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원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나지원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나지원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학교도 포함된다. 5인 미만의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으나 대부분의 학교는 5인 이상의 사업장에 해당하며 50인 미만의 사업장에 해당하는 소규모 학교의 경우 법 적용이 2년 유예됐으나 결국 적용대상이 될 것이므로 규모가 있는 거의 모든 대학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학교에서 종사자의 사망과 같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한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자를 벌하는 이외에 법인(학교법인)에 대해서도 5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다.

학교의 경영책임자에 누구인가에 대한 논란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해설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가 설립한 국립대학이나 국립대학법인의 경우 ‘총장’이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며 그외 국립 초·중·고등학교는 학교를 설치한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해설하고 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공립학교는 지자체의 교육과 학예 사무를 총괄하는 관할 ‘교육감’을, 사립학교는 ‘학교법인의 이사장’을 경영책임자로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가령 국립 강원대학교나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의 총장을 경영책임자로 보는 것은 일견 수긍이 되지만 국립국악고등학교의 경우 ‘문화체육부장관’이, 교육부가 직접 설치한 선진학교, 한국우진학교의 경우 ‘교육부장관’을 경영책임자로 보아 처벌할 수 있다는 부분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편 시립대학이나 도립대학과 같은 지자체가 설치한 대학의 경우 대학의 총장이 아닌 교육감을 경영책임자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립대학과 공립대학을 달리 볼 별다른 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사립학교의 경우 사립학교법에 따라 이사장이 학교법인을 대표한다는 이유로 학교의 종류를 막론하고 학교법인의 이사장을 경영책임자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법인에 속한 사립학교의 장과 공립학교의 장은 경영책임자로서 해석되지 않는다고 안심하기에 이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대상은 “경영책임자등”으로 사업을 대표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경영책임자)에 한하지 않고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과 학교의 권한분장, 업무위임에 따라 학교 내의 안전·보건에 관한 관리감독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각급 학교의 장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이러한 현재 상황은 이 법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대학 내 산업재해의 예방이나 안전보건의 향상에 기여하기보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대학이 처벌을 모면하는 데 급급하도록 만들 수 있는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의 법 적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의 불명확성에 있다. 이 법의 시행령이 마련됐으나 아직도 여전히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표현들이 많아 형사처벌을 핵심으로 하는 이 법의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속하는 명확성 위반의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법의 내용만큼이나 정부의 일관된 법집행이 중요성을 가지는데 현재 관련 부처 간의 엇갈린 해석이나 경찰·검찰의 처벌지침 간에도 혼선이 있는 점, 정부 내 이러한 문제에 대한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는 점도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다.

기업 내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빈발돼 제정된 이 법이 기업과는 다른 학교(특히 대학) 분야에 적용함에 있어 대학의 특성을 반영한 의무이행 수준을 하위 법령이나 표준매뉴얼 제정을 통해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경우 교육시설의 장이나 연구실 안전책임자 등과 같은 교육시설법이나 연구실안전법 등에 근거한 안전보건체계가 마련돼 있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복규제가 아니라 기존의 시스템을 공백을 보완하고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 현장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예방책을 마련할 필요성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국공립, 사립을 막론하고 학교와 대학 재정의 어려움과 경직성을 감안한다면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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