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간 칸막이‧정책 분야 칸막이 막혔던 교육부… “국교위서 통합 논의할 수 있어야”
교육부-국교위 역할 분담이 핵심… “국교위 권한과 책임 명확히 제시돼야”
“대학 지원 방안 등 교육 정책 큰 그림은 국교위, 관리‧감독과 정책 집행은 교육부”

(사진= 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사진= 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지난 9월 설립준비단을 발족하며 국가교육위원회의 모습이 곧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학가에서는 교육부 체제가 교육 발전을 위한 노력을 다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에 등장한 국가교육위원회인 만큼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한 조건이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교육 정책 입안에 있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교육위원회에 확실한 권한을 주고 교육부는 집행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내년 7월 설치된다. 이에 앞서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는 9월 설립준비단을 발족하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법령 제정과 역할 규정 작업에 들어갔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된 것은 교육부 중심의 교육 행정 체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교육부의 한계는 곧 신설될 국가교육위원회에 주어진 해결 과제다.

2019년 한국교육개발원 전문가들이 참여해 한국교육정치학회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 <가칭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전문가 의견 분석: 델파이 조사를 바탕으로>는 교육부와 별도의 거버넌스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정책의 일관성‧안정성 확보 △행정 중심의 과도한 관료주의 극복 △교육의 자주성‧정치적 중립성 확보 △대학의 자율성 보장 △교육 갈등 관리 기제 필요 △행정의 비민주성 제거 등을 들었다.

■ “‘칸막이 행정’ 교육부 한계 극복해야” 국가교육위원회 최대 과제 = 대학가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지적이 나온다. 교육 정책에 있어 부처 간 협조가 쉽지 않았던 교육부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는 부처의 차원을 넘어서 교육 정책과 지방 균형발전 정책이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국가교육위원회가 기능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이어진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주문으로 ‘교육과 사회 혼합형 문제’가 대두되는 현상을 주목한다. 대입전형, 사교육비, 과도한 경쟁과 고통, 교육불평등 심화 등 교육관련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핵심 이유는 이러한 문제들이 교육개혁만을 통해서 해결할 수는 없는 ‘교육과 사회 혼합형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정부적, 범사회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 정책 결정 과정에 관련 부처와 이해관계집단, 경제계까지 동참함으로써 문제 본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해결책도 공동으로 도출해야 정책집행 과정에서 관련 부처와 사회 그리고 이해관계집단의 협조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 고등교육연구소 소장은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인적자원부를 두고 장관을 부총리로 한 것은 교육 문제, 곧 국가 인력 양성 문제란 교육 당국뿐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노동부 등 산업과 노동 분야의 사람들까지 포괄해서 통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며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그 가치가 실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고등직업교육의 경우 교육부만이 아니라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와 관계돼 있고 예산을 분배하는 기재부까지 여러 부서와 연결돼 있다. 고등직업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정부 부처 간 이익과 칸막이를 없애는 역할을 국가교육위원회가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허승옥 전국대학교교무처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은 “교육 정책은 관련 부처의 협조만이 아니라 한 차원 넘어서 지역 간 소통도 동반돼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궁극적으로 지방과 우리나라 교육이 함께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논의의 장을 만들기를 바란다”며 “학령인구 감소, 출산율 감소로 지방과 지역 대학이 처한 현실로 인해 큰 혼란이 있고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 “정책은 위원회, 집행은 교육부” 확실한 역할 분담 주문… “교육정책에 있어서는 가장 강력한 권한 주어져야” 조언도 = 국가교육위원회가 단순히 교육부의 ‘옥상옥’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우려와 당부도 이어진다. 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행정 거버넌스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부 역할에 있어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중장기적 정책을 입안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 교육 문제에 대한 가장 강한 권한이 있어야 실질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두 기관의 역할 조정은 초미의 관심사다. 결국 국가교육위원회는 물론 대학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다. 백정하 소장은 “교육부가 정책 집행 기능을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면 위원회와 교육부의 역할이 어떻게 나뉘느냐에 따라 결국 국가교육위원회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 결정될 것”이라며 “만약 그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대학의 입장에서는 ‘시어머니가 둘’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장기적 정책을 만들 국가교육위원회가 정책 입안의 역할, 교육부는 집행의 역할을 맡도록 조정돼야 한다는 게 교육 현장의 의견이다. 김갑성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 회장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중장기적 교육 정책의 큰 틀을 잡아 제시함으로써 교육 백년지대계의 청사진을 그리고 교육부는 실질적 실무기능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중장기적 방향만큼 당면 과제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기에 교육부가 후자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은 자율성이 확보돼야 그 창의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기관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가 하고 있는 대학에 대한 간섭이 줄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교육 방향이 먼저 제시되고 이에 따라 각 교육기관들이 자율적으로 발전을 도모하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역할 조정 문제에 있어서는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에 대한 지원의 역할을 하며 국가 교육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교육부는 본래의 대학 관리 감독에 집중함으로써 그 역할을 이원화 해야 한다는 당부의 의견이 뒤따른다. 여기에는 그간 교육부를 통해 대학 평가와 예산 지원이 일원화됐던 문제를 다소 해소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숨어있다.

김갑성 회장은 “교육기관인 대학에 대한 관리 감독 역할을 하는 행정부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 평가를 통한 재정지원 방식 보다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장기적 관점에서 대학 지원 예산을 확보해 지원하고, 교육부는 관리 감독을 실시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나눠야 한다”고 역설했다.

남성희 회장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지금의 교육부처럼 대학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국가의 미래 산업과 맞물리는 교육 정책을 만들어 각 교육기관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려도 있다. 명목상 역할 분담이 실제로 이어질 것인가다. 백순근 서울대 교수는 “법적으로 두 기관의 역할이 분담되더라도 실질적으로 그 역할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거나 같은 문제에 대해 권한의 크고 작음을 두고 논쟁하게 되면 실제로 좋은 방향의 정책이 제안돼도 실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되는 데 있어서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혔다.

중장기적 정책을 제안한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정권에 따라 정책이 좌우되지 않겠느냐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우려다. 정일환 한국교육학회 회장은 “국가교육위원회를 헌법기구로 둬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던 것은 초당파적인 기관이 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정권 교체와 관계 없이 일관적이고 지속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으로서는 국가교육위원회가 몇 년 뒤 정치 지형 변화가 있을 때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책 지속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박남기 교수는 지난해 12월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공청회에서 “갈등이 심한 유·초·중등교육, 평생교육 사안 중에서 지방교육자치단체에 넘기지 않은 제반 정책 결정권, 고등교육의 중장기발전계획 수립 및 핵심 정책 결정 등을 국교위의 권한 범위로 할 경우 교육부와의 업무 중복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국가교육위원회에 강력한 권한이 주어져야 실질적 역할 분담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허승옥 회장은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대통령만큼의 권한을 가져야 한다”며 “어중간한 책임과 권한으로는 국가교육위원회라 하더라도 한계를 계속 가질 수밖에 없다. 정권에 관계없이 국가교육위원회의 의지가 곧 대통령의 의지이자 교육 정책 방향이라고 할 수 있어야 복잡 다단한 교육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이 나오는 것은 국가교육위원회의 권한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운영 관련 법제도적 쟁점과 과제’에서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필요성을 다시금 고려할 때 위원회 성공의 핵심은 독립성 확보에 있다”며 “관련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논의에 있어 나름의 모델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그동안의 운영과정에서 헌법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에서 조직축소를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재정 확보 및 배분 측면에서도 정부의 예산 편성·운영지침을 그대로 따라야 하면서 업무수행의 차질과 독립성을 훼손당하는 결과를 초래했음은 나름의 시사점을 준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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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권한 발휘하려면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방안’이 관건 =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 논의가 진행되는 중에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일어난 점은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 충분한 권한을 확보하려면 반드시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과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논쟁이 일지 않도록 자격 요건을 제한하고 무엇보다 교육 전문성이 갖춰진 것으로 인정되는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백순근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가 위원이다. 무엇보다 교육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전문가가 참석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위원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교육 정책의 정치화를 막는 혜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박남기 교수의 주장이 주목된다. 박남기 교수는 여당은 야당 위원, 야당은 여당 위원을 추천하는 교차 추천 방식을 제안한다. 여당 몫 위원의 배수의 후보자를 야당이 추천해 그 중 여당이 위원을 고르고, 반대로 야당 역시 같은 방식으로 위원을 선정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위원이 정당에 소속된 당원인지 아닌지를 떠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활동을 지속한 인물을 제외하는 요건을 만들어 허들을 높이는 방식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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