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영 한국외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에프엔에스 미래전략 연구소장)

윤기영 한국외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에프엔에스 미래전략 연구소장)
윤기영 한국외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에프엔에스 미래전략 연구소장)

메타버스 캠퍼스 마지막 글에서는 메타버스 시대에 우리가 언제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 탐색하겠다. 메타버스 속의 혹은 메타버스를 이용한 유니버시티이므로 메타버시티(Metaversity), 멀티버시티(Multiversity) 미래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메타버스는 인공지능, 사물통신 등 디지털 범용기술과 융합해 발달할 것이고 대학은 대학 구성원과 대학 기능의 변화에 대응해야 할 것으로 메타버시티 등의 미래전략은 이에 대응해야 한다. 

지난번 글에서 스리 호라이즌의 시각에서 메타버스 캠퍼스가 어떻게 발전할지를 전망했는데 메타버시티 미래전략도 스리 호라이즌의 시각에서 풀어야 한다. 참고로 스리 호라이즌이란 트렌드의 생로병사를 기준으로 한 단·중·장기 미래 프레임이다. 스리 호라이즌의 시각으로 미래전략을 풀어내어야 현재를 포함한 단기 미래, 중기 미래 및 장기 미래를 관통하는 전략과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메타버스 성숙이 증강현실 안경 등의 발달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아바타 기술, 공간정보 기술, 그래픽 처리 유닛(GPU), 사물통신 기술 등의 관련 생태계가 충분히 성숙해야 한다.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비용은 적지 않은데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이 비용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만화 캐릭터 같은 아바타가 실제 개인의 얼굴을 닮아야 하며 이의 처리를 위한 GPU 성능 또한 충분해야 한다. 이들 메타버스 생태계는 점진적으로 성숙할 것으로 판단된다. 위의 스리 호라이즌의 구분도 증강현실 안경 등의 기기 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 생태계의 발달 단계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현재부터 단기미래인 호라이즌 1에서는 태블릿이나 개인용 컴퓨터에서 구동하는 메타버시티가 등장할 것이다. 건국유니버스와 게더타운(Gather.town)이 결합된 형태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3D 게임 스타일로 캠퍼스를 돌아다니거나 혹은 강의실을 돌아다니며 게더타운에서와 같이 강의를 듣거나 같은 학생들과 팀프로젝트 혹은 토론을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게더타운은 인터넷 사이트의 하나로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과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줌(Zoom) 등의 기능을 결합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서 원격교육의 형태가 단순 화상 통신 교육보다 편의성 및 직관성 등에서 상당히 진화할 것이다.

페이스북의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s)이 발달하면서 가상현실 기반의 메타버스 강의실도 등장할 것이다. 호라이즌 워크룸은 가상공간에서 강의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가상현실 소프트웨어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 가상공간에서 학생은 옆자리 학생의 미묘한 표정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증강현실 안경을 이용한 실험실이나 강의실도 등장하기 시작할 것이다. 증강현실 안경을 쓰고 건축물이나 자동차 설계 실습을 하고 인체에 대한 학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증강현실 안경 등의 보급률이 낮으므로 학교에서 특정 강의실에 두고 대여하게 될 것이다. 

앞에서 페이스북의 호라이즌 워크룸을 예시로 들었다. 그런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경쟁에 참여할 것이다. 아울러 게더타운과 같은 벤처기업도 다수 등장할 것이다. 이에 따라 발전적 경쟁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줌, 게더타운, 호라이즌 워크룸 모두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을 비롯해 전 세계의 유수 대학은 메타버시티로 점진적으로 전환하고 확장될 것이다. 대학의 메타버시티가 영리 기업의 플랫폼 위에서 구축된다면 공공적 성격을 지닌 대학이 플랫폼 기업에 종속될 위험이 있게 된다. 그 대안으로 호라이즌1에서 우리나라 대학은 메타버시티 플랫폼을 공동으로 구축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단독으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특징과 규모의 경제를 고려해야 한다.

대학 공동 메타버시티 플랫폼을 구축할 때 기존 사고의 틀과 교육 틀에서 과격할 정도로 벗어나야 한다. 학생, 교직원이 바뀌고 교육의 요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를 간략하게 부연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기술의 발달과 대학 진학율의 증가로 지식 생산성이 늘었다. 지식 생산성의 증가는 지식 반감기를 단축시켰다. 20세기 초 공학분야의 지식반감기는 3-40년이었으나 20세기 말 10년 내외로 단축됐다.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로 지식 발견의 효율성이 증가하게 된 21세기 들어 지식반감기는 더욱 단축됐으며 지식반감기 단축은 지속될 것이다. 지식반감기 단축은 대학의 역할과 기능의 변화를 요구하며 지식에 대한 태도와 연구 방법에도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이제 대학생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에서 고등학교 졸업 이후의 전 연령층으로 확대될 것이다.

기계번역도 지속적으로 발달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자연어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의 발달은 한편으로는 실시간 통번역의 품질을 높일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공지능 조교를 가능케 해 대규모 학생의 청강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다만 실시간 기계통번역이 원활하게 되는 미래는 호라이즌2 이후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세대가 주로 접하는 매체도 달라졌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MZ세대는 모바일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익숙한데 그 다음의 알파세대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기에 익숙하게 될 것이다. 매체의 변화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다.

대학도 이제는 ‘남편과 아내를 빼고 다 바꿔야’ 한다. 대학 공동의 메타버시티는 혁신이 돼야 한다. 교수가 주도하는 메타버시티가 아니라 학생이 주도하는 메타버시티를 생각해볼 수 있으며 동시에 공동 메타버시티를 복수로 진행하며 경쟁하게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호라이즌2의 기간에는 몰입형 메타버시티, 멀티버시티가 등장할 것이다. 증강현실 안경 등이 스마트폰만큼 보급되고 메타버스 생태계가 충분히 성숙하게 되는 호라이즌2의 미래에는 일부 메타버시티는 물리적 공간 위에 존재하는 일부 대학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대학은 무한 경쟁의 정글 입구에 발을 걸치게 될 것이다. 모든 대학은 전 세계 학생을 대상으로 전 세계의 대학과 경쟁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나라 대학은 파리대학, 옥스포드나 캠브리지, 하버드나 스탠포드 등과 경쟁해야 한다. 어디서나 접근 가능하며 인공지능 조교에 의해 24시간 질의하고 설명을 들으며 기계 통번역기에 의해 자국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미래에 대학의 경쟁력을 측정하는 기준은 오늘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일부 대학은 틈새 전략으로 오프라인 교육을 강화할 것이다.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의 스킨십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탁월한 대안이 될 것이다. 메타버스가 인간의 욕망을 충실히 만족시킬 것이기는 하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체온까지 제대로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전략으로 특정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고전 100권을 읽게 한 세인트존스 대학을 참고할 수 있다. 지식반감기 단축에 대응해 지식을 다루는 방법에 특화된 대학이 등장할 수 있다. 인식론, 지식탐색법, 비판적 사고, 다양한 방법론, 인지적 유연성 제고, 인지 부담 관리 역량 등을 대학에서 공부하고 실습하고 단련하는 것도 새로운 대학의 특징이 될 수 있다. 대학간 연계를 통해 풍부한 강의 과목을 개설하는 것도 새로운 전략 대안이 될 수 있다. 학생의 선택 편의성을 위해 지식경로개발을 자문하고 수강과목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 된다.   

정리하자면 몰입형 메타버시티, 멀티버시티가 대중화됨에 따라 대학은 고유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은 공동 메타버시티와 멀티버시티 플랫폼 위에서 고유의 콘텐츠와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이 때가 되면 우리나라 대학은 공간적으로 옆 동네나 혹은 한국에 소재한 다른 대학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상의 대학과 경쟁해야 한다.

증강현실 안경 등의 대중적 보급은 지식생산성을 상당히 높일 것이다. 다수의 실험과 설계가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콘텐츠 생산성도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이에 따라 지식산업(Quaternary Activities)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지식산업의 변화는 일자리의 변화를 의미하며 일자리의 변화는 대학이 학생에게 줄 수 있는 혹은 줘야 하는 가치에도 변화가 있을 것을 뜻한다.

호라이즌3가 되면 물리적 공간의 대학과 메타버스 공간의 대학 사이에 구분이 희미해질 것이다. 특히 사물통신 기술과 증강현실 등 기술이 결합함에 따라 가상실재 공간의 경험이 현실 공간과 감각으로 재현될 것이고 현실 공간의 경험이 가상공간에도 중첩될 것이다. 이에 따라 메타버시티와 물리 공간의 대학 간 구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될 것이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대학이 독자적으로 사물통신과 메타버시티를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IT 기업과 공동대응해야 한다. 다만 학문적 독자성과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과 대안도 같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세계 유수 대학은 메타버시티, 멀티버시티를 하나의 상표로 내놓을 것이고 여러 대륙에 걸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이나 교수 자리에서 물러나 새롭게 대학생활을 하는 학생이 메타버시티와 멀티버시티의 노마드가 될 것이다. 

아래에 메타버시티와 멀티버시티 미래전략을 개괄해 제시했다.

대학의 미래전략은 교수, 학생, 교직원이 미래변화를 전망해 창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위에 제시된 미래전략은 각 대학 당국의 미래전략, 특히 메타버시티와 멀티버시티를 위한 미래전략을 창안하기 위한 마중물에 불과하다. 더 많은 리서치와 실천적 고민이 수반돼야 한다.  

메타버시티는 우리나라 대학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글로벌 지식 노마드의 중심이 될 기회이다. 모든 대학에게 메타버스 캠퍼스로 나아가는 출정식에 대학의 한 일원이며 동료로서 무한한 응원과 기대를 드린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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