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바드르 지음, 김한영 번역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는 물을 끓이고 커피콩을 갈고 커피잔을 준비해야 한다. 이외에도 물 붓기, 커피 따르기 등의 하위 과제들을 수행해야 한다. 커피를 따르기 전 잔을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순서가 필요한 과제도 있지만 콩 갈기, 물 끓이기 등 서로 순서가 필요없는 것도 있다. 커피를 내리는 중 전화 통화를 하거나 베이글을 구울 수도 있다. 커피를 무사히 내리기 위해서는 이 모든 방해를 이겨내고 필요한 하위 과제들을 적절한 순서로 실행해야 한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인지조절(cognitive control)의 역할이다.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는 뇌과학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인지조절 이론을 기원에서부터 가장 최근의 논쟁까지 모두 조망하는 교양서다.
뇌과학 분야의 촉망받는 젊은 과학자인 저자 데이비드 바드르는 이제 막 밝혀지기 시작한 인지조절 과정의 비밀을 뇌과학계의 최신 연구 결과와 생생한 임상 사례를 통해 조명하고 이를 일상 속 상황에 비유하면서 쉽게 설명한다.
미국의 한 정신병원에 환자가 찾아왔다. 그는 44세의 회계사로 10년 전에 전두엽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환자는 정신병원에서 실시한 지능검사에서 상위 1%에 들어간 고지능자였으며 풍부한 식견으로 대화를 나눈 의사들과 과학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해 직장에서 잘린 뒤 무모한 사업을 벌여 평생 모은 돈을 날려버렸고 이혼과 재혼을 되풀이했다. 머리를 감느라 하루를 꼬박 보내기도 하고 식당에 가서는 똑같은 메뉴판을 읽고 또 읽었다.
그가 전두엽 수술로 잃어버린 능력이 바로 뇌의 ‘인지조절’ 기능이다. 우리의 뇌는 인지조절을 통해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계속 추적하고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서 목표를 행동과 일치시킨다. 인지조절이 없으면 우리는 가장 쉬운 일조차도 효율적으로 할 수 없다.
인지조절은 중요한 뇌의 기능이지만 인지조절 과정의 정체와 중요성이 드러난 것은 뇌과학의 역사에서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책에서 저자는 인지조절의 기원과 진화, 내부 작동기제를 파헤친다. 저자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인지심리학 실험, 컴퓨터 시뮬레이션, 최신 고고학적 발견 등을 토대로 인지조절의 진화 과정을 추적한다. 이어 작업기억, 위계적 조절, 입·출력 게이팅 등 인지조절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관해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들을 권위자의 솜씨로 교양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한다. (해나무/1만98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