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내년 3월 9일 치뤄질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여야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여야 간의 물밑 경쟁이 달아오르며 대선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대선후보들이 여러 공약들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전문대학과 관련한 고등교육정책 공약도 내놓을지 전문대학가에서는 주목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는 대선후보들이 확정됨에 따라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정책 공약 제안에 본격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대교협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에서는 ‘제20대 대선 공약과제(안)’을 발표했다. 본지와 전문대교협은 공동기획을 통해 대선후보들에게 전문대학의 변화상과 과제, 미래고등직업교육 준비를 위한 과제와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고등교육체제’의 변환점,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 재구조화
② 전문대학 미래시대 역할론… ‘지역거점 평생직업교육기관’
③ “‘고등직업교육’ 이제는 국가가 적극 나설 때”
대선 시계가 100일도 채 안 남았다. 내년 3월 9일 치르는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될 것인가. 현재 양강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함께 출발선에 서는 다자 구도로 본격 레이스가 시작됐다. 대선 레이스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4명의 후보자들은 자신만의 공약들을 속속들이 발표하며 국민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문대학가에서도 이들의 행보를 유심히 살피고 있는 상황. 앞으로 전문대학 발전에 앞장서는 든든한 리더가 4명 중 탄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문대교협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에서 ‘제20대 대선 공약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선 후보자들에게 전문대학의 의지가 담긴 ‘공약서’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전문대교협은 총 3가지의 대선 어젠다를 내걸었다. △4차 산업혁명 대응 고등교육체제 혁신 △전문대학을 지역거점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육성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 강화 등이다. 지난 2회차에 이어 3회차에서는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 강화’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도 도입’이다. 저출산 문제로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전문대학이 위기에 봉착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라 고등직업교육체제 혁신을 일궈나가고 있지만 전문대학 힘만으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이다. 주요 원인은 ‘재정 여건’에 있다.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일반대학은 약 3만 명 수준의 학생이 줄은 반면 전문대학은 약 6만 명이 줄었다. 학생 수가 줄면서 전문대학의 핵심 재원인 등록금 수입도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이다. 결국 대학 운영에 필요한 재정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학령인구 감소는 전문대학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지난 5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에 따르면 2021학년도 전국 대학(전문대 포함) 신입생 미달 인원이 사상 최대인 4만 58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미달 인원 1만 4158명의 약 3배에 이른다. 교육부는 2024년까지 대학 미충원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 대학은 입학자원 감소라는 매우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올해 전국 대학 미충원 규모는 약 4만 명 수준으로 2024년까지는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미충원이 크게 발생하면서 지역 경제 위축, 일자리 감소 등 지역의 위기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대학은 2만 4190명, 일반대학 1만 6396명이 미달됐다.
이에 따라 전문대학은 신입생 등록률에 스크래치가 났다. 지난 1월 이희경 전문대교협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이 발표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전문대학 체제 혁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0학년도 신입생 미달사태를 겪은 전문대학은 전국 133개 대학 중 77개교로 절반을 넘어섰다. 2021학년도 결과는 더 참혹하다. 본지가 대학알리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입생 등록률 100%를 달성한 전문대학은 26개교에 그쳤다.
신입생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등록금 수입도 줄었다.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등록금 수입은 2008년 2조 5317억 원에서 2019년 2조 4280억 원으로 1037억 원 줄었다. 최근 12년간 누적물가상승률 24.7%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약 6569억 원의 등록금 수입이 줄은 셈이다. 여기에 적립금과 기부금까지 축나면서 전문대학은 막다른 길에 내몰렸다.
교육부가 지난 8월 공개한 ‘2021년 8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사립전문대학의 교비회계 적립금은 2조 4923억 원으로 전년(2조 5004억 원)보다 81억 원 줄었다. 적립금은 대학이 미래에 일어날 일을 대비해 기부금과 법인전입금 등을 아껴 모아 놓은 기금을 말한다. 대학의 ‘예비 곳간’으로 불리며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도 쓰인다. 기부금의 경우 지난해 373억 원으로 전년(534억 원)보다 161억 원 줄었다. 수도권대학 기부금은 183억 원으로 전년(246억 원)보다 63억 원이 줄었고 비수도권 대학은 190억 원으로 전년(288억 원)보다 98억 원이 증발했다.
학령인구·등록금·적립금·기부금 등 주요 지표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대학 운영에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전문대학의 재정 상황은 가히 최악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9년 12월 공개한 ‘고등교육 정부 재정 확보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2년간(2007~2018년) 사립대학 운영수지를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시행된 등록금 동결 유도와 2010년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재정건전성이 급락했다. 전문대학은 2015년, 일반대학은 2016년부터 재정결손이 시작됐다. 서영인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전문대학은 2015년 -427억 원에서 2018년 -1132억 원으로 재정결손액이 점점 늘어났다”며 “대학 당 재정적자는 2015년을 시작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8년 전문대학 평균 재정적자 규모는 9억 600만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전문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의 상황도 전문대교협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전문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국가 평균 대비 약 46.6% 수준으로 매우 낮다”며 “전체 교육기관 중에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한 정부의 재정지원 미흡과 경직성경비(인건비 및 관리 운영비 등) 증가 등으로 교육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고등교육 예산을 매년 늘렸다. 하지만 대학의 재정 상황은 퇴보했다. 정부는 대학이 국가경쟁력이라는 포부를 밝혔지만 정작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포함한 유·초·중등교육 예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편성했다. 교육부가 지난 8월 공개한 ‘2022년도 교육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편성’ 자료에 따르면 유·초·중등교육에 편성된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포함해 69조 80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고등교육 예산은 11조 8000억 원에 불과했다.
특히 우리나라 고등교육 예산은 OECD 평균도 안 된다. 교육부가 지난 9월 공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 지표 2021’에 따르면 초·중·고교 단계에서 GDP 대비 공교육비는 2018년 기준으로 정부 재원 비율이 3.1%로 OECD 평균인 3.1%와 동일했다. 민간재원의 경우 0.4%로 OECD 평균인 0.3%보다 0.1%p 높다. 하지만 고등교육 단계는 정부 비율이 0.6%로 OECD 평균인 0.9%보다 0.3%p 낮았다. 민간과 정부의 공교육비 비율 차이도 상당하다. 민간재원은 0.9%로 OECD 평균 0.4%보다 훨씬 높았다. 고등교육 재원은 정부 보다 민간에서 더 많이 투입되고 있었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의 경우 초·중·고교는 OECD 평균보다 높았다. 하지만 고등교육에서는 OECD 평균보다 낮았다. 2018년 기준 고등교육 분야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1만 1290달러(약 1350만 원)인데 비해 OECD 평균은 1만 7065달러(약 2000만 원)로 650만 원의 차이를 보였다.
전문대교협은 대선 어젠다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제도 도입을 내걸었다. 고등직업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핵심은 OECD 국가 평균 수준인 3조 2000억 원 수준(기존 5000억 원+추가 2조 7000억 원)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재원확보 방안은 내국세와 연동해 약 1.0% 수준의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문대교협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제도는)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 체계적이고 예측가능한 고등직업교육 추진을 통해 청년실업과 사회양극화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전문대학가에서도 고등교육재정교부금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경태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장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시행된다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재정에 숨통이 트일 것이고 이는 양질의 교육제공으로 반드시 이어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주원식 한국전문대학학생처장협의회장은 “정부는 부모의 마음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결심해야 한다. 대학이 등록금 수입으로 대학을 대학답게 운영하기 힘들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지금은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이 아닌 대학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27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고등교육 위기 극복과 공공성 확대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뷰금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서동용 의원은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에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쳐 고등교육 생태계가 고사 위기에 있다. 고등교육의 위기는 국가경쟁력의 위기다. 고등교육의 경쟁력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공적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고등교육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으로 ‘성인학습자 평생·직업교육장학금 지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으로 성인학습자의 직업 전환과 재취업 교육지원 등 평생직업교육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1위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추세 국제비교와 정책시사점’에 따르면 1970년∼2018년까지 지난 50년간 OECD 37개국 중 고령화속도가 가장 빨랐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평생직업교육에 중심축을 맡고 있는 전문대학이 주목받고 있다. 만학도 입학 증가는 물론 U턴 입학 사례도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고등교육을 받은 성인학습자도 산업과 직무 환경과의 불일치 해소와 역량 강화를 위해 그리고 제2의 인생을 찾기 위해 전문대학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평생학습 참여율 변화 추이는 △30.5%(2010년) △36.8%(2014년) △42.8%(2018년)로 꾸준히 올랐다.
지난 6월 전문대교협이 공개한 ‘전문대학 최근 5년 성인만학도 현황’에 따르면 전문대학에 지원한 만학도들이 크게 늘었다. △2017년 5997명 △2018년 6935명 △2019년 7265명 △2020년 7760명 △2021년 8150명으로 4년 만에 만학도가 2153명이나 늘었다. 특히 전문대학 입학자 가운데 26세 이상 만학도는 매년 증가해 지난해 2만 명을 돌파했다. 이어 U턴 입학생의 경우 △1253명(2013년) △1283명(2014년) △1379명(2015년) △1391명(2016년) △1453명(2017년) △1537명(2018년) △1525명(2019년)으로 2019년에 소폭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꾸준히 늘었다. 만학도와 U턴 입학생이 증가하는 것은 희소식이나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바로 성인학습자의 일·학습 병행에 대한 문제다.
전문대교협은 “사실 성인학습자의 대부분이 참여의사는 있으나 학비 부담과 시간 부족 등으로 적극적으로 일·학습 병행에 참여가 곤란한 상황이다”며 “실제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학습시간 부족과 학부 부담 그리고 상사 눈치 등으로 학습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인학습자 친화형 직업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국가장학금 사업대상에 해당 장학금을 신규로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대교협은 해당 장학금 신설로 인해 기대되는 바가 크다고 내다봤다. 전문대교협은 “(해당 장학금이 신설된다면)4차 산업혁명 시대 취약계층인 고졸 성인학습자에 대한 직업교육 확대를 통해 일자리 확보와 소득수준 개선을 통한 양극화 해소가 가능할 것이다”며 “또한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제1차 베이비부머세대 대거 은퇴 시기 도래에 따른 부족한 노동인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