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1차 고등교육 정책포럼 개최…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특별위원장 등 참석
연구중심대학 강화·지역대학 R&D 사업 확대·지역할당제 보완 등 정책 제안 쏟아져

30일 열린 ‘제1차 고등교육 정책포럼’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30일 열린 ‘제1차 고등교육 정책포럼’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대학의 위기가 지역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국내 모든 대학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수도권과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지역소멸 위기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한 자리에 모인 거점국립대 총장들은 국가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새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는 30일 서울 글래드호텔에서 2022년 ‘제1차 고등교육 정책포럼’을 열고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정책 제안을 내놨다.

포럼에 참석한 김병준 인수위원회 지역균형특별위원장은 “대학은 이제 더 이상 지식의 생산 거점와 교환 거점이 아닌 곳이 돼 버렸다. 살아남은 대학은 최우수 대학으로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대학은 도태될 것”이라며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거점대학이 성장하고 성공해야 하며 지역에 인력을 공급하는 혁신센터로 존재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대학의 위기는 대학에서 끝나지 않고 지역의 위기, 더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자 근간의 위기로 이어진다”면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생존에 대응하는 것이고 변화의 주체가 된다. 교육부도 절절히 성찰하고 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 대학의 미래 모델은 ‘지역과 상생하는 연구중심대학’ = 이번 포럼은 오세정 총장은 ‘대학의 미래: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연구중심대학’을 주제로 한 기조발표로 포문을 열었다. 오세정 총장은 현재 전 세계 모든 대학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1997년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가 예측했던 것처럼 대학은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 되면서 지식전달이라는 본연의 역할이 캠퍼스가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학위수여 대상자는 최소 1년 캠퍼스에서 수학해야 한다는 규정을 가지고 있던 하버드대학은 이를 개정했고, 스탠퍼드대학도 일부 단과대학에서 100%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박도 있다. 대학의 교육과 연구에서는 개인 접촉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거대과학과 다학제 연구의 출현도 대학의 대면 접촉이 필요하다는 데 무게를 싣는다. 어떤 거대과학은 몇 천 명이 한 데 모여 해야하는 연구도 있다. 이를 위해 거대한 싱크탱크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오세정 총장은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고 봤다.

한국의 대학은 이런 위기 속에서 더 큰 부침을 겪고 있다.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는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변수를 가져왔다. 이는 지역사회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아직까지 인구 분포는 젊은층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종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100년 뒤에는 이 모양이 급변한다. 젊은층이 사라진 역삼각형 형태가 된다. 대학의 소멸이 지역사회의 소멸로 이어진다는 진단이다.

오세정 총장은 이런상황에서 대학의 역할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중심, 연구중심, 산학협력이 강조되던 이른바 유니버시티(University) 4.0에서 더 나아가 대학과 지역사회의 상생이 필수적이란 것이다. 미국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독일의 드레스덴, 중국의 중관촌 등 좋은 대학이 지역사회를 살리는 여러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과학기술 연구 개발이 필수이며 지역 과학기술 연구개발 지원체제를 구축해 지방정부의 역할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오 총장의 주장이다. 오 총장은 “지방정부가 초·중등교육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지방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갖고 대학이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방정부도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구체적인 국립대 발전 방안 제시…“윤 당선인 후보시절 공약 수행해야” 강조 =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거점국립대 총장들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대부분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진영에 전달했던 내용으로 △국립대법 제정 △지역인재 채용의무제 개선 △지역 R&D 재정 강화와 관련법 정비 통한 지역거점 연구중심 대학 육성 등이 중심이다.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은 △국가 R&D사업 지역배분 확대와 지역할당제 시행 △지역 대학에 국책연구소 신설 혹은 분원·우수특화연구센터 설치 △지역대학 내 과학기술특성화 단과대학(원) 신설을 중점적으로 제시했다.

권순기 총장은 “독일이 오늘날 소재·부품·기술 강국이 된 이유는 19세기 후반부터 전국 각지에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했기 때문이며 미국이 현재 초강대국인 이유 역시 독일 대학을 벤치마킹한 동부 연구중심대학 육성과 캘리포니아식 연구중심대학 체제를 육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권 총장은 세계적 연구중심대학 육성과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제안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학이 잘하는 특성화 분야를 서울대를 포함한 지방대 3~4곳을 선정해 협력과 공유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소규모, 다양화, 특화분야 인재양성을 중심으로 동일 분야 3~5개 대학을 지원해 세계적 수준의 지방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자는 것이 골자다.

정성택 전남대 총장은 ‘종합학문 바탕의 특성화 전략’을 강조했다. 고등교육체제를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는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실무중심 학문 체제를 갖춘 직업교육중심대학, 평생교육을 책임지는 지역맞춤형 전문평생교육으로 재구조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거점대학의 연구력 향상을 위해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수준의 안정적 재정지원 필요 △민간연구비 확대를 위한 대학-기업 공동연구거점 구축 △지역혁신을 위한 대학의 파트너 연구소 구축 △지자체-지역대학 협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우수연구자를 위한 정주환경 마련 △연구역량 제고를 위한 불필요한 규제 완화 등을 강조했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인수위와의 간담회에서 제안했던 것처럼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의무제 개선을 촉구했다. 현재 대학진학 시기 수도권으로 인구이동이 집중되면서 수도권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지역침체 요인이 되고 있다. 현행 혁신도시법 실효성이 확인되는 만큼 기존 제도의 불합리함을 수정해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적용 대상을 ‘공공기관 소재 지역’ 학교 출신에 한정하던 것에서 ‘이전지역 외의 비수도권 전체’를 신설해 이곳에서 20%를 추가로 선발하도록 하자는 설명이다.

차 총장은 이를 통해 지역인재 유출에 대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으며 수도권 인구과밀과 집값 폭등에 대응한 중장기적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 총장은 “국립대의 공적 책무성 확대와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안정적 재원이 필수적이다”며 “‘국립대학법’을 제정해 국가가 국립대에 경상경비를 지원할 시, 국립대 학생 1인당 평균 국고지원금과 국립대학법인 학생 1인당 평균 국고지원금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