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교육 융합의 지향점은 양질의 교육 제공
디지털 경제 변화 속도 대학 따라잡기 힘들어
진정한 융합이 뭔지 고민 필요

27일 제주 메종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제6회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 콘퍼런스’ 1세션 토론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수연 영산대 부총장, 이동철 제주대 기획처장. (사진=한명섭 기자)
27일 제주 메종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제6회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 콘퍼런스’ 1세션 토론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수연 영산대 부총장, 이동철 제주대 기획처장.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디지털 분야와 교육의 융합에서 제1의 목표는 교육의 질 향상이어야 한다.

27일 제주 메종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제6회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 콘퍼런스’ 토론 참석자들은 데이터와 AI 등 디지털 분야와 교육의 융합에서도 궁극적인 목표는 양질의 교육 제공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이날 첫번째 세션은 김상윤 교수가 ‘데이터경제 시대, 디지털뉴딜 정책과 대학의 대응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이후 벌어진 토론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경제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든 대학의 고충이 엿보였다.

김수연 영산대 부총장은 데이터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부총장은 “학생들에게 확보한 내부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학습자중심 교육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데 관리가 어렵다”며 “영산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대학이 교육성과관리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해야 학생맞춤교육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디지털 적용에만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수업의 교육적 효과를 끌어올리면서 활용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는 뜻이다.

김수연 영산대 부총장. (사진= 한명섭 기자)
김수연 영산대 부총장. (사진= 한명섭 기자)

이동철 제주대 기획처장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이동철 처장은 “빅데이터학과나 데이터 분야 융합 학과를 제주대도 최근에 개설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융합이 무엇인지 되물었다. 이 처장은 “단순히 학과와 학과를 통합해서 새로운 융합학과를 만드는게 맞느냐”며 “융합이라는 이름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무턱대고 기존 학과를 AI융합학과로 바꾸는 게 진정한 융합에 부합하는지 고민이라는 뜻이다. 또 미네르바 대학처럼 교육의 본질을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대학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이동철 제주대 기획처장. (사진=한명섭 기자)
이동철 제주대 기획처장. (사진=한명섭 기자)

발제를 맡았던 김상윤 교수는 디지털 분야를 대학교육에 반영할 때 주의할 점을 설명했다. 먼저 교육환경의 디지털 전환이다. 김 교수는 “캠퍼스 자체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베이스나 시스템을 디지털 기반으로 구축하는 것, 학제간 기관간 산학연 융합도 디지털로 교육환경을 전환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교육방법의 전환에서 교수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는 교수들이 학습자에 최적화된 맞춤 형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봤다. 데이터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효과적인 교육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식의 접점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와 학생과의 의사소통 영역, 메타버스가 활용되는 교육방법에 대한 고민이 사례로 제시됐다. 

학제간 융합이나 교육과정 설계가 단번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점도 언급됐다. 김 교수는 “디지털을 활용한 교육 체계나 학문적 접근이 단번에 이뤄지는게 아니다 보니 해가 갈수록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와 교육방법이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적인 예로 미국 MIT 공대를 들었다. MIT는 2019년 AI를 전 분야에 융합시킨다는 모토 아래 AI경제학, AI의학처럼 개별 전공을 선택하지만 AI를 필수전공으로 이수토록 했다. 김 교수는 “기초소양교육과 학생의 주전공을 연결해서 학문 체계를 바꾸겠다고 선언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데이터 경제 시대의 축이 AI에서 데이터로 옮겨간 흐름도 주목할 만하다. 김 교수는 “지난 몇년간 가장 중요한 디지털기술은 AI였는데 최근에는 데이터가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각 학문 분야별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양질의 데이터가 어떤 데이터인지와 교육에 어떻게 활용할지 데이터 중심 판단이 중요한 시대라는 뜻이다.

급속도로 전개되는 변화에 당장 대응하기 급급해 본말이 전도된 대학의 현실도 언급됐다. 김 부총장은 메타버스를 실제 수업에 활용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해당 수업을 한 교수에게 메타버스 도입에 돈이 얼마 드냐는 문의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이어 “메타버스를 활용해 학생과 어떻게 교류를 하고 어떤 교감을 할지가 중요한데 이에 대한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디지털 격차에 대한 우려에도 토론자들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 부총장은 “한 분야에 권력이 과잉 집중되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다는 점에서 디지털 격차를 대학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 중 하나인 케임브리지대학교로 유명한 영국 케임브리지셔에 자리 하고 있는 자선단체 라즈베리파이재단의 사례를 들었다. 라즈베리파이재단은 9세에서 11세 사이의 전 세계 학생 10만 명을 대상으로 무료 디지털 교육을 실시했다. 김 부총장은 “라즈베리파이재단의 사례처럼 대학이 개별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문제를 국가와 대학이 어떻게 연합해서 대응할 수 있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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