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토론, 과제, 원격 수업 등 학생들 학습권 보장
학생들의 개방형 학습공간 수요 반영, 창업 연계 사례도
학생 만족감·활용도 향상 고려…“유휴 공간 효율성·유연성 높여야”
정부 차원의 통합 관리 프로그램 구축 및 활용 방안 마련 시급

부산대 틈새학습공간 모습.(사진=부산대)
부산대 내 조성된 틈새학습공간.(사진=부산대)

[한국대학신문 김한나 기자] 멋진 공간은 창의력을 배양하고, 영감을 떠올리게 한다. 대학에서의 공간도 마찬가지다. 좋은 공간은 학생들의 학습 능률을 끌어올리기도 하고 다양한 단체 활동을 고취시키기도 한다. 최근 지역 대학들이 기존의 방치돼 있던 유휴공간을 새롭게 리모델링하며 공간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렇게 재탄생한 유휴공간은 스터디, 휴식, 여가 등 학생들 사이에서 다방면으로 활용되며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 창의적 혁신 공간 통해 학생 수요 충족·만족도 제고 =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한 혁신 공간을 제공하며 학생 만족도와 공간 효율성 제고에 힘을 쏟고 있는 지역 거점대학들이 있어 주목된다.

부산대학교는 교내 단과대학별로 건물 라운지나 로비 등 유휴공간을 찾아 학생들이 빈 시간이나 어중간한 시간을 자유롭게 머물고 알차게 활용할 수 있는 ‘틈새학습공간’ 12곳을 조성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국립대학 육성사업으로 총 4억6000만 원을 투입해 학생 수요 맞춤형 공간을 구축했다.

틈새학습공간은 부산캠퍼스(인문대학·사회과학대학·경제통상대학·공과대학·자연과학대학·생활환경대학·법학전문대학원·총학생회) 8곳과 양산캠퍼스(의과대학·간호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 밀양캠퍼스(생명자원과학대학) 등 총 12곳이다. 이 공간은 기존의 강의실 형태가 아닌 개방형 학습·휴게공간, 토의·그룹형 학습공간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부산대는 최근 운죽정·진리의 뜰과 같은 열린학습공간 조성에 이어 이번 틈새학습공간까지 학생들의 미래형 학습공간 발굴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건물 내 짜투리 공간, 즉 유휴공간을 재활용해 공강 시간 및 수업을 대기하면서 있을 수 있도록 만든 공간으로 지난해 10월부터 틈새학습공간을 학생들에게 공급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편하게 차도 마시고 공부도 할 수 있도록 꾸몄다”고 설명했다.

학생중심의 학생자율학습공간으로 거듭난 창원대학교 학과방에서 건축공학전공 학생들이 그룹스터디를 하고 있다.(사진=창원대)
학생중심의 학생자율학습공간으로 거듭난 창원대학교 학과방에서 건축공학전공 학생들이 그룹스터디를 하고 있다.(사진=창원대)

창원대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학생자율학습공간’을 구축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학생자율학습공간은 학생들의 개방형 학습공간 수요를 반영해 학생자치공간인 학생회실(학과방)을 학생 중심의 복합공간으로 조성했다.

학과방을 회의와 팀플, 세미나, 그룹스터디, 휴식, 여가 등의 다각적 기능이 공존하는 공유오피스 위워크(We-Work) 콘셉트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우선 기존의 노후화된 테이블과 의자, 서랍장 등을 교체함으로써 학습과 휴식에 필요한 물품들을 설치해 환경 개선에 공을 들였다. 

실제 학생자율학습공간을 이용하고 있는 학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하회창 창원대 총학생회장은 “기존 카페도 스터디카페 형식으로 만들고 있으며 각 단과대별로 ‘캔디존’이라고 해서 그룹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하고 도서관도 리모델링한 상태”라며 “야외 카페에서도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도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별 또는 소규모로 공부할 수 있는 공간들도 확보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학생들 반응도 아주 좋다”며 “최근 도서관이나 카페를 가면 사람이 꽉 차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맞춰서 공간을 잘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유선진 창원대학교 국책사업추진단장도 “기존의 학과방은 지금의 대학생들 트렌드와 거리가 있고 학습, 휴식을 위한 캠퍼스 내 제3의 공적 공간으로는 부족함이 있었지만 총학생회와 함께 학생중심 공간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학생 만족도·활용도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수요를 적극 반영해 공간혁신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대학의 유휴지를 활용해 창업과 연계하는 사례도 있다. 강원대의 경우 캠퍼스 유휴지를 활용해 소규모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캠퍼스 혁신파크는 입지가 좋은 대학의 유휴지를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해 △기업시설 △창업지원시설 △주거·문화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국토교통부와 교육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으로 정부 기업지원 프로그램을 연계해 대학을 지역 혁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한다. 국토부는 도시첨단산단 지정과 개발을 총괄하고, 교육부는 대학의 산학협력 역량 강화를 지원하며 중소벤처기업부는 창업·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원대는 2019년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한남대와 함께 캠퍼스 혁신파크 선도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한남대,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지난해 10월 이미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지정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대 캠퍼스혁신파크는 강원대와 LH가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해 국비 190억5000만 원을 지원 받아 산학연 혁신허브를 건설한다. 창업기업·연구소 임대공간을 시세의 20~80% 수준으로 장기간 제공하며, 일부 공간은 대학에 무상 제공돼 연구개발과 기업지원 프로그램 공간으로 활용된다. 오는 2024년 상반기 산학연 혁신허브에 기업입주가 시작되면 2025년까지 약 1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 지역거점대 “유휴 공간, 효율성·유연성 높이는 데 주력해야” = 지역거점대학들은 대학 내 공간 활용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보다 지방으로 갈수록 더 두드러진다. 지역 대학들은 대학 공간 자원을 하나의 플랫폼 기능으로 보고 있으며, 유휴 공간의 효율성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지역사회로 연계된 유휴 공간 활용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통합된 관리 프로그램 구축과 활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방 한 국립대 기획처장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과 공간은 하나의 단위개념이나 시설이 아닌 관련 모든 분야에서의 융합과 협력 체계가 공유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며 “플랫폼이란 형태나 규모와 상관 없이 사용자 간의 직·간접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개방형 공간체계로 지역사회에 상호작용을 활성화하는 매개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환경 변화를 고려한 대학 공간활용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지역거점대 기획처장은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수도권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대학은 크게 위축되거나 고사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최근에는 비대면 수업 활성화 등으로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물리적 공간 확충에 대한 수요도 줄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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