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교육과 혁신 연구소 소장
2. IBEC을 활용한 중장기 IB 교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
단기 워크숍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IB 교육자로서의 역량을 발달시키고 싶은 경우 고려해 볼 수 있는 선택지로 IBEC(International Baccalaureate Educator Certificate) 프로그램이 있다. 대부분의 IB 학교가 IB 교육의 철학과 방법론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경력자 채용을 선호하기 때문에, IB 경험이 없는 교사들에게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진입장벽 자체가 높은 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많은 교사들에게 IB 생태계에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검증된 IB 교육자임을 증명해주는 IBEC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IBO가 직접 프로그램 콘텐츠를 개발 운영하는 IB 워크숍과는 달리 IBEC은 전 세계 어느 기관에서든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신청할 수 있는데, 이미 교원 교육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사범대나 교대의 학부 및 대학원에서 주로 운영하고 있다. 커리큘럼을 개발하여 IBO의 심사를 거친 후 인증을 받으면 파트너십 기관으로 지정이 되고, IB University Directory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IBEC은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수료증과 학교를 운영하는 관리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료증으로 나뉜다. 프로그램 수료와 동시에 수료증이 발급되는 것은 아니며 수료자가 IBO에 직접 $265의 신청비를 내고 IBEC을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취득 여부가 결정된다. 프로그램 수료 기준에 미달되는 등의 이유로 심사에 탈락하면 $200의 비용을 돌려받는다. IBEC 소지자는 다음과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1) 검증된 자격: 향후 국제 교육 커뮤니티의 고용주들에게 자신이 IB 프로그램에 대해 심도 있게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다.
(2) 경쟁 우위: IBEC 소지자는 카테고리 1 워크숍 의무 참석이 면제된다. 이는 학교 운영진들에게 연수비용을 절약해주기 때문에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경쟁력을 가진다.
(3) IB 공동체의 풍부한 자원: IBEC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IB 후보/인증학교 교사들에게만 제공되는 PRC(Programme Resource Center)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는다. 수강생들은 PRC에서 전 세계 IB 교사들의 커뮤니티에 연결되어 무수한 사례들과 최신 자료들을 공유 받고, IBEC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명문대들과 함께 연구를 할 수도 있다. 국내의 많은 교원들이 IB (후보)학교 소속이 아닌 상태에서 IB 관련 자료 접근의 한계를 느끼며 답답해 하는데, IBEC에 등록하면 IB (후보)학교 소속이 아니어도 IB (후보)학교 교사들이 받는 가장 큰 혜택인 PRC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학교가 IB를 도입하지 않아도 IB 교육에 대해서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매우 유용한 기회가 된다. PRC에는 IBEC 수료 후에도 2년간의 접근 권한이 유지된다.
(4) IB World 2년 구독권: 공식 매거진을 통해 IB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최신 소식들을 받아볼 수 있다.
(5) 다른 동료들과의 협력 기회: 온라인 커뮤니티, 지역 컨퍼런스를 비롯한 여러 행사들에서 IB 교육자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한다.
2021년 현재 전세계에서 IBEC이 인증된 학교는 총 52개교이다. 2021년 QS 세계 대학 랭킹에서 교육 분야 상위 50위 중 10개교가 IBEC을 운영하고 있다. IBEC 프로그램은 학부 교직과목의 형태로 운영되기도 하고, 대학원의 석사학위과정과 함께 운영되기도 하고, 비학위과정의 수료증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형태도 온라인, 오프라인, 블렌디드 러닝의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는 IBEC 인증을 받은 대학이 2020년 남서울대학교가 처음인데 2021년 상반기에 인증받은 한동대학교의 IBEC과 마찬가지로 모두 영어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하였기 때문에 국내 공교육 교사보다 국제학교에 관심있는 경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로 운영하는 IBEC은 2021년 하반기에 대구교육대학교(초등)와 인하대학교(중등)의 교육대학원에서 각각 국내 최초로 인증을 받아 2022년 1학기부터 IBEC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3. IB 인증학교
IB 교육은 학교 단위로만 시행 가능하다. 학교 단위가 아닌 개인이나 단체는 IB 교육을 시행할 수 없다. 반드시 IB 본부에서 인증하는 과정을 거쳐서 인증이 완료된 ‘학교’에서만 IB 교육을 공식 시행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시스템의 AP는 시험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AP 과목을 수강하지 않고도 개인이 별도로 시험을 치르고 점수를 얻을 수 있지만, IB는 2년 동안의 전 과정이 모두 평가되기 때문에 IB 학교를 다니지 않고 시험만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교가 아닌 학원에서 IB 인증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불가하다. IB는 철저하게 학교 교육 프로그램으로만 운영하고 인증한다.
IB 학교 인증은 약 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빠르면 1년 반, 늦으면 3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인증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교사들이 연수를 받고 실제 수업에 적용해 보면서 변화하는데 걸리는 시간 때문이다. [그림 1]은 IB 학교 인증 과정이다. 초등학교 버전을 제시했는데,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절차는 비슷하나 고등학교는 인증 완료 후에만 IB 수업 실시가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즉, 초등학교 프로그램과 중학교 프로그램은 1년 반에서 2년까지 시간이 걸리는 인증 후보 학교 상태에서도 IB 유형의 교육을 시행할 수 있다. 물론 인증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질적으로 부족할 수 있으나 인증 후보 학교 상태에서 ‘IB 유형의 교육’을 시행하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 매우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난다. 다만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인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일부 학급만 IB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인증 완료 후에는 한 학교 전체에 IB를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다르다. 고등학교는 인증 완료 전까지 수업 자체를 시작할 수 없고 반드시 인증 완료 후에만 IB 수업을 시작할 수 있다. IB 수업을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전부 다 평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엄정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다만 인증이 완료되면 한 학교 전체가 IB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예컨대 전체 10개 반 중에 1, 2개 반만 IB 수업을 시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고등학교에서는 사정에 따라 IB반, 수능반(국내 교육 과정반) 등의 이원화 체제로 운영할 수 있다.
IB 학교 인증 신청을 하려면 먼저 교장, 교감 등 관리자 수준에서 3일간 공식 연수를 받아야 한다. 일본의 경우 연수 초반부에는 영어 통역으로 진행하다가 점차 연수를 받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일본인 연수 강사가 양성되어 일본인이 진행하는 연수를 하게 되었다. 우리도 2019년 IB 인증 신청을 처음 한 학교는 영어로 연수를 받았지만, 2021년부터는 한국어로 연수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3일 연수를 받은 뒤에 ‘인증 신청을 하겠다’는 확신이 서면 IB 인증 학교 지원서 양식을 작성해서 인증 신청을 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신청과 동시에 IB 수업을 시작할 수 있다. 예컨대 2021년에 인증 신청을 하면 2021년부터 바로 IB 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 자료들을 번역하는 작업을 해야 하지만 교과서가 아니라 교사용 지도서, 안내서, 가이드를 번역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청과 동시에 수업 시작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한국 교과서를 그대로 써도 된다. 같은 교과서의 내용을 가지고 학생의 생각을 꺼내는 패러다임으로 바꾸어 수업을 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건 컵이다.’ 이렇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건 컵일까? 이게 컵이 아니라면?’ 하고 질문을 던져서 학생들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컵이라는 같은 소재를 두고도 다른 방향의 질문을 던지고 다른 종류의 생각을 끌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IB의 프레임워크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바로 IB 수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인증이 완료될 때까지는 ‘IB 학교’라고 말할 수 없다. 그 대신 ‘IB 후보 학교’라고 불린다. IB 학교 인증 신청을 해서 IB 본부로부터 관리를 받는다는 것은 IB 본부에서 컨설턴트가 나와 수업과 평가 방법에 대해 꼼꼼한 컨설팅을 해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해서 약 2년간 IB 본부의 조언대로 수업과 평가의 혁신을 체계적으로 실행한 후 충분히 변화되면 마지막에 인증 팀이 방문한다. 그들은 학교에 며칠 동안 머무르면서 전 과목 수업을 다 참관하고 모든 교사를 인터뷰하고 평가를 어떻게 했는지 채점한 시험지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나서, 인증을 최종 결정한다. 혹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인증을 보류하겠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미흡한 점이 있을 경우 개선을 요구하고 6개월 후에 다시 심사를 나오기도 한다.
IB 학교 인증을 신청했다가 떨어지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본에서 IB의 공교육 도입을 총괄 주도했던 츠보야 이쿠코 위원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왜 인증을 하려고 합니까? 아이들의 교육을 집어넣는 교육에서 꺼내는 교육으로 바꾸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지 인증 자체가 목적은 아니지 않나요? 고등학교는 인증을 받아야 IB 교육을 시작할 수 있고 대입 시험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인증이 중요하지만 초등학교, 중학교는 인증 결과로 상급 학교를 진학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사실상 인증 여부와 상관없이 인증을 신청하는 과정 자체가 혁신적인 학교로 변화하는 큰 의미입니다.”
즉, 고등학교는 인증을 받아야만 대입 시험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인증 여부가 중요하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그렇지 않으므로 부담이 덜하고 설령 인증에서 떨어지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매우 의미 있다. 인증 여부를 떠나 인증을 받는 후보 학교 2년 과정에서 이미 수업이 혁신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림 2]는 초·중·고 학교 급별로 인증을 신청하고 수업을 시작하며 대입 시험까지 치르게 되는 타임라인의 예시이다. 편의상 2020년에 인증을 신청하는 것으로 설정했는데 인증 신청이 더 늦어지면 그에 따라 차례차례 인증 완료 시기도 늦어지는 것으로 계산하면 된다. 현재 교육청들에서 IB 본부와 추진하고 있는 타임라인은 2024년 대입을 목표로 한다. 즉 2023년 11월에 한국어화된 IB의 첫 대입 시험을 치르는 일정에 맞추어 진행하고 있다. 물론 첫 수험생 수는 매우 적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 수가 증가하면 한국어화할 과목도 확대되고 교원 및 채점관 양성 범위도 확대될 것이다.
한편 고등학생의 경우, IB 학교로 인증받은 학교에서 IB 과정을 완료했는데 디플로마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IB 디플로마 프로그램은 만점이 45점인데 24점 미만이면 디플로마가 나오지 않는다. 또 지식론과 소논문에서 낙제를 해서도 안 되고 창의·체험·봉사 활동 이수를 완료하지 않아도 디플로마 수여 자격이 안 된다. 그럼 디플로마를 취득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IB 과정에서는 디플로마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디플로마 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과목 전체를 이수하지 않고 한두 과목만 하는 식의 선택도 가능하다. 이 경우 디플로마가 아닌 이수증(Certificate)이 수여된다. 디플로마 프로그램을 하든, 이수증 과정을 하든 국내 고교 졸업 요건을 갖춘 모든 학생에게는 국내 고교 졸업장이 수여된다.
DP는 2년 과정이기 때문에 고1 때 DP에 없는 국내 교육 과정의 과목들을 이수하고 고교 졸업 요건에 맞는 출석 일수와 수업 시수를 충족하면 국내 고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참고로 전 세계 IB 학생들의 평균 디플로마 수여 비율은 약 80%고, 일본은 93%다. 미국의 경우는 일부를 IB 과목으로, 일부를 AP 과목으로 수강하기도 하고, 일본도 수능반 학생들이 한 과목 정도를 IB로 택하기도 한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국내 IB 학교의 수능반 학생도 디플로마 전체를 다 하지 않더라도 한두 과목은 IB 과목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상에서 IB의 교원 연수 프로그램과 IB 학교 인증 관련을 살펴보았다. 거듭 강조하지만, IB 학교는 공교육에 모두 다 도입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단지 IB보다 더 훌륭한 미래형 수능과 미래형 내신 체제(가칭 KB; 한국형바칼로레아)를 우리 힘으로 구축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처음 설립 당시 포니라도 만들 수 있기 위해 벤츠 등 선진 모델을 해체 분석해봤듯이, 우리도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전과목 논술 시험의 공정한 평가를 체험하기 위해 KB를 만들기 전에 IB를 철저히 해체 분석해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권역별로 IB 인증을 받은 시범학교들을 도입해 보고 IB 공식 교원 연수를 직접 경험해 보자는 것이다. 충분히 익히고 면밀하게 해체 분석해 보고 난 후 이를 바탕으로 더 훌륭한 KB를 개발하여 미래형 수능과 미래형 내신 체제를 구축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