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합계출산율 ‘0.84’명 역대 최저
저출산 문제 ‘악화일로’… 문재인 대통령 언급한 ‘골든타임’ 깨져
학령인구 감소 위기 전문대학 ‘평생교육’으로 승부해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처음으로 20만명대로 내려앉았다.(사진=한국대학신문DB)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처음으로 20만명대로 내려앉았다.(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0.84명’

통계청이 2021년 8월 공개한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1970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이자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달성한 적 없는 수치다. 지난해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표한 ‘2020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198개국 중 한국은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했다. 한국 출산율은 세계 평균(2.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제는 ‘아이를 왜 안 낳을까’보다 ‘왜 낳아야 할까’를 물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처음으로 20만 명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총 출생아 수는 27만 2300명으로 전년대비 3만 300명이 줄었다. 특히 ‘데드크로스’(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초과) 현상까지 처음 발생하면서 인구절벽 시대가 도래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대응 명목으로 예산 225조 원을 투입했다. 성적은 ‘0’명대 출산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 2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대통력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첫 간담회에서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고 2031년이면 대한민국 총인구가 줄게 된다. 이제는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경제가 어렵다는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심각한 인구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며 “심각한 인구위기 상황을 해결할 마지막 골든타임이 지금이며 골든타임을 살려내는 것이 위원회가 할 일이다. 이 문제에 대한 절박성을 대통령으로서 잘 인식하고 있고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의지와 달리 저출산 문제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합계출산율은 2017년 1.05명에서 하향곡선을 그려 2018년 0.98명, 2019년 0.92명에 이어 지난해 0.84명까지 추락했다. 2017년 문 대통령이 언급한 ‘골든타임’을 잡기 위해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소용없었다. 그야말로 저출산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출생아 수도 내리막길이다. 2017년 35만 7800명에서 2018년 32만 6800명, 2019년 30만 2700명 순으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지난해 27만 2300명을 기록하면서 30만 명 벽이 맥없이 무너졌다.

문재인 정권의 저출산 정책이 ‘쓴맛’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저출산 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8월 발표한 ‘저출산 대응 사업 분석 분석·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 대학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들이 (정책)일부에 포함돼 있고 관련 세부예산을 구별해내는 것이 어려워 관련 없는 예산까지 저출산 예산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며 “저출산 예산에 포함되는 사업 내용이 변경됨에 따라 예산의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출산 대책의 수립 업무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담당하고 있으나 동 위원회는 자문위원회로 정책 결정과 예산 편성 권한이 없어 효과적인 정책 조정을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정책에 대한 책임이 모호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위원회는 행정부처의 파견자 위주로 인력이 구성돼 관련 지식의 축적과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정책에 대한 책무성 제고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행정부처를 중심으로 정책을 책임있게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인구 감소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감소세가 시작된 생산가능인구는 최근 저출산 추세와 코로나19 충격이 2030년 이후 본격적으로 반영됨에 따라 2038년부터 3000만 명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민식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재정팀 차장은 “임신 유예와 혼인 감소 등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이 출산율로 가시화될 것”이라며 “2022년 합계출산율이 통계청의 최악 시나리오인 0.72명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이 되면 우리니라 고령화율이 일본을 제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사진=한국대학신문DB)
2024년이 되면 우리니라 고령화율이 일본을 제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사진=한국대학신문DB)

■저출산 문제에 고령화까지 ‘설상가상’ = 고령화는 더 ‘악재’(惡災)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20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355만 명, 여성은 446만 5000명이었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5182만 1669명으로 65세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5.8%에 달한다. 

고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생산가능인구가 이들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은 커졌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3월 공개한 ‘내국인 인구 시범 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만 15세~64세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하는 65세 이상 인구가 64.9명이다. 2020년(22.3명)과 비교하면 20년 후 노년층 부양 부담이 2.9배로 늘어난다. 김경수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유소년부양비는 2020년 17.5명에서 2030년 12.8명, 2040년 11.2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합계출산율의 하락으로 유소년인구가 급감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며 “반면 노년부양비는 고령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2020년 22.3명에서 2030년 40.0명, 2040년 64.9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24년이 되면 우리니라 고령화율이 일본을 제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달 3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대통령직속 8개 위원회가 공동 주최해 열린 ‘인구감소, 초고령사회, 지방소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2060년이 되면 우리나라 총 인구는 800만 명이 줄어드는 데 비해 노년 인구는 1882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자연히 생산인구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며 “지난해 우리나라 고령화율은 일본보다 13.2%p 낮았으나 2045년 37.0%로 일본(36.7%)을 넘어서고 2060년이 되면 가장 높은 단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 부위원장은 “우리나라 출산율은 1960년~1970년대까지 높았으나 지난해 기준 합계 출산율이 0.84명을 기록할 정도로 6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최근 5년간 합계출산율 추이를 봐도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출산율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20년~40년 사이 저출산 여파가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으로 보인다”고 재차 강조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지난 6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은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정책은 60점 이하다. 상당기간 이러한 결과가 계속 나오는데 장관은 단일부처로 해결 못하겠다든지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지난 5년간 정부 예산과 지원금 교부 등을 통해 투입된 비용이 약 250조 원 이상이다. 현금 지급만 150조 원에 달한다”며 “성과는 최악이다. 현금 지급을 했는데도 출산이 늘지 않으면 다른 정책을 개발했어야 했다.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금 행정적으로만 대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퇴양난’에 빠진 한국, 학령인구 감소 위기에 전문대학 ‘생존법’ =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진땀을 빼고 있는 정부지만 ‘묘수’가 없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깊은 수렁’에 빠진 정부가 재역할을 못해주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교육현장에 전가되고 있다. 이제 지방 지역에 위치한 유·초·중등학교가 문을 닫는 일은 흔해졌다.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대학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방 소재 대학은 그 타격이 더 크다. 지역 내 입학자원도 부족한데 지역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실제로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일반대보다 전문대가 신입생 충원율에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올해 수도권 일반대 충원율은 99.2%였다. 반면 지방 일반대는 92.2%의 충원율을 보였다. 수도권 전문대는 86.6%, 지방 전문대 82.7%의 충원율을 기록했다. 또한 수도권 일반대의 입학인원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6.8%에서 올해 40.4%로 매년 높아졌다. 2024년에는 41.9%에 이를 것으로 교육부는 전망했다. 

수도권 쏠림 현상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은 전문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에 비해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에 더 취약하다. 전국의 전문대학은 133개교에 달한다. 하지만 서울권 소재 전문대학은 단 9개교에 불과하며 인천 지역도 3개교밖에 없다. 다시 말해 대다수 전문대학이 지방에 있는 것이다. 여기에 그 지역에 있는 일반대학과도 경쟁해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신입생 모으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침체된 상황 속에서 전문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평생교육’에 답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고령인구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평생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주목 받고 있는 점에서다. 특히 ‘평생교육의 허브기관’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던 전문대학의 역할을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이정표 한양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이 이제는 평생직업교육에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문대학은 전통적인 신규고졸자 중심에서 탈피해 성인학습자 자원을 확보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며 “이제 교육의 본질을 평생직업교육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 지원이 꼭 필요하다”며 “전문대학은 13년간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정부의 보조금이나 재정지원 없이는 평생직업교육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원섭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도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많은 일반대학이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전공을 전문대학으로부터 카피하고 있다. 결국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한정된 입학자원만으로 일반대학과 경쟁할 경우 전문대학이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며 “고령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이에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참고로 전문대학은 평생직업교육의 허브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힘써왔다. 지난해 11월 5일 전문대교협은 전국 단위의 평생직업교육 허브 구축을 위해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의회’를 발족했다. 출범의 목적은 전문대학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로 고용 환경의 급격한 시대적 변화를 대비해 평생직업교육의 전환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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