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안정적 교부금 바탕 인구감소를 과밀학급 해소 기회로
국내 대학 연간 적자 4000억 원…10곳 중 7곳이 운영수지 적자
대학에도 교부금법 도입, 무상교육 실현으로 고등교육 질 개선
대학 서열 체제 해소 위해서도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입법 반드시 필요
선진국 경우 평생·직업교육 확대 기조…전문대부터 무상교육 우선도입 검토해봄직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초·중·고가 안정적인 교육교부금 투입을 바탕으로 학령인구 감소를 과밀학급 해소 기회로 인식하듯이 고등교육도 교부금을 도입해 인구감소를 교육 개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넘어 국공립대뿐 아니라 지방대·전문대까지 대학 무상교육을 실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초·중·고에 투입되는 교부금은 약 64조~65조 수준이다. 지난해 교부금 59조6000억 원보다 약 21%가량 증액되는 셈이다. 지난 2006년 교부금이 24조6000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6배나 치솟았다. 학생 수는 줄었지만, 교부금은 해마다 늘고 있는 탓에 최근 5년간 넘치는 재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남긴 불용·이월 예산은 30조 원에 이른다.
학생 수는 감소해도 교부금이 줄지 않는 것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구조 때문이다. 교부금법은 내국세의 20.79%를 무조건 시도 교육청 예산으로 배분하도록 돼 있다. 내국세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교부금도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학생 수가 줄어드는 현재에도 초·중·고는 안정적인 재정지원이 가능하다.
반면 교부금을 활용할 수 없는 고등교육은 갈수록 불안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입학자원 급감과 등록금 동결의 영향으로 최근 국내 대학들의 재정난이 극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국내 사립대의 총 적자 규모는 4160억 원으로, 전체 148개교 중 72.2%(107개교)가 운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 정부가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6%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0%보다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1만1290달러로, 초등학생(1만2535달러)·중학생(1만4978달러)보다 작다. OECD 평균 1만7065달러와 비교하면 3분의 2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대학의 대외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추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학의 약 77%가 세계순위에서 전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연구논문 지표에서도 세계 300위 안에 든 국내 대학은 단 5개교에 불과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진단한 한국 고등교육 경쟁력은 세계 64개국 중 47위였다.
■ 교부금법 뜯어고쳐 대학 투자 강화 = 전문가들은 초·중등에 활용되는 교부금 제도를 손봐 고등교육 분야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초·중·고에만 교부금을 활용하는 것은 비효율·불균형적인 재정 운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현재 학령인구는 약 540만 명에서 오는 2060년 30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현행 교부금 배분 방식을 계속 적용할 경우 학생 1인당 평균 교부금은 현재 1000만 원 수준에서 2060년 5400만 원까지 늘어난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대학 재정은 한없이 나빠질 때 초·중·등 재정만 넘쳐나게 되는 셈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전통적인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은 줄고 있지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성인학습자·노인층의 교육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며 “초·중·등 교육 대신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직업교육에 더욱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교부금이 여기에 사용되도록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교부금법은 그대로 두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하자는 주장도 있다. 고등교육 분야에서 활용할 교부금 제도를 별도로 신설해 지방대·전문대의 재정 운영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은 재정의 상당 부분을 학생 등록금에 의존해 안정적 운영이 힘들다”며 “정부 재정지원을 위한 대학평가는 서열화를 부추기기 때문에 현 제도에서 지방대·전문대는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없다. 대학 서열 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고등교육 재정 여력 생기면 무상교육도 가능 =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확대돼 재정 여력이 생긴다면 중장기적으로 대학 무상교육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부금법 등 정부가 대학 운영비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 국공립대뿐 아니라 사립대·전문대에 대한 공적 통제,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일규 강원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는 “정부가 중장기적 고등교육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인구감소에 따라 대학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며 “지방대·전문대 지원·육성, 균형발전을 고려해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교육 복지 확대 차원의 대학 무상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등교육 예산을 OECD 평균 수준인 GDP의 1% 수준으로 확보하면 대학 무상교육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홍성학 교수는 “대학에 입학 가능한 학생이 모두 진학했다고 가정하고 대학 평균 등록금을 가지고 계산하면 무상교육에 필요한 재원은 총 11조1900억 원”이라며 “지난 2020년 우리나라 실질 GDP 1813조 원의 1%인 18조 원을 고등교육 예산으로 확보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문대를 무상화하는 데 2조5000억 원이면 가능하다는 계산도 있다. 전문대는 일반대보다 등록금이 낮고 대학의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해외 선진국에서 평생·직업교육은 교육 복지 확대 측면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전문대부터 무상교육을 우선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문상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인덕대 교수)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직업교육을 무상교육으로 더 확대하고 있다”며 “노르웨이·독일·프랑스·핀란드 등 OECD 회원국 중 16개의 유럽 국가는 고등교육 전체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소장은 이어 “우리나라가 직업교육에 투자하는 비율은 OECD 절반에도 못 미친 46% 수준에 불과하다”며 “고등교육 전체에 대한 무상교육이 어렵다면 직업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와 함께 전문대 무상교육부터 실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