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 이후 교육위 법안 심사 106일 지났지만 교육위 주도권 두고 여야 정쟁 ‘ing’
국회 임시회는 5일 앞으로 다가와… 현 교육위원장 임기 종료도 임박
교육위 책임 방기, 졸속 법안 처리 도마 위

(사진=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사진=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국회 교육위원회가 교육위원장 임기 종료 일주일 여를 앞두고 법안 심사를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법안 심사 일정을 임시회 개회 5일을 앞둔 시점까지도 합의하지 못한 것이다. 그 사이 400여 개 교육 관련 법안은 논의 대상에도 오를 수 없었다. 수일 내 법안 심사에 돌입하더라도 교육 법안이 졸속 처리될 우려가 있어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2일 기준으로 교육위가 법안 심사를 못한 지 106일이나 됐다. 교육위는 4월 28일 법안소위를 끝으로 단 한 차례도 법안소위를 열지 못했다. 여야 간 법안소위 일정을 합의하지 못하고 반목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위에 계류된 교육 관련 법안은 400여 개에 이른다.

■법안소위 왜 안 열리나 = 법안소위가 열리지 못한 것은 여야 간 갈등 때문이지만 교육위 내 여야 갈등의 원인은 두 가지다. 표면적으로는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 설치법 처리 과정이지만 그 내면에는 교육위 내 주도권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우선 여야 모두 국교위법 처리 과정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교육위의 국교위법 통과는 야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이뤄졌다. 표결 이전 안건조정위원회에도 야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교육위원 16명 중 10명이 범여권 인사로 구성돼 있어 무난히 국교위법을 처리했다. 교육위원 중 9명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1명은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 의원이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6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교위법 처리 과정은 모두 국회법을 준수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위 여당 간사이자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인 박찬대 의원은 “(국교위법을 안건조정위원회를 통해 처리한 것은) 국회법에 따라 민주주의 원칙을 따른 것임을 이해할 것으로 본다”며 “여야 간 합의를 통해 의사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나. 하지만 모든 부분이 남김없이 합의될 수 없는 부분을 고려할 때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당은 법안소위 일정이 잡히지 않아 교육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교육위원들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지난 5월부터 법안소위 개최를 위한 의사일정 합의를 일체 거부하고 있다”며 “4개월 째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교위법을 처리하기 위해 안건조정위원회와 법안소위를 무수히 개최했고 논의를 진척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의결한 법안은 30일 이내 상임위에서 처리하도록 국회법에 의해 명시돼 있지만 국민의힘은 이마저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이 야당을 겨냥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위원회에서 30일 이내에 표결하지 않는 경우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연서로 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바로 심사할 수 있도록 국회의장에게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안건조정위 의결 후 30일이 지났음에도 위원회에서 표결을 고의로 지연하는 등 기한을 넘기는 경우에 관한 규정이 없어 이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입법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정경희 위원은 국교위법 처리를 ‘거대 여당의 입법독주’로 표현하며 “여당은 전체회의 일정도 늦게서야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안건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상정했다”고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또한 안건조정위원회 역시 문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의 9일 기자회견 이후 국민의힘 교육위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국교위법 내용에 대한 심사는 2시간 42분에 불과한 ‘심사 날치기’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그동안 국가교육위원회법 처리과정에서 민주당의 날치기, 입법폭거에 대해 수차례 분명히 반대의사를 밝혀왔고 그 책임은 민주당에 있음을 경고해왔다. 그러면서 이제는 아무일 없었다는 양 법안 심사를 요청하니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합의가 어려울 경우 다수결로 법안 처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교육위 내 주도권이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크게 인식하고 있다. 국민의힘 교육위원들은 “현재의 교육위 법안소위는 민주당이 원하는 법안만을 처리하기 위한 통과의례로 변질되고 있다”며 “그간의 교육위 법안심사 내용을 보면 학생의 학력 증진을 위해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를 확대하는 법안, 교원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편향된 교육환경을 바로잡는 법안, 교장공모과정에서 학교관리직으로의 자격과 자질을 강화하는 법안, 자사고·외고·국제고 등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법안 등 야당이 주장하는 법안에 대해서 여당은 줄곧 반대하거나 논의를 더 해야 한다며 심사를 지연시켜 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원하는 법안만 일방적으로 통과시켜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얼마 남지 않은 교육위원장 임기 역시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달 25일에는 선거를 거쳐 교육위원장을 국민의힘에서 뽑기로 돼 있다.

야당 간사인 곽상도 의원 측은 “여당이 갑자기 법안심사 일정을 서두르는 것은 위원장이 바뀌기 전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함이라고 본다. 현 위원장 임기 만료 전 법안을 강행처리하려는 것”이라며 “야당 의원들에게 법안 대안이 무엇인지, 내용이 무엇인지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법안 졸속 처리 우려… “정치 쟁점화 하지 못한 교육 법안 희생돼” = 여야가 극적으로 일정 합의에 이르더라도 17일 임시회를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 법안이 졸속으로 처리될 공산이 크다.

곽상도 의원 측은 “계류된 법안이 400여 개인데 법안소위에서 이를 모두 처리하자는 것이 현재 여당의 입장이다. 숫자도 많을 뿐 아니라 어떤 법안을 심사할 것인지 심사 우선순위는 무엇인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일정도 아직 합의가 되지 않은 마당이다. 일정이 협의된다 하더라도 여당, 야당 모두 법안 내용을 모두 파악해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여야의 힘겨루기에 교육 법안이 희생되는 모양새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남국 한국정치학회 회장은 “정치 쟁점으로 교육 문제는 일차적 초점에 맞춰져 있지 않다. 시민들이 이슈에 민감하지 않아 뒷전에 밀려나 있는 틈에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고 이는 일종의 책임 방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법안 심사에 지금이라도 착수한다 할지라도 책임을 방기하다가 졸속 심사를 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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