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복지재단 기빙플러스, CSR→CSV 스토어 넘어 ‘ESG 스토어’로 진화
기업의 재고 상품 기부받아 선순환시키면 탄소 배출 방지, 친환경에 기여
ESG적 가치와 마인드 가지면 비즈니스로도 성공 가능, ESG는 ‘실천 중요’

서울 양재역에 위치한 밀알복지재단 기빙플러스 양재역점. 매장에 들어서면 가격표에 먼저 놀란다. 분명 시중의 브랜드 제품인데,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비결은 기업의 재고상품을 기부받아 판매하기 때문. 만일 기빙플러스에서 기업의 재고 상품이 판매되지 않는다면, 고스란히 소각장이나 매립행이다. 또한 기빙플러스의 판매 수익금은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에 사용된다.

기부와 나눔을 통해 환경보호와 사회공헌이 이뤄지는 ‘ESG의 장’이 기빙플러스 매장이다. 문명선 밀알복지재단 기빙플러스본부 마케팅 위원장을 기빙플러스 양재역점에서 만나 기빙플러스의 의의와 가치, 밀알복지재단의 ESG 사업 현황과 계획, ESG 실천을 위한 조언 등을 들어봤다. 문 위원장은 밀알복지재단 기빙플러스본부의 ESG 사업을 총괄·전담하고 있다.   

문명선 위원장은…1991년 서울시립대를 졸업하고 비즈니즈 전문지 ‘패션비즈’에서 25년간 재직했다. 퇴직 후에는 밀알복지재단의 ‘더드림스토어’ 마케팅이사를 거쳐 현재 ‘기빙플러스본부’ 마케팅위원장을 맡고 있다.
문명선 위원장은…1991년 서울시립대를 졸업하고 비즈니즈 전문지 ‘패션비즈’에서 25년간 재직했다. 퇴직 후에는 밀알복지재단의 ‘더드림스토어’ 마케팅이사를 거쳐 현재 ‘기빙플러스본부’ 마케팅위원장을 맡고 있다.

- 먼저 밀알복지재단과 기빙플러스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린다.
“밀알복지재단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1993년 설립됐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삶과 권리를 옹호하고, 주체적 삶을 지원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기빙플러스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공헌) 전문 나눔스토어로서 밀알복지재단에서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 기빙플러스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궁금한데.
“기업으로부터 재고상품을 기부받은 뒤 기빙플러스 매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판매수익금은 장애인, 시니어, 다문화, 경력단절여성 등 사회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에 투자된다. 또한 기빙플러스는 국내 소외이웃 물품지원 캠페인 ‘자상 한 상자’도 진행한다. 현재 서울과 경기 지역에 총 18개의 기빙플러스 매장이 이용되고 있다. 월 매장 방문자는 10만 명 이상이다.”

- 올해부터 밀알복지재단은 기빙플러스를 중심으로 ESG 실천에 적극 나선 것으로 아는데.  
“패션지 전문기자로 25년간 일한 뒤 5년 전 밀알복지재단에 합류했다. 기빙플러스는 초기에 바자회로 시작, 상설 매장이 됐다. 그러면서 3년 전에 방향을 잡은 것이 CSR 전문 나눔스토어였다. 작년에는 CSR을 넘어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 가치 창출)로 확대했다. 기업에 ‘그냥 기부해라’가 아니라 ‘함께 상생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ESG 스토어로 확대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에 ‘ESG 자문위원단’을 위촉했다. 위촉 자문위원은 총 8명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 전문가들이다. 자문위원단은 기빙플러스의 친환경 나눔 사업 자문을 맡아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 동반 성장을 도모한다. 또한 5대 프로젝트도 수립, 추진하고 있다.”

- 5대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범국민 ESG 프로그램 기획, ESG 온라인 플랫폼 구축, ESG 선진 사례 기획·개발, 기빙플러스 ESG 지표 출시, ESG 우수 실천 기업 시상식 개최 등이다. 플로깅(줍깅) 등 시민참여형 친환경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연내에 메타버스 기반 온라인 매장 오픈을 추진, 고객의 ESG 경험 접점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기빙플러스만의 ESG 지표도 개발할 것이다. 이를 통해 기빙플러스 협력 기업의 사회공헌 성과 측정과 방향성을 모니터링하고 우수 기업을 대상으로 시상할 예정이다. 아울러 폐섬유를 활용, 친환경 건축자재로 ‘기빙플러스 그린 스토어(가칭)’를 신규 건립할 계획이다. 업사이클링 제품 판매도 확대함으로써 친환경 가치를 더할 방침이다”

지난 4월 13일 진행된 기빙플러스 ESG 자문위원단 위촉식에서 관계자들이 위촉식 종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13일 진행된 기빙플러스 ESG 자문위원단 위촉식에서 관계자들이 위촉식 종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기빙플러스가 바자회 매장으로 시작해 CSR·CSV·ESG 매장으로 점차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배경에 위원장님의 노력이 있는 것으로 안다. 패션지 전문기자에서 기부·나눔 전도사로 변신한 배경이 궁금한데.
“분명한 것은 기빙플러스에 몸담은 전현직 모든 직원들의 노력이다. 개인적으로 가치 중심의 사회적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기자 시절 파타고니아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파타고니아는 명품 아웃도어 브랜드로 이본 쉬나드가 1973년에 창립했다. 2013년 파타고니아가 한국에 직진출하면서 취재를 갔다. 당시 취재현장에서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제목의 책을 기자들에게 선물해줬다. 책에는 이본 쉬나드가 파타고니아를 설립한 배경 등이 소개됐다. 호기심에 읽었다가 감동과 영감을 크게 받았다. 
그는 미국에서 암벽 등반가로도 유명한데 어렸을 때부터 산에 관심 많았다. 암벽을 등반하려면 피켈(Pikel·도끼 모양의 쇠붙이가 붙어 있는 지팡이)이나 피톤(Piton·갈라진 바위의 틈에 끼워 넣어 중간 확보물로 사용하는 금속 못)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피켈이나 피톤은 다음 사람을 위해 남겨 놓거나 억지로 뽑으면 바위가 갈라진다. 이에 이본 쉬나드는 바위 손상을 막기 위해 10대 시절 초크를 개발했다. ‘산은 내가 왔다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산을 가장 사랑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본 쉬나드는 ‘깨끗한 자연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좋아하는 산을 어떻게 계속 탈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10대 때부터 초크를 개발한 뒤 이후 수선 가능한 옷, 자연에 좋은 제품 등을 개발하면서 파타고니아를 만들었다. 
지금 파타고니아는 전 세계에서 최고의 아웃도어 브랜드로 꼽히고 직원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통한다. 제가 크리스찬이기에 ‘기독교 영성을 통해 선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을 읽고 ‘이런 오너가 되고 싶다. 이런 일을 하고 싶다. 환경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 기빙플러스는 나눔 모토의 스토어다. 어떻게 환경에 기여하는지 궁금하다. 
“7, 8년 전 만해도 기업에서 ‘2억 원어치 재고를 소각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써 달라고 전문지에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다. 고객 몰래 팔거나 아울렛에 넘기지 않고 당당하게 소각한다고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의류 등 재고품을 소각할 때 환경오염 물질과 미세먼지 등이 엄청 발생한다. 기빙플러스는 기업의 재고품을 기부받는다. 재고를 소각하지 않고 환경을 생각, 자원을 선순환시킨다는 것이 환경 개념이다. 즉 재고를 기부받아 선순환시킴으로써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것이다. 기빙플러스 판매량이 많을수록 소각량이 감소되는 셈이다.”

- ESG가 기업은 물론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환경오염 기업에 대해 국민들이 눈에 불을 켠다. 과거에도 ESG 용어가 있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ESG를 증폭시켰다고 본다. MZ세대를 비롯해 국민들이 ‘환경을 파괴해? 사회 공헌도 안 해? 불평등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어?’라는 나름의 ESG 판단 기준으로 감시하다 보니 ESG는 필수가 됐다. 사실 환경과 사회 공헌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 투명경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ESG는 따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하나라고 볼 수 있다.” 

- 기빙플러스가 ‘S(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계획하는 바가 있다면. 
“기빙플러스 오프라인 매장을 늘린다고 취약계층을 모두, 그리고 계속 고용할 수 없는 것 같다. 일반인에게도 판매직이나 유통·물류 창고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메타버스상에 매장 오픈을 추진하고 있다. IT 분야에 집중력을 가진 취약계층이 분명히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맞춰 기빙플러스의 나눔 정신에 입각,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예정이다.” 

- 일반시민들, 특히 대학생을 비롯해 MZ세대가 ESG에 관심을 갖고 ESG를 생활에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언을 한다면. 
“내가 즐거워서 그 일을 해야 한다. 공무원 경쟁률이 치열하다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 ESG 자문위원 가운데 트레드앤그루브라는 회사의 대표가 있는데 이온 대표를 포함, 3명이서 운영하고 있다. 대학 창업동아리 출신이고 20대 후반이다. 창업한 지 3, 4년 지났다. 그런데 창업 배경이 흥미롭다. 신발이 없어 맨발로 다녀 발이 딱딱한 사진을 보면서, 자원도 생각하고 신발도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다 폐타이어로 신발을 만들어 브랜드를 론칭했다. 현재 한국타이어, 롯데렌터카 등에서 폐타이어를 공급한다. ESG적 가치와 마인드에서 출발하면 대기업이 협력하자며 투자를 많이 한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이본 쉬나드나 트레드앤그루브처럼 ESG 관련 아이템을 개발하면 공무원이 되는 것이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나을 수 있다. 인간을 사랑하고,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면 비즈니스적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특히 기회가 된다면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 ESG 가치가 보다 널리 확산·실현될 수 있도록 당부의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린다.
“ESG는 삶이다. ‘삶’이라는 단어 안에는 ‘사람’이 있다. 더불어 사는 사람이 있어야 삶이 있는 것이고, 그리고 이 삶 안에는 좋은 일도 많지만 역경과 시련이 더 많다. 그래서 많이 힘들다. ESG도 힘들다. 그러나 힘이 들어야 힘이 난다. 힘을 들어야 힘이 나듯이 ESG를 실천해야 진짜 ESG 환경에서 살 수 있고 나의 자녀가 미래를 살 수 있다. 삶이 힘들 때 힘을 내면서 여기까지 왔듯이, ESG도 실천이 힘들지만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 ESG가 실현된 지속가능한 세상에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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