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내년 1월 27일 시행
산업재해 사망사고 매년 증가 지난해 2배 이상 치솟아
우리나라 산업재해 OECD 회원국 중 ‘상위권’
전문대학 산업재해 예방 관리자 양성 총력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눈부신 경제발전이 무색하게 대한민국은 OECD 산재사망률 1위다. 한 해 2400명, 하루 6명 이상이 일터에서 사망하고 있다. 이천의 물류센터 화재사고와 12년 전 냉동창고 화재 같이 산업현장에서 수십 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참사 또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경지도지사 공식 SNS에 게재된 글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산업재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1월 26일 제정돼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골자는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경영책임자·법인 등을 처벌하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6월 강은미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을 중심으로 21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발의됐다. 강 의원은 법안 발의 취지에 대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와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 사망사고, 이천 물류센터 화재참사, 광주 파쇄기 협착 사망사고 등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시민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산업재해 사례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하다 기계에 끼어 사망한 사고.
-2020년 4월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하는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진 사고.
-2020년 5월 광주 광산구의 한 목재 가공공장에서 폐목재 파쇄작업을 하던 김재순 씨가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한 사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역행하고 있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2062명(사고+질병)으로 2019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2020명보다 42명 늘었다. 또한 지난 4월 통계청이 공개한 ‘한국의 SDGs 이행 현황 2021’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 10만 명당 사고 사망자 수는 5.09명으로 미국, 터키 등과 함께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나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결과로 세계에서도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나라로 오명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재해 발생 추이에 대해 국회에서도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먼저 지난 9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경북 상주ㆍ문경시)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현대건설을 비롯해 국내 10대 건설사 원·하청업체에서 산재 발생 건수가 2017년 812건에서 지난해에는 1705건으로 약 2배 이상이나 급증했다. 임 의원은 “연간 1000명 수준의 사망자가 발생하던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부 개정했지만 산재사고는 줄지 않았다”며 “정부는 노동자들의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와 국민의 편에 서서 기업의 안전보건 조치를 강화하고 안전 투자를 확대해 산업재해 사고의 발생률을 줄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기업에서의 산업재해도 치솟았다. 지난 12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을)이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로 64명이 사망하고 1548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한해에만 한국철도공사에서 사망자 1명을 비롯해 부상자 50명이 발생했고 국가철도공단 역시 사망자 1명에 부상자 38명이 발생했다. 진성준 의원은 “산재를 줄이기 위해 안전분야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철도공사 종사자들에 대해서는 직무별 ‘건강영향평가’를 실시해 그에 맞는 맞춤형 보건관리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여파로 ‘배달시장’ 규모가 성장하면서 배달대행업체 등에서 일하는 퀵서비스업 근로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12일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광주시을)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퀵서비스업 근로자의 산업재해가 5년간 6267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산업재해 수치는 OECD 회원국 가운데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 즉 세계적으로도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나라인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간한 ‘OECD 국가의 건설업 산재 사망사고 실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5147명) △터키(1406명) △일본(978명) △멕시코(971명) △한국(964명) 순으로 OECD 회원국 전체 산업사고 사망자수 5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간과하면 안 되는 것= 정부와 국회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정책을 펴고 법안도 제정했지만 재해를 줄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산재 사망사고 절반 감축을 국정 목표로 내걸고 출범 직전 연간 1000명 수준이었던 산재 사망자를 임기 내 500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공약했지만 이 같은 추세라면 사실상 불발이다.
앞서 언급한 ‘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 발표’에 따르면 질병을 제외한 사고로만 봤을 때 산업재해 사망자는 882명이다. 이는 2019년 855명보다 27명 늘었다. 당초 정부는 △725명(2020년) △616명(2021년) △505명(2022년)으로 목표치를 설정했다. 지난 1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2021 산재 사망사고 감축 추진방향’ 관련 브리핑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019년의 경우에는 현장 중심의 불시점검 감독을 집중 추진하면서 일정한 성과도 도출된 바 있었다”며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점검 감독이 많이 미진해 목표만큼 사망 사고를 감축하지 못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올해 정부는 2022년 5월까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를 20%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아울러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도 발효된다. 법안의 효과성에 대해 누구도 명확하게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 조항 가운데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할 ‘핵심 조항’이 있다. 핵심 골자에서는 벗어났지만 빼놓을 수 없는 조항이 존재하는 것이다. 바로 ‘안전관리자’ 배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정해진 수 이상의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안전보건관리담당자·산업보건의 등을 배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7조부터 제19조까지는 각 관리자 배치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산업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 사업장마다 근로자를 관리·감독하는 ‘안전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안전 전문가의 필요성은 크다.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근로자 스스로 안전수칙을 소홀히 해 발생하는 경우나 안전관리·감독을 등한시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방적 측면에서 안전 전문가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이 가운데 현장관리·감독을 수행할 수 있는 안전 전문가도 빠질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24조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20명 이상 또는 50명 미만인 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담당자를 1명 이상 선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내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기업들은 회사 내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와 안전보건관리자의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 중요한 안전 전문가 양성을 전문대학이 선도하고 있다. 전문대학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돼 있는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안전보건관리담당자’ 등을 양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문대학으로는 △대림대(보건안전과) △경남도립남해대(산업안전관리과) △유한대(산업안전학과) △순천제일대(산업안전관리과) △대전보건대(재난소방건설안전과) △오산대(산업안전보건과) △청암대(소방안전관리과/산업안전관리전공) △인덕대(건설안전공학과) △김포대(산업안전환경계열) 등이다.
실제 2017년 유한대 산업안전학과를 졸업한 A씨는 현재 대기업에서 안전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다. A씨는 “처음 안전이라는 막연한 단어에 이끌려 아무것도 모른채 산업안전학과를 선택했다. 산업안전이라는 분야에 호기심으로 입학했고 신입생이 돼 전공과목을 수강하면서 점차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와 같은 전문가로 취업할 수 있다는 목표가 생겼다”며 “졸업 전 산업안전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인 SK건설에 안전관리자로 입사하게 됐다. 이후 회사 내에서 우수한 안전관리자로 선발돼 승진의 기쁨도 맛보며 하루하루 전문 관리자로서 성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