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탄생한 독특한 문화콘텐츠, MZ세대에게 소통의 수단으로 자리잡아
문화적 파급력 활용한 ‘밈 마케팅’ 열풍…공공기관·기업·대학 등에서 홍보 및 마케팅 수단으로
MZ세대 취향저격, “강력한 중독성과 전파력” vs “조롱과 희화화 경계”…양날의 밈 반응 엇갈려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힘입어 ‘재미·소통’ 넘어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밈의 긍정적 가치 지켜야”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인 ‘넷플릭스’에 지난해 9월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선풍적인 인기에 대중들은 작품 내 배우들이 했던 대사나 행동들을 주목해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친한 친구나 짝꿍을 뜻하는 ‘깐부’라는 단어가 주목받고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햝았던 ‘달고나’를 너도나도 만들어보는 등 오징어 게임에 나왔던 내용들을 모방하는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에서 발생한 독특한 문화콘텐츠인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어와 행동 따위를 모방해 만든 사진이나 영상) 현상이 오징어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이뤄진 사례다.
■ 밈(Meme), 콘텐츠를 자유롭게 가공하다 = 밈(Meme)은 모방을 뜻하는 ‘미메메(Mimeme)’와 유전자를 뜻하는 ‘진(Gene)’의 합성어로 개체의 기억에 저장되거나 다른 개체의 기억으로 복제될 수 있는 비유전적 문화 요소 또는 문화의 전달 단위다. 밈의 개념은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도킨스는 유전자의 보존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새로운 생물학적 진화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나아가 문화가 전달되기 위한 정보의 △단위 △양식 △유형 △요소 등의 수단으로 밈을 소개했다.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나 단체에서 사용하는 단순한 재미와 흥미 요소에서 시작한 현재의 밈은 인터넷 보급 확산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단순 모방과 흉내와는 다르게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재가공을 거듭해 전파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박영락 한국인터넷소통협회장은 칼럼을 통해 “정보기술 발전으로 사회 전반의 커뮤니케이션 문화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며 “젊은 세대에서 많이 쓰던 온라인 플랫폼을 이젠 모든 세대가 활용하면서 밈 같은 특정 문화가 이전보다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콘텐츠의 빠른 변화 속도와 자유로운 가공은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플랫폼과 콘텐츠의 무한경쟁 시대에서 밈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밈 마케팅’ 시대, 너도나도 밈 활용 나서 = 밈이 자리잡은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여러 기관과 기업들은 시시각각 쏟아지는 새로운 밈들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의 콘텐츠의 재미 요소를 활용해 알리고자 하는 바를 확실하게 전할 수 있고 인지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에 밈을 사용해 홍보와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관짝 밈’을 응용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홍보한 충주시 유튜브 채널의 경우 유행하고 있는 다양한 밈을 활용한 소위 ‘B급 감성’의 영상 제작으로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해당 채널은 지자체 유튜브 채널 중 두 번째로 많은 유튜브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경직돼 있고 변화를 싫어한다는 공공기관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지역과 정책 홍보와 이미지 변화를 동시에 이뤄내면서 밈 활용의 긍정적인 사례로 남아있다.
이처럼 밈의 문화적 파급력을 활용한 홍보 기법이 ‘밈 마케팅’이다. 대학에서도 일찍이 ‘밈 마케팅’에 눈을 떴다. 중앙대 광고홍보학과는 웹진 블로그를 통해 이를 소개하며 새로운 개념이 가져올 변화에 주목했다. 이지희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학회장(3학년)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밈 마케팅의 확산은 “전형적인 단어로는 담을 수 없는 개성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시대적 상황이나 사회적 변화가 원인”이라며 “상대적으로 가볍게 즐기는 밈이라는 문화를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앙대 광고홍보학과는 광고 기획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반응이 좋았던 밈을 참고한다고 언급하며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구상에 적용해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상에서 유행하는 밈을 이미 많이 소비했기에 새롭게 느껴지지 않아 실질적인 활용에는 한계가 있음도 밝혔다. 그는 “밈 자체에 대한 집중보다는 그 밈이 널리 유행될 수 있었던 이유에 더 집중한다. 사람들의 심리적인 변화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밈의 재미를 활용해 긍정적인 이미지 창출에는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해당 밈과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 끼워맞추기식 밈 사용은 서비스 자체 선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재치 있는 표현을 위해 상황에 맞는 밈을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과한 사용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잘 모르거나 잘못된 표현이어도 사용한다? = 명실상부 전 세대로 보면 밈을 최대한 잘 향유하고 즐기는 부류들은 ‘MZ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단순 표현으로만 그쳤던 밈을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콘텐츠로 성장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첨 급속한 유행 확산으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MZ세대 내에서도 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
앞서 이지희 학회장이 지적했던 것처럼, 밈의 과도한 사용과 함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재미로만 넘어갈 수 없는 표현이나 혐오적인 표현을 무심코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A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밈에 대해 “워낙 주위에서 밈을 활용한 대화나 소통이 이뤄져 나도 모르게 하나둘씩 쓰게 됐다. 애초에 재미와 흥미를 위해 사용했던 만큼 딱히 거부감이 들진 않았지만 내가 쓴 표현 중 하나가 누군가를 비하하는 의도로 사용된 것임을 알게 됐고,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됐음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는 밈 사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학생 대표기구인 총학생회도 밈의 활용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밈을 통해 학생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파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대학도 있다. 그러나 어설픈 재미만을 쫓아 공감을 얻지 못할 경우 반감과 불편함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B대학의 총학생회 관계자는 “무분별한 밈 표현이 많아지면서 총학생회 같은 학생을 대표하는 성격을 띤 단체에서 밈을 적극 활용하기는 어렵다”며 “학교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단순히 유행을 쫓아 밈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정보의 신뢰를 방해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성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이유로 유아와 청소년을 상대로 해당 콘텐츠를 활용한 밈을 사용해 논란이 되거나 △젠더 △세대 △지역 갈등을 유발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문제점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생은 “재밌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계층을 비하하거나 희화화하는 밈도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며 “남들을 생각하지 않은 채 재미를 오히려 강요하는 문화가 이어질까봐 두렵다”고 전하기도 했다.
■ 전문가들, “밈 유행은 모든 세대가 관심가져야 할 문화적 현상” = 이미 하나의 문화 현상이자 새로운 소통 수단으로 자리잡은 밈은 이미 거부하기 어려운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종천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애초에 밈이 유행한 이유는 재미와 흥미에 기반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 그것을 공유하고자 하는 가치가 밈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야기’를 강조한 신 교수는 “자신이 흥미로워하는 내용을 남에게 대화라는 수단을 통해 설명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밈도 내가 느끼고자 하는 감정을 남들도 비슷하게 느꼈으면 하는 감정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MZ세대가 밈 유행을 이끈 것은 사실이지만 콘텐츠의 확산에 적합한 정보화 기술을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세대였기에 수월했다”며 “지금은 독점적인 콘텐츠 창작 기술을 가진 MZ세대가 밈 유행을 이끌고 있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밈 콘텐츠는 더 다양하게 확장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 교수는 모든 세대가 밈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밈 현상을 MZ세대에서만 찾지 않고 모든 세대가 관심을 가져야 할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밈 콘텐츠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결국 그는 “밈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지금까지 밈과 같이 특정 세대가 향유하던 문화가 전 세대가 공유하는 콘텐츠로 자리잡은 일은 드물었다. 다양한 세대가 즐기는 만큼 밈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모든 세대가 밈의 장·단점을 잘 분석해 밈이 가진 긍정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영은 단국대 유럽중남미학부 교수도 ‘인터넷 밈과 시각언어학 - 메르켈 밈 사례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밈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이라는 특징에 주목했다. 지 교수는 “밈이라는 새로운 매체는 공동체 구성원의 의사소통 메커니즘의 변혁과 일상 및 사회적 관계의 변화를 유도한다”며 “나아가 정체성과 문화적 실천까지 바꿀 정도로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밈이 주도하는 온라인 의사소통이 인종주의와 민족주의적, 성적 갈등을 확산시키는 등의 문제들은 밈 연구에 대한 공동체의 합의와 동의가 필요하다는 증거”라며 문제점도 명확히 파악해야함을 언급했다.
특히 “밈은 예측이 힘들고 언어학적으로 변이 가능성이 무한하기에 관련 연구가 미비하다”며 앞서 말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콘텐츠 소비자들의 자정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외에도 추가적인 연구와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회적 담론으로서 밈을 통합적으로 다뤄야할 시점이라며 밈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잘 파악해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