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비대면 심리상담을 시작한지 2년이 넘었다. 이제는 노트북이나 이어폰을 준비하고 채팅창을 이용해 각종 동의서를 주고받으며 화면을 통해 상담자 스스로의 얼굴을 바로 살펴보면서 상담에 대한 집중도를 확인하기도 한다.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더라도 대학에서 비대면 서비스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렇게 대학상담자로서 근무하며 비대면으로 상담을 운영하게 될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전화나 화상, 이메일 등을 통한 심리상담은 오래 전부터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매체를 통한 심리상담은 교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학상담센터의 입장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일이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막상 비대면으로 심리상담을 한다고 하니 해외에서 체류 중인 학생, 개인정보 노출에 염려가 되는 학생, 장애 학생, 이동시간이 부족한 학생 등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학생들을 한꺼번에 접하게 됐다. 상담자가 보지 못했던 세상이 이토록 많았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옅은 자책감도 올라왔다.

사실 대학은 심리상담 분야의 인력을 전문적으로 교육해 양성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심리상담은 대면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학계에서 비대면 상담에 대한 연구나 체계를 만들고 여기에 대한 성과를 내는 것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이론이나 연구가 현장성을 즉각 반영할 수는 없지만 심리상담이 생생한 인간의 경험을 만나는 분야인 만큼 비대면 상담을 대하는 상담자들은 마음가짐은 유연하되 혹시 모를 윤리적 고민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즉 비대면 상담이 활성화되면서 전통적인 심리상담을 가르치는 대학은 앞으로 심리상담 분야의 인력을 양성하면서 중요하게 가르쳐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대학상담자로서 비대면 상담을 진행하면서 각각의 장점을 느끼기도 한다. 마스크를 쓴 채 대면상담을 하면 제대로 볼 수 없었던 표정을 오히려 화상으로 만나면서 생생한 얼굴을 모두 볼 수 있어 서로의 감정변화를 잘 알 수 있기도 했고, 대면에서는 상담자의 반응을 살피느라 어색해 했던 학생이 전화상담에서는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또 종종 이메일로 오는 상담에서는 스스로 일주일 동안의 생각을 보다 명료하게 정리해서 상담자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행동 자체만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학생도 있었으며, 전화나 화상을 통해 상담자와 보다 편안한 관계를 맺은 후 대면으로 만날 용기를 내는 학생도 있었다.

이제 대학은 이러한 시대 변화에 함께하고 있는지 성찰할 차례다. 재정의 어려움이나 시대착오적 관행, 전통성 등의 이유로 문제해결을 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고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배타적이고 권리주장만을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정신분석가인 카렌 호나이는 신경증에 걸린 사람은 매우 특별하다는 권리주장에 빠져 자신이 곤경에 처했다고 여겨지면 그 자체를 불공평하게 여기며, 스스로는 어떤 곤경도 겪지 않을 만큼 정돈된 인생을 살 권한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변화는 그저 다가오는 것이고 그에 적응하고 발전시킬 것인가, 고수하고 후퇴할 것인가는 우리의 몫이다. 대학은 유연하되 단단한 전문성을 가진 심리상담 전문가를 양성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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