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정확성 중심 ‘MZ세대’…야근 당연시 되는 문화 부적절
Z세대, 기업 선택 시 ‘정시근무’ 안 되는 회사 기피 1순위
근무환경 놓고 학력별로 의견差 보여, 유보임금도 편차 크게 나타나
중소기업 떠나는 MZ세대, 1년 이내 조기퇴사자 증가
양질의 노동력 확보 위해선 중소기업 근무환경 개선 절실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규정 출근시각인 오전 9시에 딱 맞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92년생 신입사원이 못마땅했다. 그래서 “10분쯤 미리 나와 업무 준비하는 것이 예의”라고 점잖게 충고했다가 예상치 못한 반격을 얻어맞았다. 

“왜 지정시간 전에 나와야 하나요. 그러면 퇴근 시간 10분 전에 미리 컴퓨터 끄고 승강기 앞에서 기다려도 되나요?”

MZ세대(1980년~2000년 초 출생)는 더 이상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이들은 업무 시간이 끝나면 칼같이 퇴근한다. 그 시간에 상사가 일하고 있다고 해도 개의치 않는다. 자신이 오늘 맡은 업무를 다 했는지가 중대하다. 퇴근 후 내려오는 상사의 지시는 무급봉사로 여겨 질색한다. M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원칙과 정확성을 각별히 여긴다. 베이비붐세대·X세대는 이들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 해’라는 말에 MZ세대는 ‘저는 직원인데 왜 열심히 일 해야 해요?’라고 말한다. 이전 세대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여기는 것이 이젠 MZ세대에게 통하지 않는다. 

책 《MZ세대 트렌드 코드》(저자 고광열)에 따르면 ‘주인의식’은 구조적인 오류를 지니고 있다고 단언한다. 책에서는 직원이 회사 허락없이 결재를 받지 않고 뭔가를 구입하면 책임을 묻는다며 주인의식이 실패한 이유는 회사가 유리한 상황에서 희생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달리 얘기하면 회사가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가져라’는 말은 ‘너를 착취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 윗세대는 ‘지도(map)세대’ vs 아랫세대는 ‘내비게이션(navigation)세대’…세대갈등 넘기 위해서는? = 달라진 시대에 윗세대와 아랫세대 간 세대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한국 기업의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꼴인 63.9%가 세대차이를 느꼈다. 연령대별로는 20·30대의 세대차이 체감도는 각각 52.9%, 62.7%였던 반면, 40·50대는 각각 69.4%, 67.3%로 윗세대로 갈수록 세대차이를 느끼는 정도가 컸다. 보고서에서는 “상명하복식 수직적 업무방식과 소통관행 탓에 세대차이로 인한 애로가 아랫직급에 몰리는 것이다”며 “윗세대 입장에서는 단순한 세대차이라 여기는 일도 아랫세대 입장에서는 세대갈등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시퇴근과 업무지시에 대한 인식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 윗세대는 정시퇴근에 대해 ‘일에 대한 책임감 부족’이라고 주장했지만 아랫세대는 ‘야근 당연시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과를 위해 야근은 어쩔 수 없다’는 항목에서 40·50대의 긍정 응답 비율은 각각 35.5%, 42.8%였던 반면, 20·30대는 26.9%, 27.2%로 큰 격차를 보였다. 윗세대가 맡겨진 일에 대해 ‘의무 중심’의 가치관으로 일한다면 ‘권리 중심’의 가치관을 둔 아랫세대는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세대별 심층면접에서도 아랫세대는 ‘성실히’·‘열심히’를 강조하는 윗세대를 ‘비합리적’이라 봤으나 윗세대는 아랫세대의 태도가 ‘조직원으로서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정리하면 윗세대는 팀 전체가 남아서 일 하는데 막내가 인사하고 칼퇴하는 행동이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바라봤고, 아랫세대는 업무시간에 열심히 일했으면 역할을 다한 것이고 당연하게 야근을 요구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업무지시에 대해서도 윗세대·아랫세대는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다. 윗세대는 ‘알아서 해봐’라는 식인 반면, 아랫세대는 ‘일의 이유와 방식부터 알아야’라는 말로 반론한다. 윗세대는 ‘이걸 왜 하는지 어떻게 할지 스스로 생각해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아랫세대는 ‘불명한 지시에 물어보면 짜증내고 그냥하면 왜 멋대로 했냐고 화낸다’고 말한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단어로 세대 특성을 규정한다. 즉, “윗세대는 두루뭉술하게 일을 배워왔지만 관행으로 받아들이는 ‘지도(map)세대’인 반면 아랫세대는 명확한 지시를 바라는 ‘내비게이션(navigation)세대’라는 것이다.  

박준 대한상공회의소 기업문화팀장은 세대갈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가족 같은 회사’에서 ‘프로팀 같은 회사’로 탈바꿈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팀장은 “조직의 지향점을 프로팀처럼 하면 리더는 프로팀 코치와 같은 역량을 갖추려 할 것이고 팔로워는 프로 선수와 같이 팀에 공헌해 인정받으려 할 것이다”며 “좋은 조직이란 결국 일하기 좋으면서도 경쟁력이 있는 조직이다”고 강조했다. 

■ Z세대 “근무시간 안 지키는 회사 제일 싫어” = Z세대만 놓고 보면 더 명확해진다. 이들은 정시근무가 안 지켜지는 회사를 가장 싫어했다. 기피대상 1순위다. 이외에도 △월급 △통근환경 △비정규직 여부 △주5일 근무 등도 취업 시 중요한 조건으로 여겼다. 5개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중소기업은 앞으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공개한 자료도 Z세대의 특징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조사한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지 않거나 퇴사의 사유가 될 수 있는 일자리 특징’에 따르면 ‘나는~하지 않는 회사에는 취업하고 싶지 않다’와 같은 문장을 활용해 취업 선호도를 4단계로 나눠 평점을 매겼더니 ‘정시근무가 지켜지지 않는 직장’(2.9점/4점 만점)이 1순위로 뽑혔다. 특히 근무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직장은 성별·학력에 관계없이 모두 꺼렸다. 이어 △불편한 통근 환경(2.74점/4점 만점) △본인 기대보다 낮은 월급(2.74점/4점 만점) △비정규직(2.68점/4점 만점) △주 5일 근무가 아닌 직장(2.55점/4점 만점) 등도 기피 조건에 이름을 올렸다.  

정시근무가 지켜지지 않는 직장에 대한 거부감은 일반대 학생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학력별로 살펴보면 일반대 학생이 전문대 학생과 고졸자보다 취업 거부감이 높았다. 구체적으로 일반대 학생은 77.3%, 전문대학 학생 74.9%, 고졸은 72.1%였다(그렇다/매우 그렇다 합산). 월급이 낮은 회사도 기피 대상이다. 본인 기대보다 낮은 월급이라면 취업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일반대 학생은 68.8%, 고졸 65.9%, 전문대 학생 61.4%로 세 집단 모두 60%대의 수치를 보였다. 다만 최소한으로 받고자 하는 유보임금(노동자가 고용을 통해 최소한으로 받고자 하는 임금 수준)은 학력별로 달랐다. 학력이 높을수록, 본인 기대보다 낮은 월급에 대한 거부감이 클수록 더 많은 유보임금을 원했다. 

유보임금이 가장 낮은 집단은 고졸이다. 이들은 평균 월 191만 원이면 취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전문대는 198만 원, 일반대는 225만 원을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이들에겐 불편한 통근 환경도 중요한 기피 조건이었다. 특히 서울 거주 응답자들의 19.1%가 ‘통근이 수월하지 않은 회사에 취업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선호도를 나타냈다. 나아가 비정규직에 대한 거부감은 일반대 학생이 가장 높았으며 주5일 근무 여부도 회사 선택 시 영향을 미쳤다. 

Z세대인 한 99년생 여성은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회사를 고를 때 규모보다 사내 문화가 어떤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여자니까 이래야 한다, 남자친구 있냐 등 성희롱 또는 사생활을 물어보는 꼰대가 있는 회사는 정말 가기 싫다”며 “또 퇴근 시간에 맞춰 주어진 일을 다 처리했는데 상사 눈치로 퇴근을 못하는 분위기가 있는 회사도 절대 사절이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입사했지만 ‘조기퇴사’…업무가 다르고 기업문화 맞지 않아 = MZ세대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중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들의 회사 인식이 한국의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앞선 조사 결과는 중소기업에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격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앞서 언급된 5개의 근로조건을 충족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근무환경이 열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에 입사했다가도 조기 퇴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뜩이나 구인난에 허덕이는데 근무하던 직원도 일찍이 회사를 떠난다.

취업플랫폼 잡코리아에 따르면 중소기업 328개사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신입사원 조기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5명 중 1명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퇴사했다. 이들이 조기 퇴사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실제 업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거나 업무량이 많아서’(21.1%)였다. 이어 △다른 기업에 취업해서(13.1%)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11.3%) △조직·기업문화가 맞지 않아서(8.5%) 등도 조기 퇴사하는데 중요한 이유로 꼽혔다.

산업현장에서 느끼는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꽤 심각한 수준이다. 취업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이 계획한 인원을 채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한 인원을 채용하지 못한 가장 이유는 ‘적합한 인재가 없어서’(56.6%, 복수응답)였다. 이어 △지원자 모수가 너무 적어서(54.4%) △입사한 직원이 조기 퇴사해서(18.3%) △합격자가 입사를 포기해서(17.1%) △면접 등 후속 전형에 불참해서(16.8%) △묻지마 지원자가 많아서(15.9%) 등 다양한 이유로 인력난을 겪고 있었다. 

전문가는 MZ세대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이유로 근무환경 개선과 관련된 부문을 언급했다. 최수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이유는 청년 기피 5대 일자리 조건을 모두 갖춘 일자리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며 “월급 수준을 제외한 나머지 4가지 조건들은 모두 워라밸과 연관된 내용이다. 워라밸이 지켜지지 않는 근무환경에선 이들이 취업하지 않거나, 취업했더라도 이탈할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취업률을 높이고 양질의 노동력이 중소기업에 공급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2021년 청년일자리 인식 실태조사’에서도 MZ세대들이 구직 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이 바로 워라밸이었다. 구체적으로 △일과 여가의 균형 보장(27.9%) △임금 만족도(25.9%) △건강한 조직문화·사내 분위기(12.9%) 순이었다. 특히 MZ세대 취업준비생 절반 가까이(49.8%)가 워라밸이 지켜지는 중소기업이라면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도 답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는 물질적 보상보다 개인적 시간 확보를 추구하는 MZ세대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이 워라밸 근무환경만 이뤄낼 수 있다면 구인난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사료된다.  

백동욱 중기중앙회 청년희망일자리부장은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구인난과 MZ세대 구직난을 해결하기 위해 우수 중소기업과 청년구직자를 이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연결고리’를 구축해나갈 방침”이라며 “인재 유입이 필요한 우수 중소기업과 이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구직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맞춤형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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