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수업 재개에 대학가 원룸 수요도 증가 추세
대학가 일대, 원룸 계약 끝나고 중개 매물도 없어
학생들 월세 부담 가중…“자취할지 말지 고민”
[한국대학신문 김한나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얼어붙었던 대학가 원룸촌에 다시 숨통이 트이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각 대학들이 일제히 대면 수업을 실시하면서 대학가 인근 자취방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업계에서 1~2월은 ‘신학기 대목’으로 불리지만 코로나19 이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그간 비대면 강의가 주를 이루면서 원룸이나 하숙을 구하는 학생들 수요가 끊긴 탓이다. 임대인들에게 대학가 대면 수업 재개는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여전히 높은 월세 부담에 학생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 대학가 원룸 수요 급증…월세는 꾸준한 하락세 = 지난 16일 오전 11시 기자가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앞 일대는 새 학기를 맞아 거리를 오가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학생들은 불안함보다는 들뜬 분위기였다.
학교 인근의 원룸촌은 비교적 한적했다. 대학교 게시판이나 건물 곳곳에 붙어 있는 ‘원룸 임대’ 안내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학가 인근 부동산 등에 따르면 현재 대학가 일대와 주변 원룸은 빈 방을 구하기가 힘든 상태다. 명지대 앞 부동산 중개업자 A씨는 “코로나19가 심해지기 이전엔 항상 방이 모자라고, 공실도 없다시피 했는데 이번 학기는 좀 다르다. 원룸 계약은 이미 이달 초 다 끝났고, 중개해줄 수 있는 매물도 지금은 거의 다 빠지고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학교 인근의 원룸 주인 이 모씨(40)도 “작년에는 장사가 하도 안돼서 보증금과 월세를 확 내려 받았는데도 학생들이 오지 않았다”며 “올 초에는 대면수업 덕분인지 학생들의 원룸 문의가 많았다. 원룸 수요도 어느 정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룸 수요가 늘고 있지만 월세 가격은 꾸준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월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대학가 10개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원룸의 평균 월세(전용면적 33㎡ 이하·보증금 1000만 원 기준)는 지난 2월 기준 45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2월 평균 월세는 48만 원으로 두달 간 소폭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서울교대·홍익대 인근이 62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연세대(47만 원), 건국대(44만 원), 숙명여대(43만 원), 중앙대(42만 원), 한양대(41만 원), 고려대(39만 원), 경희대(38만 원) 순이었다. 서울대가 34만 원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 대학가 10개 지역에서 월세가 하락 또는 보합했다. 서울대(34만 원)가 6%로 가장 크게 감소했고 건국대(41만 원), 경희대(42만 원)도 각각 5%씩 큰 내림폭을 나타냈다.
■ 학생들 ‘비용 부담’ 울상…원룸 단기계약도 사라져 = 하지만 학교 인근에 방을 얻어 자취하는 학생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대학생에게 매달 나가는 월세와 생활비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부모의 지원을 받거나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생 김 모씨(24)는 “월세가 줄었다고 해도 방 한 칸 월세가 40~50만 원이다. 방세를 비롯해 생활비, 또 학비까지 지출해야 하니 학생 입장에선 너무 부담스럽다”며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인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면수업을 확대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비대면 수업 비중이 많다보니 비용 때문이라도 계속 살지 고민이 된다”고 밝혔다.
대학가 원룸촌을 찾는 직장인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미혼 직장인의 경우 각종 옵션이 제공되는 학교 주변 월세 원룸촌을 선호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소재 부동산 중개업자 B씨는 “대학생들이 많이 줄긴 했지만 역이랑 가깝거나 신축 같은 장점만 갖추면 공실 걱정은 적은 편”이라며 “서울 상암동 일대와 일산 행신동 근처 집값이 비싸서 대학가 인근으로 직장인들이 방을 많이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직장인 수요가 꾸준히 있어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들이 빠져나간 빈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수업 당시 성행하던 3~6개월 단위의 ‘단기 임대 계약’도 줄어들고 있다. 대학들이 비대면·대면 수업을 병행해 진행함에 따라 대학가 원룸 계약 형태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다방에 따르면 원룸 단기 임대 매물(전용면적 33㎡ 이하·보증금 1000만 원 기준)은 지난 2월 말 기준 서울 지역이 8.45%였다. 지난해 12월 10.6%보다 2.15% 감소한 수치다.
단기 임대는 6개월 이하를 계약 만기로 설정해 두고 주 또는 월 단위로 맺는 임대차 계약을 뜻한다. 수익률을 단번에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1년에 한 번 계약하는 일반 월세와 달리 세입자가 계속 바뀔 수 있어 계약 문제에 신경써야 한다. 또 수시로 찾아오는 공실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중개업자들은 코로나가 길어짐에 따라 임대인들이 1년 이상의 장기 계약으로 많이 돌리고 있다고 말한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 C씨는 “지금은 단기라 해도 최소 6개월 이상 계약을 맺는 형태로 진행한다. 주인은 보통 2년 계약을 원하지만 대부분 1년 단위로 계약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집주인이 선호하지 않아 단기 임대는 잘 안하려고 하지만 한창 코로나가 심할 당시는 월세를 5만 원에서 최대 10만 원까지 할인을 해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생계형으로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작년에 코로나가 심해진 이후 줄어든 수요에 적자를 못 버티고 폐업한 분들도 많다”며 “올해는 작년보다는 상황이 나아져야 할텐데 코로나 여파가 심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