학생들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답변을 할 때에도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실업팀 수준의 뛰어난 여건을 제공한 대학과 김성은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이 있어 우리 양궁부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엘리트 체육 한계 극복… 스포츠 아닌 교육학 전공하는 광주여대 양궁부 = 광주여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학생 선수들에게 스포츠 관련 전공이 아닌 일반 사회학 전공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 선수 전원은 ‘초등특수교육과’에 다니고 있다. 이는 학생 선수들이 양궁 외에 다른 진로를 찾아야 할 때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해준 학교의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학생들이 광주여대를 진학하게 된 주요인이기도 했다.
국가대표 상비군인 김민서 선수(3학년)는 “많은 대학에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양궁부 선수들이 레저스포츠과와 같은 스포츠 관련 학과에서 공부하게 되는 다른 대학들과는 달리 우리 대학은 초등특수교육과를 다니도록 하게 돼 있어 이곳에 진학했다. 선수생활을 은퇴한 뒤에 다른 직업으로 전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엘리트 체육은 그 분야에 대한 집중 교육을 통해 뛰어난 선수를 길러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선수생활을 중도 포기하거나 은퇴할 경우 이후의 진로를 전혀 대비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 점에서 광주여대 양궁부의 학생 선수 양성 시스템은 당장의 뛰어난 성과보다 학생 선수 개개인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해 엘리트 체육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실제로 광주여대 양궁부 학생 선수들의 진로는 다양하다. 김성은 감독은 “우리 대학 양궁부 졸업생이 37명으로 이 중에는 선수뿐 아니라 경찰, 교사,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도 있다”며 “운동뿐 아니라 미래를 준비할 수 있어 학생 선수들이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다. 선수들이 양궁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자칫 실패한 인생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대학생으로서도 건강한 미래를 꿈꾸며 불안감 없이 운동을 할 수 있다. 그게 우리의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자랑했다.
이어 김 감독은 “학생 선수들이 공부하며 많은 것을 배운다. 그 과정에서 가치관을 형성하고 목표를 설정한다. 운동선수가 운동만 하면 그것밖에 모르게 된다”며 “우리 대학은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시합 전날에도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항상 학생이라는 본분을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옥남 홍보비서실장은 “우리 대학 학생이라면 누구나 교양수업으로 ‘마음교육’을 받는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나로부터 시작됨을 깨닫고 내 본연의 마음을 되찾는 것이 취지다”면서 “양궁이 고도의 집중력과 정신력을 요하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이 수업은 양궁부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궁부 주장 이세현 선수(4학년)는 “운동으로 대학을 가는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전공도 체육과 관련된 쪽으로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교육 분야를 전공하기에 졸업 후에도 남는 게 있다. 특수교육이라는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했던 분야의 새로운 지식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용 걱정 없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전폭적 지원도 한 몫 = 학업과 양궁,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하면 운동에만 전념했을 때보다 성적이 저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하지만 광주여대는 학생 선수들이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는 대신 그 외의 다른 고민은 하지 않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양궁 훈련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광주여대는 양궁부 학생들을 위해 100% 기숙사비를 지원함은 물론 장학금도 지급한다. 또 장비 비용, 식비, 유니폼 비용까지 전액 지원하고 있다. 이는 이선재 총장이 양궁에 갖고 있는 각별한 관심과 김성은 감독의 세심함에서 비롯됐다.
최예진 선수(2학년)는 “양궁부에 대한 지원은 실업팀 못지 않다. 어쩌면 실업팀보다 여건이 좋다고 할 수도 있다”며 “식비나 유니폼비, 장비 구입비와 같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대학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현 선수는 “총장님의 지원이 없었다면 우리 양궁부가 이렇게까지 잘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총장님이 시합 전이나 후에 필요한 것은 없는지 늘 질문한다”며 “감독님은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좋은 장비와 좋은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며 우리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려 노력한다. 개개인의 컨디션에 맞춰 훈련 시간과 양도 일일이 조절해준다”고 감사해했다.
김성은 감독의 지도력과 학생 선수들에게 전폭적 지원을 해준다는 소문이 퍼지며 광주여대는 여자양궁선수들이 선망하는 대학이 됐다. 여기에 김성은 감독의 뛰어난 안목이 더해지며 광주여대 양궁부는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로 가득하게 됐다.
인옥남 실장은 “김성은 감독이 우리 대학 양궁부의 성장에 기여한 공로가 매우 크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여대 양궁부의 미래는 앞으로도 밝다. 이번 올림픽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 안산 선수는 이제부터 더욱 기대감을 모으고 있고 김민서 선수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역 국가대표와 국가대표 상비군을 두고 이들이 함께 훈련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 광주여대 양궁부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