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곤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

남기곤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
남기곤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

기존 정부주도의 하향식‧경쟁적 재정지원사업의 틀을 버리고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지원하는 새로운 방식의 대학혁신지원사업이 이제 1주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들어섰습니다.

3년이라는 다소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동안 대학들은 이 사업의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개별대학의 여건과 특성에 따라 자체역량을 강화해 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급작스런 교육환경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해 교육의 질 유지 등 다양한 우수성과를 창출하고 확산했습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등 미래사회를 대비한 새로운 교육과정 및 교수법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비대면 상황을 고려한 원격강의 환경구축 및 코로나19 방역과 학생들의 마음건강 지원을 위한 과감한 투자 등은 다른 사업들과는 차별화되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주요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고등교육 환경은 여전히 불안하고 위기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2021년을 기점으로 향후 5년간 그리고 이후에도 5년 주기로 학령인구는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한 대규모 학생 미충원 현상은 대학의 미래 투자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대학들이 1주기 사업의 성과를 발판으로 더 과감한 혁신으로 도약해야 할 것입니다. 미래 인재양성과 지식·기술 개발의 핵심기관으로서 고등교육의 질적 도약에 대한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대학구성원 전체가 혁신에 동참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시카고대학의 앤드루 애벗은 대학의 양극화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소속 대학의 강의만 듣는 고전적 방식은 이미 줄어들고 있고, 다양한 교육콘텐츠를 온라인을 통해 선택해 학습하는 환경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질 높은 교육환경과 교육콘텐츠를 보유한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으로 양분되고 그렇지 못한 대학들은 소멸되거나 타 대학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취업과 시험을 도와주는 학원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다소 이분법적 예측이긴 하지만 국내 상황을 비춰보더라도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대학의 여건과 지역산업을 연계한 미래 교육수요를 적절히 예측하고 이를 반영한 특성화된 교육과정 개발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교수학습법 혁신만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1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는 개별대학들이 사업계획서를 기초로 프로그램 중심의 사업을 추진했다고 한다면 새롭게 시작되는 2주기 사업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수립한 ‘자율혁신계획’을 통해 스스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도록 지원하는 토대로서의 사업 성격을 가집니다.

특히 이번 사업에서는 1주기 사업을 통해 창출한 성과와 경험을 기반으로 대학의 특성화를 강화하고 지역수요와 대학역량을 고려한 적정규모화 전략을 추진하도록 유도하는 다양한 지원과 정책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적정규모화’라는 대학에게는 다소 힘들고 민감한 과제가 있지만 결국 피할 수 없고 꼭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업을 통해 대학들이 한층 더 발전하고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재정의 악화와 같은 지금의 위기가 다른 한편으로 보면 대학이 지역사회와 연계해 고등교육을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2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시작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며 1주기보다 확대된 예산을 바탕으로 정부와 한국연구재단 그리고 대학들이 하나의 마음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국가인재양성 방향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매년 안정적인 예산확보를 위해 힘을 다하겠습니다. 대학은 자율성과 책무성을 바탕으로 사업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저희 연구재단도 정부와 대학 간의 플랫폼으로서 적극적 소통은 물론 대학의 성과 창출을 위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한국대학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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