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진 삼육보건대 교무입학처장

김예진 삼육보건대 교무입학처장
김예진 삼육보건대 교무입학처장

흔히 ‘입시 시즌’ 또는 ‘비시즌’이라는 표현은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하게 사용돼 왔다. 이는 입시 관련 업무나 절차들이 연중 특정한 시기, 즉 몇 개월에 집중돼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요즘은 입시 시즌일까? 아니면 비시즌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더 이상 입시 비시즌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전문대학이 처한 입시 상황은 ‘입시한파’, ‘절체절명의 위기’, ‘무기 없는 전쟁’ 등으로 표현되며 입시의 어려움과 절박함을 거의 모든 전문대학의 구성원들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필자는 2021년 1월말 ‘전문대 덮친 입시 한파…전문대가 나아가야 할 입시 방향’을 주제로 본지를 통해 당시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선 충격적인 입시 결과와 더불어 향후 전문대 입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피력한 바 있다. 그 후 1년 5개월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한번 전문대의 입시 현황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꽤 오래전부터 대학가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 자원 확보의 어려움을 예견해 왔다. 그러나 지난 21학년도 입시 결과를 살펴보았을 때 과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그간의 통념대로 입시 위기가 대학에 초래됐는가? 필자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고 본다. 그 결과는 우리의 예상과는 매우 차이가 있었다. 전국의 모든 전문대학은 예외없이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전문대학의 입학정원은 2012학년도 최대 20만9000여명 대비 2022학년도 최소 14만8000여명으로 약 30% 가량 감소했다. 사실 전문대학은 자체적으로 입학정원을 꾸준히 줄여가며 예견된 입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지속해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간 전문대학의 정원내 신입생 충원율은 최고 2015학년도 약 98% 대비 최저 2021학년도 약 84%까지 감소했다. 

필자도 소속 대학의 입학 담당 부서 책임자로서 입시만 생각하면 저절로 긴 한숨이 나온다. 숱한 날을 밤잠을 설치며 이 위기를 타개할 묘안을 떠올려 보지만 솔직히 뚜렷한 대안이 떠오르질 않는다.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뿐만 아니라 14년간 지속되어 온 등록금 동결로 재정 운영의 어려움은 그 한계치에 도달했으며 각종 평가들로 구성원들의 업무 피로도 또한 축적돼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고등직업교육의 미래를 위해 절대 포기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긴 한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긴 호흡을 고르며 다시 한번 전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각 대학과 입학 관리 부서는 일년 내내 신입생을 맞이할 준비를 멈추지 않는다.

대학의 입시 업무는 입시 전형계획 수립과 신입생 모집, 신입생 선발, 입시 결과 분석 그리고 개선 방안 모색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입시 전형계획은 적어도 2~3년을 미리 내다보며 수립된다. 격변의 시대에 미래를 예측하고 적절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어려운 입시 위기에서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대학들은 ‘경쟁이 아닌 협력’을 선택했다. 이것이 바로 전문대학이 처한 공동의 위기를 지혜롭게 타개할 유일한 길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매해 입시 결과를 분석해 전국의 전문대학에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전문대학입학관리자협의회는 워크숍을 개최해 입학전형 관련 향후 추이를 전망해보고 집중 토의를 통해 입학전형과 관련된 문제점 및 해결방안을 도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권역별 대학의 입학 관리자들은 지속적으로 긴밀한 정보 공유와 협력을 통해 입시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학 간의 활발한 소통과 협력을 넘어서 향후에는 산업체와 지역사회와의 유기적 교류·협력 체계 구축을 통한 입학자원 확보 그리고 입시 지원 방안 확대가 필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더불어 대학가에 불어닥친 입시 한파로 대학의 입시에도 많은 변화가 초래됐다. 위기를 변화의 기회로 삼아 소비자인 수험생·학부모·교사들로부터 선택받기 위한 대학의 다양한 노력의 흔적들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들은 미래를 결정할 비전에 따라 발전 방향의 내실 있는 모색을 통해 구체적인 발전 계획을 수립해 제시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일방적인 정보전달식이나 행사용 입학설명회가 아닌 교사, 학부모, 수험생 대상 찾아가는 일대일 맞춤형 입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일회성 상담이 아닌 상시 대면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디지털 대전환시대에 따른 메타버스 플랫폼이나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을 활용한 비대면 입시상담을 통해 MZ세대의 관심과 흥미를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입시 관련된 제한적 정보 제공을 넘어서 수험생들의 적성과 진로를 바탕으로 졸업 후 취업 관련 정보 제공과 전공 체험들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수요자 중심의 입학정보박람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학들은 생존을 위한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제 대학의 미래는 대학이 양성하는 미래의 인재에 달려있다고 본다. 만일 철저한 준비와 대책 마련이 없다면 부지불식간에 재정을 투자하고 교육을 제공할 인재가 더 이상 우리 전문대학을 선택하지 않는 시점이 찾아올 수도 있다. 모든 대학이 원하는 목표인 우수한 인재를 영입해 대학의 가치관을 실현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도 앞으로도 입학 관리 부서의 시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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