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자 29만 명 육박…‘청년실업’ 문제 심각
경총, 청년실업 원인으로 ‘노동시장 구조’, ‘대학 교육 거품’ 지적
직업교육 육성 위한 뚜렷한 정책 부재…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교육계, 학문중심대학과 직업중심대학으로 재구조화 필요성 시사
‘직업교육’ 관심 높은 미국·독일 등 선진국 사례 주목… 한국은 ‘글쎄’
직업교육 중추 교육기관 전문대 앞으로 나아갈 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실업자는 29만명에 달했다.(한국대학신문DB)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실업자는 29만명에 달했다.(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탈출구가 없다. 청년실업자 얘기다. 한국이 ‘청년실업 공화국’이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실업자는 29만 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11월(22만 명) 이후 급증세다. 대학생이거나 대학(전문대 포함)을 졸업한 25∼39세 인구 중 취업 경력이 전혀 없는 ‘취업 무경험자’도 사상 최대로 나타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년 구직자는 일자리가 없다고 외친다.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구인난을 호소한다. 이러한 상황은 수년째 쳇바퀴 돌 듯 반복되고 있다.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지난달 16일 공개한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 : 벼랑 끝에 선 청년에게 희망을’ 보고서에서 청년고용 부진 원인을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와 노동시장 미스매치를 꼽았다. 특히 △고학력화·임금격차 등으로 인력수급 불일치 △산업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대학교육 등 2가지 사안이 해결되지 않는 한 청년실업 해소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구조를 개혁하지 않는 한 공염불에 그친다는 얘기다.

■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 인력수급 미스매치 해소 등 해결해야 = 구체적으로 하나씩 뜯어보자. 먼저 경총은 경직적 노동시장 구조가 시장에 들어오려는 청년층에게 진입장벽이 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경직적 고용규제와 강성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대기업 정규직은 높은 임금과 고용 안정을 누리는 데 반해, 청년층은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노조가 있는 300인 이상 사업장 정규직의 월 임금은 458만 원으로 노조가 없는 300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 월 임금(166만 원)의 2.8배에 달했다.

노동시장 미스매치도 문제로 꼽힌다. 고학력 청년층이 대기업·공기업에 쏠리면서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는 것이다. 경총에 따르면 국내 대규모 사업장의 대졸초임은 중소규모 사업장보다 2배가량 높고 일본의 대기업보다 60%가량 높았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70%를 상회한다. 고학력 청년층들은 고임금을 기대하면서 대기업·공기업 취업에 매달리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근로 조건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항상 허덕인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장은 대기업이었다. 뒤이어 공기업과 공무원이 차지했고, 중소기업은 이들 직장에 비해 선호도가 몹시 낮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청년실업 원인 가운데 대학의 교육도 문제라고 지적했다.(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청년실업 원인 가운데 대학의 교육도 문제라고 지적했다.(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경총은 대학의 ‘교육 거품’도 문제라고 들췄다. 대학진학률이 70%를 웃돌 정도로 청년층의 고학력화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대학 교육은 경제환경 변화에 부응하지 못해 고학력 청년층의 직무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또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등 최첨단 산업 수요가 급격히 늘어도 국내 대학 다수는 관련 학과 정원조차 늘리지 못하고 있다며 전공과 직업의 미스매치는 50%에 육박한다고 했다. 2020년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표한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고교 졸업자의 70%가 대학에 진학하지만 졸업 후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 특히 취업자의 50%는 전공과 무관한 직장에 취직해 미스매치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시사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법·제도개선과 노동시장 구조개혁 그리고 사회적 인식개선이 시급하다”며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해 청년층의 손쉬운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하고 임금격차를 완화해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산업 수요를 반영한 대학교육·훈련체계 정비와 직업정보시스템 강화로 인력수급 미스매치를 풀기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 팀장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선 대학교육·훈련체계 정비와 직업정보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단계에서부터 산업 맞춤형 인력양성에 특화된 직업교육 경로를 구축하고 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과 민간고용서비스를 활용해 취업지원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실습과 현장 경험 강화로 내실화된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독일처럼 학교교육과 직업교육 이원화 운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문대에서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개설한 학과를 중복 개설한 일반대는 총 114개교, 520개 학과로 나타났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부산여대 제공)
전문대에서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개설한 학과를 중복 개설한 일반대는 총 114개교, 520개 학과로 나타났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부산여대 제공)

■ 직업교육 담당기관 모호해져…재구조화 필요 = 이와 같이 청년들은 구직난을, 중소·중견기업은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원인으로 한국의 직업교육 정책이 뚜렷하지 않은 점이 지목됐다. 교육계는 직업교육 정책 부재가 청년실업에 그치지 않고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한국의 2021년 교육경쟁력’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대학교육 경쟁력이 조사 대상 64개국 중에서 47위를 차지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이 교육경쟁력 향상을 위해 이론·연구 중심으로 하는 학문중심대학과 현장을 중심으로 하는 직업중심대학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한국은 일반대와 전문대 간 학문영역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고등교육의 정체성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강문상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현행 고등교육법을 보면 일반대의 교육 목적은 심오한 학술 이론이며 전문대는 전문직업인 양성이다”며 “하지만 다수의 일반대에서 전문직업인 양성 목적의 학과를 개설해 교육 수요자들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대학을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재구조화해 고등교육의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실제로 전문대교협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2021 인사이드 리포트’에서도 강 소장의 주장을 수치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따르면 전문대에서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개설한 학과를 중복 개설한 일반대는 총 114개교, 520개 학과(석사+박사과정 포함)로 나타났다. 특히 전문대 학문 영역으로 개설된 △보건의료 △안경광학 △치위생 △치기공 △철도 △물리치료 △작업치료 △방사선 △뷰티·미용 △응급구조 △K-pop △외식·조리 △카지노 △바리스타 △반려동물 △제빵 등과 관련된 학과를 일반대에서도 전문직업인 양성목적으로 개설했다. 강 소장은 “취업 목적의 기술중심 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일반대를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2년이면 졸업과 취업이 가능한 전공인데, 일반대로 진학해 4년을 공부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는 직업교육에 대한 정책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폐단으로 볼 수 있다. 결국 고교 졸업자의 70% 가까이 대학에 진학하지만 직업교육 정책의 모호함 속에 졸업 후에도 미취업자로 머무르는 ‘청년백수’가 늘어나는 구조로 귀결되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직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한국대학신문DB)
선진국들은 직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한국대학신문DB)

■ 미국 등 선진국 ‘직업교육’ 중요성 강조 = 미국을 포함한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직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국의 전문대에 해당하는 ‘커뮤니티 칼리지’의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미국 공교육 시스템에서 커뮤니티 칼리지가 직업교육·평생교육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미국은 디지털기술을 접목해 온라인 직업교육과 신기술 인력 양성에도 앞장선다. ‘나노디그리’(Nano Degree) 제도는 대표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 온라인 직업교육 제도로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기업에서 필요한 최신 첨단기술 프로그램을 6개월 내외 단기과정으로 제공한다. 즉 유망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기술을 단기간에 배워 취업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제도다. 

대만은 중등교육 단계에서부터 일반고교와 직업고교로 구분해 일반교육과 직업교육의 투트랙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또 고숙련 기술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1990년대 후반부터 2년제 전과학교를 4년제인 과학기술대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현재 일반대에서는 이론중심교육을, 과학기술대에서는 실습위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은 ‘아우스빌둥’(Duale Ausbildung)이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아우스빌둥은 기업의 수요에 맞춰 직업활동에 필요한 이론과 실무를 기업현장과 학교 두 장소에서 배우고 익혀 높은 효율을 달성하는 인재양성 제도다. 즉 이원화 직업훈련제도로 보면 된다. 한국은 직업교육 관련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대와 전문대 간 직업교육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아 노동시장에서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선진국이 펼치고 있는 정책들이 한국에 던져주는 시사점은 커 보인다.

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은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 정책에 대해 ‘강력한 직업교육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남 회장은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는 성인학습자와 재취업자들에게 평생교육과 또 다른 취업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교육기관이다. 커뮤니티 칼리지는 대부분 공립이나 주립이면서 학비를 지원하는 등 정부가 책임지는 평생직업교육기관이다. 강력한 직업교육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대부분 사립인 한국의 전문대를 향후 우리 정부가 책임지는 직업교육으로 방향성을 잡는 게 올바른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나아가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직업교육과 직업교육기관의 기능에 대한 법적 근거 명확히 마련돼야 = 최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공개한 ‘미래 사회변화를 대비한 전문대학 교육혁신 방안’ 보고서에서는 앞으로 전문대가 직업교육을 선도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명확한 법적 근거 △지방정부 직업교육 책무성 법령 규정 △국가역량체계 구축 △(가칭)직업교육진흥원의 설립 △직업교육체제의 혁신에 대한 국가 노력 등이다.

허영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교육과 직업교육훈련 나아가 고등교육법 등에 산재돼 있는 직업교육과 직업교육기관의 기능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방정부의 직업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구체적으로 법령에 규정해야 한다”며 “과거 정책적으로 전문대의 지역 내 직업교육 기능 강화를 추진했으나 지자체와 전문대의 협력은 매우 미흡했다.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국가역량체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가칭)직업교육진흥원을 설립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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