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33개교 전문대 관계자가 쏘아올린 ‘전문대학 20대 대선 어젠다’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 강화’ 등 고등직업교육 혁신 ‘한목소리’
주요 정당 고등직업교육 정책담당자, “전문대학의 위기 공감·문제 해결” 약속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고등직업교육 발전 대토론회’가 개최됐다.(사진=한명섭 기자)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고등직업교육 발전 대토론회’가 개최됐다.(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전문대학의 핵심 어젠다가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요청드린다.”

24일 오후 1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등직업교육 발전 대토론회’에서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학회장(삼육보건대 혁신기획처장 겸 산학협력단장)은 이 같이 말했다. 박주희 회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대토론회가 뜻깊은 것은 제20대 대선을 44일 앞두고 주요 정당의 고등직업교육 정책담당자들과 함께 입학자원 감소와 재정여건 악화 등 위기에 처해있는 전문대학의 혁신 방향과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며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는 심화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뉴노멀 시대에 고등직업교육 대혁신을 주도하는 데 앞으로도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토론회는 저출산·고령화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을 위해 평생직업교육중심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의 역할을 강화하고 전문대학의 교육여건과 재정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자 기획됐다. 대토론회는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에서 인원제한 준수와 손소독제 비치 등 방역을 철저히 준수했다. 

현장에는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학회장, 강문상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 박백범 더불어민주당 교육대전환위원회 부위원장, 나승일 국민의힘 교육정책분과위원장,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회 정책위원, 신용현 국민의당 중앙선대위원장 등을 비롯해 전국 133개교 전문대학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대토론회는 △개회사 △환영사 △축사 △주제토론 △자유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환영사를 맡은 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이 일정상 참석하지 못해 환영사는 김영도 동의과학대 총장이 대독했다. 김영도 총장은 “현재 전문대학의 미래는 매우 암담하다. 이번 대선이 전문대학이 살고 고등직업교육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며 “이번 대토론회에서 각 대선주자들에게 전문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그리고 대한민국의 고등직업교육이 발전할 수 있는 지원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대토론회는 저출산·고령화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을 위해 평생직업교육중심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의 역할을 강화하고 전문대학의 교육여건과 재정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자 마련됐다.(사진=한명섭 기자)
대토론회는 저출산·고령화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을 위해 평생직업교육중심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의 역할을 강화하고 전문대학의 교육여건과 재정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자 마련됐다.(사진=한명섭 기자)

축사를 맡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등 총 4명의 주요 대선 후보들은 현장 참석 대신 정당 관계자 대독 또는 영상 축사로 대체했다. 이들은 전문대학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먼저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이재명 대선 후보를 대신해 축사를 대독했다. 박성준 선대위 대변인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대학 특히 전문대학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 이는 지역경제에도 큰 위협을 초래한다”며 “지역 교육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지역 대학에 대한 전향적 투자가 필요하다. 교육현장과 꾸준한 소통으로 전문대학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영상 축사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저성장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동시에 일자리의 미스매치 문제도 심각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직업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미래 신산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의 질을 높이고 실무형 전문기술인 양성을 위한 고용 중심 교육체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전문대학이 우리나라의 중추적인 고등직업교육 기관으로 더욱 공공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국민의힘이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전문대학을 강력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그동안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한 고등직업교육은 산업현장에 꼭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고 청년들의 취업률을 높여왔다. 지역 밀착형 인재를 육성하고 평생학습 거점 역할을 하면서 우리 사회의 밀알 역할을 해왔다”며 “저는 이제 고등직업교육이 단지 밀알이 아니라 중추적인 역할을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심 후보는 “국가 평생직업교육 체계를 수립해 지역 전문대학을 거점으로 하는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강력히 지원하겠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마이스터 대학 확대도 검토하겠다”며 “정부가 고등교육까지만 책임지면 되던 시대는 끝났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전문대학이 앞으로도 미래 핵심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혁신적인 제도개혁과 고등직업교육 재원의 안정적인 확보가 필수적이다”며 “국가 전략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 양성과 확보에 나설 것이다. 5대 초격차 분야의 핵심 인재 50만 명을 추가로 양성할 것이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과학기술 초격차를 달성하기 위한 특수목적고를 17개 시도에 신설함과 동시에 AI 반도체 등을 특성화한 대학들을 전액 국가장학금으로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강문상 전문대교협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사진=한명섭 기자)
강문상 전문대교협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사진=한명섭 기자)

■ 강문상 소장, ‘대선 어젠다’ 발제…주요 정당 메시지 전달 = 모든 축사가 끝나고 곧바로 현장에 참석한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관계자 100여 명은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 강화’,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전문대학 육성’, ‘4차 산업혁명 대응 고등교육체제 혁신’이라는 구절이 적힌 피켓을 동시에 들고 ‘지원하자!’는 우렁찬 목소리로 눈길을 끌었다.  

이어진 주제토론 발제에서 강문상 전문대교협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전문대학 20대 대선 어젠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 소장은 대선 어젠다 핵심 키워드를 언급하며 주요 정당의 고등직업교육 정책담당자들에게 전문대학의 대선 메시지를 전달했다. 

발제에 앞서 강 소장은 현재 전문대학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면서 전문대학이 불리하게 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창의적인 상위 기술자를 요구하지만 전문대학은 중견 기술인을 양성하기 때문이다. 기술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교육체계도 무너졌다. 원격교육이 이뤄지면서 전문대학생들의 피해가 컸다. 전문대학은 실습교육이 중요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실습이 줄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더군다나 저출산·고령화로 입학자원이 부족하게 되면서 지난해부터 정원의 반도 못 채우는 전문대학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생산연령인구는 약 340만 명 감소한다. 그런데 청년·여성·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10%p를 올리면 약 300만 명의 생산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미취업 청소년, 경력단절 여성, 고령층 재교육을 통한 취업으로 생산인력 확보를 해야 한다. 재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기관은 전문대학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출산·고령화으로 학령인구 위기가 왔지만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체제로 가면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강문상 소장은 △4차 산업혁명 대응 고등교육체제 혁신 △전문대학을 지역거점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육성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 강화 등 전문대학이 대선 후보들에게 바라는 대선 어젠다를 소개했다. 

강 소장은 “일반대와 전문대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일반대가 전문대에 설치된 학과를 중복 개설하고 있다. 가칭 ‘직업교육기본법’ 제정을 통해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학문 영역에 따라 재구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한계사학의 퇴로 방안 마련도 절실하다. 부실 대학들이 퇴로를 찾을 수 있도록 상시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교직원 보호 등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전문대학을 지역사회 평생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역할을 강화하고 재원 확보를 위한 ‘고등직업교육교부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강문상 소장의 강연이 끝나고 주제토론이 이어졌다.(사진=한명섭 기자)
강문상 소장의 강연이 끝나고 주제토론이 이어졌다.(사진=한명섭 기자)

■ 전문대학 어젠다 관련 전문가 다양한 의견들 쏟아져 = 강연이 끝나고 주제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로는 △이정표 한양여대 교수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황준현 크래비스 대표 △양영유 중앙일보 전 논설위원 등이 나섰다. 

먼저 이정표 교수는 고등직업교육의 개념을 명확히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대선공약과제로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고등직업교육이라는 모호한 개념보다는 전문대학을 명시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향후 공약과제를 개발하고 추진하는 정책 당사자들이 추진 목표나 대상 그리고 전략을 뚜렷하게 확인하거나 설정하기 어렵고 의제설정과 추진을 위한 동력을 갖는 데 한계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문대학의 정체성 강화와 교육기능 활성화를 위해 (가칭)‘학력차별영향평가제’를 제안했다. 그는 “전문대학과 전문대학졸업자에 대한 정책적 차별 그리고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조치로서 (가칭)학력차별영향평가제가 필요하다”며 “전문대학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낙인에 기반한 정책적 차별과 사회적 차별은 전문대학의 존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의 과감하고 적극적인 정책 실천의지를 반영한 대안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직업교육의 핵심축을 직업계고가 아닌 전문대학 수준으로 재설정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노민선 연구위원은 중소기업과 전문대학 간 인력양성사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며 중소기업 재직자 교육훈련이 촉진되도록 예산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연구위원은 “중소기업과 전문대학이 양방향으로 연계가 강화돼야 한다. 특히 직업계고-전문대학 그리고 전문대학-대학(원)으로 이어지는 학위과정 간 연계가 가능하도록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과 전문대학 간 협업을 통한 디지털화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가 필요하다. 중소기업 재직자 교육훈련에 대한 지원예산도 확대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황준현 대표는 병역특례 제도에 관련해 의견을 냈다. 황 대표는 “현행 연구개발직으로는 학사학위 이상만 가능한 것으로 안다. 전문대졸과 고졸은 생산직군으로만 갈 수 있다”며 “일을 시켜보면 쓸 만한 고졸이나 전문대 졸업생이 대졸자보다 연구개발에 더 적합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데, 마치 신분제 사회처럼 미리 제한하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전문대졸도 병역특례 또는 보충역을 연구개발 용도로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양영유 전 논설위원은 대학의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대학이 줄어드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경쟁력 없는 대학은 없어지게 돼 있다. 골라서 가면 그만이다”며 “대학이 존립하려면 대학 스스로 책무성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토론에는 주요 정당의 고등직업교육 정책담당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사진=한명섭 기자)
자유토론에는 주요 정당의 고등직업교육 정책담당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사진=한명섭 기자)

■ 주요 정당 정책담당자…전문대학 의견 ‘수렴’ = 자유토론에는 △박백범 더불어민주당 교육대전환위원회 부위원장 △나승일 국민의힘 교육정책분과위원장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회 정책위원 △신용현 국민의당 중앙선대위원장 등 주요 정당의 고등직업교육 정책담당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먼저 박백범 더불어민주당 교육대전환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재명 대선 후보가 이미 8대 교육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전문대학과는 2가지 공약과 깊숙한 관련이 있다”며 “지역대학 혁신체제 구축과 평생교육 플랫폼 구축 방안이다. 특히 전문대학 관련 정책은 보수와 진보 상관없이 여야 가리지 않고 모두가 노력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승일 국민의힘 교육정책분과위원장은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나승일 교육정책분과위원장은 “전문대학이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전문기술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조만간 윤 후보가 직접 전문대학 관련 공약을 발표할 것”이라며 “지금의 전문대학 위기는 고등직업교육 정책의 실패 또는 부재로 빚어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회 정책위원은 “정의당은 현행 대학기본역량진단 폐지하고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한 대학 전체정원 조정이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또한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과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그 단가가 10억 원 가량 차이가 있다. 전문대학은 적은데, 합리적인 차이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지방소멸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역 선순환의 중심에 전문대학이 있을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행·재정 지원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신용현 국민의당 중앙선대위원장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대학운영설립요건 등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회적인 타협을 통해 교육제도의 틀을 올바르게 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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