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 이탈 막고 지역균형발전 꾀하기 위해 2015년 도입
2024학년도 대입부터 ‘권고’에서 ‘의무화’, 선발 비율도 40%로 확대
입시업계 “우수인재 지역대학 등록 위한 장치 없이는 수도권 쏠림 현상 해결 못해”
전문가 “학생 사후관리 시스템 반드시 필요” “교육부 주도로 지자체와 협력 체계 구축”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우수 지역인재의 지역 정주를 위해 도입된 지역인재특별전형이 2024학년도 대입전형부터 확대되면서 ‘서울공화국’으로 대표되는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역인재특별전형은 지역인재의 대학 입학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대구·경북권 △충청권 △호남권 △부산·울산·경남권 △강원권 △제주권 등 6개 권역으로 나눠 각 지역 인재를 모집하는 전형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중복 합격한 우수 자원의 지역대학 등록을 위한 장치 없이는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대육성법’)의 취지에 맞게 지역인재로 선발된 학생들의 사후 관리시스템과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지원이 관건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 지역균형발전 위해 도입된 지역인재특별전형 = 지역인재특별전형은 지역인재의 육성 및 지역 정주를 유도해 지역균형발전을 달성하고자 2014년 1월 제정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대학 육성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당시 교육부는 시행령을 통해 지역인재전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지역의 범위를 6개 권역으로 설정해 2015학년도 대입부터 대학이 권역에 따라 학생 전체 모집 인원 중 일정 비율 이상을 해당 지역 학생으로 선발하도록 규정했다. 선발 비율은 의과·한의과·치과·약학과 등의 학부는 30%, 법전원·의전원·치전원·한의전원과 같은 전문대학원은 20% 이상으로 규정했다. 강원권과 제주권의 경우 지역 인구 규모가 적은 특성을 고려해 학부는 15%, 전문대학원은 10% 이상으로 설정했다.

눈에 띄는 변화가 시작된 건 2024학년도 대입부터다.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개정된 지방대학·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 육성법) 시행령이 의결됨에 따라 지방 의대·약대·치대·한의대는 신입생의 40%를, 지방 간호대는 30%를 지역인재로 충원해야 한다. 이는 종전의 권고비율 30%보다 상향된 수치이며 ‘권고’ 사항이 ‘의무’로 바뀐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해당 시행령은 ‘의무 선발’ 적용 시점을 2023학년도부터로 규정했지만 시행령 개정 이전에 대입전형계획을 수립한 대학이 많아 현 고2 학생들이 대상인 2024학년도부터 본격화한다. 이에 따라 지역인재특별전형 선발인원은 2023학년도의 2만1235명보다 2581명 증가한 2만3816명으로 확대됐다. 

이미지=교육부
이미지=교육부

■ 입시업계 “우수 인재 지역대학 등록 위한 유인책 필요” = 이를 두고 입시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둔화될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지역균형발전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지역 출신 학생들이 해당 지역 의대에 진학하기에 유리한 상황이 돼서 어느 정도 수도권 집중 현상을 둔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40%라는 수치가 지역 학생들 입장에서 적은 수치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부산에서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부산 출신 학생 입장에서는 지역인재특별전형을 통해 부산대나 인제대 의대에 진학하기 훨씬 유리해져 도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는 등 중복 합격한 우수 인재의 지역대학 등록을 위한 장치 없이는 근본적으로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방의 우수한 학생들에게 혜택을 준 거라고 봐야지,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하려면 지방대학 자체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오히려 수도권의 우수한 학생들이 지방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며 “인구 비율을 보면 수도권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지방은 소멸위기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 같은 지역인재특별전형 비율 확대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연구소장 역시 “지역인재의 확대는 자원의 확보가 충분히 가능할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지역 대학 의약학계열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과 같은 우수 지역인재의 지역대학 등록을 위한 장치 없이는 오히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지방대 의약학계열에 합격하는 의외의 결과를 양산하는 로또 전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소장은 “해당 지역 고등학교 출신자를 대상으로만 지역인재 전형을 선발하는 것을 넘어 서울과 수도권 등 타 지역 학생들의 지원을 권장하고 그 학생들이 졸업 후 해당 지역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들은 타 지역 출신 학생들에게 기숙사 제공과 등록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대신 의약학계열 졸업 후 최소 7년 정도의 일정 기간 동안 지역의 보건소 등 공공기관이나 의료기관 등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토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봄직하다”고 덧붙였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지방대에게 도움이 될 거란 의견도 제시됐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의치한약 계열이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계열인 특성상 지방 대학에서 선발하게 돼도 학생들이 등록을 안하거나 이탈하는 경우는 크게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지방대의 경우 도움이 많이 된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방대가 고사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인재특별전형은 지방대를 살리고 궁극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 안 그래도 수도권 쏠림으로 경쟁이 치열하고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데 인재가 지역에 골고루 흩어져야 한다는 지역균형발전의 의미를 고려할 때 더더욱 의미가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 지역인재 ‘선발’을 넘어 ‘육성’에도 인력과 예산 투입해야 = 지역균형인재 육성이라는 법 취지에 맞게 선발에만 신경쓰는 것이 아닌 입학 후 인재의 육성에도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선발된 지역인재들의 사후 관리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관은 “지방대 육성법의 취지는 말 그대로 지역인재를 육성하는 건데 현행 제도는 ‘선발’에만 그치고 있다. 그동안 지역인재라고 뽑아놓고 나서 학생들의 입학 전과 후에 진로와 학업 상담 등의 지원 시스템이 전무했다. 선발과 육성에서 육성에 해당하는 인력과 예산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선발에 따른 적절한 지원 체계가 마련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교육부의 지원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연구관은 “단순히 지역인재 선발 비율만 늘려놓고 학생들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제도 자체를 공격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이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나 시스템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며 “교육부가 주도적으로 지역인재 육성 모델을 설계해서 지자체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참여하는 대학은 재정 지원을 해주는 것도 방안이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사후관리체계가 보편화돼있다. 미국의 경우 학생 중심 교육실천에 방점을 둔 학생성공센터가 대학생활 적응부터 진로·취업 지원까지 체계가 마련돼있다. 미국은 이미 1950년대부터 대학별로 부르는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학생성공을 위한 모델을 구축하고 학생들이 우수한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왔다. 

특히 소수 학생들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버지니아 공립대는 튜터링 프로그램과 학술 성공 세미나 시리즈, 동료 학술 코치, 학술 회복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전체학습 지원뿐만 아니라 소수학생에 대한 지원, 다른 문화 체험 등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볼티모어 사립대도 입학 예정인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공탐색 프로그램과 커뮤니티 빌딩을 위한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나아가 의학·보건계열 학생 중 소수계층 지원 프로그램,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 부모가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 총 40여 개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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