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의 진정성 있는 희생이 위기돌파 해법

글로벌 금융 불안이 해소될 전망조차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 경제에 대한 대내외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게다가 문제는 지금 우리 경제가 겪는 침체가 올해로 그치지 않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주지하듯이 우리 경제의 문제는 내수와 수출경제가 단절된 기형적인 대외의존형 경제구조에 있다. 해외에서 한국 경제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주된 요인도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부진 가능성, 그리고 세계 최대폭을 기록하는 원화 절하율에서 보듯 글로벌 금융 불안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광공업분야 생산이 지난 1월 25.6% 감소하며 197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주저앉았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61.5%까지 떨어져 1980년 9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공장 10곳 가운데 4곳이 기계를 멈출 정도로 최악의 불황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다보니 올해 일자리 감소 예상치도 정부의 전망치인 20만명 수준을 훨씬 넘을 것이란 예측도 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일자리 감소가 올해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우리 사회는 전무후무한 실업대란의 위기에 놓일 것이다.

경기침체는 경제적 약자층부터 타격을 입혔지만 수출 부진이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이어짐에 따라 중산층으로 확대돼 가는 형국이다. 따라서 일자리는 우리 사회의 절체절명의 과제로 부상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들이 생계형 범죄로 추락하고 가정이 해체되고 있듯이 인간과 공동체가 파괴되는 총체적 위기의 근원이 된다.

그런데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자리 지키기 방안으로 내놓은 한국형‘잡셰어링(jobsharing)’은 악조건 속에 취업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금융위기 세대’의 ‘약점’을 이용한 ‘꼼수’지 실업대란을 해결하려는 진정성 있는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소비지출이 기업투자보다 더 큰 효과가 있고, 고소득자의 소비성향이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질과 관계없이 일자리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도 대다수 노동자 계층보다 고소득 계층의 임금 삭감이 효과적이다. 게다가 장기 침체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임금 삭감 방식의 잡셰어링 방안은 질 낮은 비정규직 창출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기존 고용인구의 임금 삭감 압력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제2의 금모으기 운동’은 사회통합과 공정성이 확보될 때만 가능하다. 실업대란과 내수침체를 막고, 빈곤층에 대한 지원 등을 위해 30조원 이상이 편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추경예산이 효과를 보려면 고소득 계층에 대한 감세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게다가 내수시장을 확충하고 경제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와 새로운 성장동력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위기를 돌파하고 위기 이후 도약의 과제를 안고 있는 기업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새로운 분야의 투자에 장애가 된다고 주장한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최근 폐지됐다. 그런데 일관되게 추진된 이명박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이 기업투자에 기여하지 못했듯이 출총제가 폐지됐다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부문에 대한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황에서, 게다가 최소한 수년간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일을 기업이 혼자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성장동력 개척을 위한 역할 분담, 즉 민·관 투자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가 함께 사업을 선택하고, 그에 필요한 인력의 교육과 R&D 등은 정부가 떠맡아야 한다.

정부가 떠맡은 역할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직접 연결되기에 재정투입의 정당성에도 문제 될 소지가 없다. 민·관 투자 파트너십을 통해 신성장동력 부문의 리스크를 낮춤으로써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투자 파트너로 정부 역할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일시적 효과만 있을 뿐 질 낮은 일자리나 창출하는 4대강 정비사업은 실업대란을 극복하기 전까지라도 최소한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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