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원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미래를 위협받고 있다. 특히 전문대학이 현재의 위기에 대해 느끼는 체감도는 일반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크다. 실제로 일반대학의 경우 아직 수도권까지 그 위기가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수도권에 소재한 다수의 전문대학은 이미 수년 전부터 입학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1학년도 입시에서 수도권 43개 전문대학 가운데 3분의 1 정도인 14개 대학만이 입학정원을 채웠으며 2022학년도 입시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예상된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문대학의 보건의료 관련 학과와 함께 △영화 △방송 △영상 △공연 △웹툰 △요리 △대중음악 △뷰티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학과들이 신입생 충원율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는 학생의 적성과 함께 높은 취업률과 안정적인 일자리가 주는 매력이 학과 선택 시 고려 사항이 됐을 것이다. 한편 엔터테인먼트 분야 학과들의 선전은 대학 입학 적령기에 있는 Z세대가 가진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Z세대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특성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디지털 원주민)다. 그들은 디지털 기술의 산물인 스마트폰을 통해 외부와 만나며 스마트플랫폼에서 유통되는 동영상 콘텐츠를 향유한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Z세대는 엔터테인먼트가 있는 삶의 모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앞세대와 차별화된다. 앞선 세대가 전통적인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성공을 거두기 위해 죽자 살자 여기까지 달려왔다면 Z세대는 달리던 길에서 조금 벗어나 천천히 걷기도 하고, 걷는 길에서 이것저것 볼거리도 놓치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먹기도 한다. 그리고 분위기를 타면 음악도 듣고, 또 자신을 개성 있게 꾸미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도 한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엔터테인먼트의 어원이 ‘특정한 틀로 붙들어두다(Entretenir)’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근거로 엔터테인먼트가 우리의 일상적 삶의 구도와 풍경 자체를 바꾸는 틀로 군림하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엔터테인먼트는 Z세대의 삶의 틀을 앞세대의 삶과 전혀 다른 모양으로 바꿔놨다.
지금까지 앞세대 중의 누군가는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지향하는 Z세대를 미숙하고 철이 없다고 단정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엔터테인먼트 관련 학과에 진학하는 것 자체를 마치 삶에 대해 진지함이 결여된 것처럼 염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런데 앞선 세대의 염려처럼 과연 그들이 단순하게 흥미만을 가지고 엔터테인먼트 분야 학과에 진학하는 것일까?
필자는 소속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과의 속 깊은 대화를 통해 이미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다. 앞선 세대의 기우와는 다르게 Z세대 역시 자신 앞에 놓인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 그들이 엔터테인먼트 관련 학과에 지원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가 유망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러한 믿음은 최근 가수 BTS와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전 세계적 눈부신 약진을 통해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여기서 모든 전문대학이 입학자원의 부족이라는 문제를 엔터테인먼트 관련 학과의 신설로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입학자원의 부족이라는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번쯤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대학은 Z세대들이 가지는 흥미에 상당한 타당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학과 구성이 미래지향적인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제 대학은 원하든 원치 않든 공급자의 관점이 아닌 소비자인 Z세대와 미래의 시선으로 학과라는 제품의 경쟁력을 검증하고 그 결과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시급하게 보완해 시장의 선택을 받아야 할 시점에 서 있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