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5월 30~31일까지 교육훈련 실시
새 정부 대입 정책은 공정성에 기초한 국민 신뢰 확보
학령인구 감소 시대, 1명의 입학자원이라도 더 발굴해야
교육부, 입학사정관, 교사 간 상시 소통창구 필요

여수 베네치아에서 열린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교육훈련 프로그램’에서 강연하고 있는 정명채 교수. (사진=장혜승 기자)
여수 베네치아에서 열린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교육훈련 프로그램’에서 강연하고 있는 정명채 교수. (사진=장혜승 기자)

[여수=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소를 키우려면 소가 있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시대다. 공정성이 입시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소 한 마리라도 더 찾아서 발굴해내야 하는 입학사정관들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이하 입학사정관협의회)는 경력 입학사정관과 신임 입학사정관을 대상으로 5월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여수 베네치아에서 교육훈련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입학사정관들의 고용 안정과 교육부‧교사‧입학사정관 세 주체 간 상시 소통채널 구축에 대한 요구가 나왔다. 입시의 공정성을 기한다는 명목으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자기소개서(자소서)뿐만 아니라 고교프로파일 등 평가 요소를 없애면서 종합적으로 학생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호소도 나왔다.

이상지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계명대 입학사정관)은 환영사에서 “이번 보수교육을 통해 의미있는 배움의 시간이 되고 무엇보다 다양한 대학끼리 정보를 교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임 입학사정관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는 조희권 전북대 전형팀장.

■ 대입정책,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 고려할 것 = 새 정부의 대입정책은 국민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공정하고 균등한 기회에 대한 수요를 고려해 신뢰 확보에 중점을 둔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강소희 교육부 대입정책과 사무관은 ‘대학입학정책의 이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새 정부의 대입정책 추진 방향을 △입시비리조사 전담 부서 설치 등으로 신속한 입시비리대응체계 마련 △균형적인 전형 운영 및 단순화 추진 △미래교육수요와 사회변화 반영 대입제도 개편으로 제시했다. 

화두는 공정성이다. 강소희 사무관은 “지난 30일 발표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도 대입 공정성과 책무성 강화가 추진 과제”라고 설명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대입 공정성을 강화하고 고교 교육과정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대학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91개 대학이 선정됐다. 선정된 대학은 향후 2~3년 동안 총 575억 원을 지원받는다.  이번 사업에는 총 101개교가 신청해 심의를 거친 결과 수도권 39개교, 지역 52개교 등 총 91개 대학이 선정됐다.

입학사정관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후속조치에 따른 일선 사정관들의 업무에 대한 애로사항이 공유됐다. A대학 입학사정관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른 후속조치로 2024학년도 대입부터 고등학교 정규교육과정 내의 활동만 반영되는데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정규교과활동이 아닌 외부활동을 교과과정 내로 편입해서 운영하는 학교가 생기고 있다”며 “이런 부분도 허용되는 거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강 사무관은 “많은 학교가 지역공동교육과정이나 학교밖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교과 내 활동이 다양해지는 상황”이라며 “교육과정 외의 비교과가 아니라 교과 내에서 이뤄지는 활동은 학생부 기재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입학사정관의 신분 안정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교육부가 입학사정관의 신분안정에 대해 생각하는 방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강 사무관은 “현재로선 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재정사업밖에 없다 보니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의존해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재정 말고 다른 방법에 대한 의견을 주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1명의 학생이라도 더 찾아서 선발해야 = 학령인구 감소 시대를 맞아 1명의 학생이라도 더 찾아서 입학시켜야 한다는 현실적 조언이 나왔다.

‘대학입학전형 설계와 운영’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맡은 정명채 세종대 지구자원시스템공학과 교수(전 대교협 대학입학지원실장)는 “누구나 우리 대학 비전에 맞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싶을 것”이라면서도 “그 뒤안에는 한 명이라도 더 선발하고자 하는 것에 초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대학의 고민이 신입생 충원율과 재학생 충원율에 초점이 맞춰지는 상황에서 선발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주장이다.

소를 키울 사람은 많은데 소는 없다. 정명채 교수는 대학 입시에서 사상 처음으로 지원자가 정원을 밑돈 2021학년도 대규모 미달 사태를 소에 비유했다. 당시 입학 정원 4만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등 지방 거점 국립대조차 간신히 미달을 면했다. 정 교수는 “각자의 소를 만들어낼 수도 없고 결국 인구가 줄어드는 걸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입학자원 패턴이 입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도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정 교수는 “입학자원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점차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대학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도 예외는 아닌 상황에서 비수도권 대학은 더 절실하기 때문에 수능최저학력기준을 고민도 안하고 폐지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우리 대학에 가장 맞는 전형이 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수능최저학력기준이라는 자체를 논하기 어려운 시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경쟁률과 입시결과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둬야 할지도 대학 입장에서는 고민이다. 정 교수는 “학생이 많이 입학한다고 해도 대학이 원하는 학생이 오는지가 문제”라며 “입시전형 설계 시 경쟁률에 초점을 맞출지 학생들의 질을 보여주는 입시결과에 맞출지 어떤게 중요한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의 충성도가 높고 정시로 들어온 학생의 충성심이 낮다는 통설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대학 입장에서 재학생 충원율로 연결되는 문제”라며 “입학 후 학생이 원하는 게 뭔지 제공해줄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월 30일부터 31일까지 여수 베네치아에서 열린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교육훈련 프로그램'에서 강연하고 있는 김성동 연구사. (사진=장혜승 기자)

■ 교육부, 평가주체로서의 사정관들과의 소통 창구 운영해야 = 평가주체로서 입학사정관들의 활발한 소통 창구 운영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학교생활기록부의 변화와 교육정책’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성동 교육부 교수학습평가과 교육연구사는 앞으로의 학교생활기록부의 변화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김 연구사는 학교생활기록부의 변화 방향으로 △기재의 신뢰성‧공정성 확보 △이해당사자 간 긴밀한 소통 △학생에 대한 총체적 이해자료이자 성장발달 지원하는 기록물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일선 입학사정관들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고등학교 교사들의 전문성 제고를 요구했다. B대학 입학사정관은 “학교생활기록부를 평가하면서 학생들 평가 문구가 다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걸 갖고 학생을 제대로 평가했는가라는 점에서 고민이 됐다. 학교 교사들이 충분히 숙지를 해서 기록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와의 상시 소통 창구 개설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C대학 입학사정관은 “일선 고교에 가서 평가주체인 입학사정관들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이 될 상시창구 개설과 함께 개선점에 대해 충분히 입학사정관과 협의할 자리를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사는 “우리로서도 갈증은 있지만 대입 관련 정책이 저희 부서 관련 정책이 아니다 보니 조심스럽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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