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전)한국영재교육학회장(성균관대 초빙교수)

이정규 (전)한국영재교육학회장(성균관대 초빙교수)
이정규 (전)한국영재교육학회장(성균관대 초빙교수)

고도의 지능정보화시대, 인공지능의 시대가 오고 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미래사회를 예측해보면서 우리의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특히 우수한 아이를 둔 학부모일수록 아이 교육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오늘의 아이를 어제의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그들의 내일을 뺏는 것이다”라고 교육학자 존 듀이는 말했다. 이 말을 고민해보면서 지금부터 생각해 볼 것들이 있다.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미래로 달리고 있는데, 우리는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에게 오랫동안 학습되어 몸에 익은 공부 방식을 좋든 싫든 따라하고 있지 않은지? 심지어 아이에게도 똑같이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마치 거울 속의 자신의 얼굴에서 부모님의 얼굴을 문득 발견하듯이.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가 아이를 교육하고 있는 방식이 자신이 어렸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나는 저렇게 하는 거 정말 싫어. 어른이 되면 절대로 저렇게 하지 않겠어!”라고 결심했던 양육 방식이나 공부 방식을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그대로 강요하고 있음을 알았을 때다.

이러다 보니 우리가 학교 다닐 때와 너무도 다르게 변해버린 아이들의 생각과 태도에 당황스러울 경우가 있다. 때로는 학교와 교육 환경의 빠른 변화에서,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갈등과 혼란을 겪기도 한다. 물론 우리가 지금 하는 고민과 갈등은 아이도 함께 겪고 힘들어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가고 싶은 대학을 가기 위해 그저 공부만 잘하면 됐던 시절과는 너무나 빠르게 변해버렸다.

현실적인 교육 환경을 살펴보자. 당장 수학‧과학을 좋아하고 잘하는 우리 아이(특히 의약학과를 지망하고 있다면)를 과학고나 영재학교에 보내야 하는지? 2025년도만 해도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다고 발표됐고, 게다가 지난 정부에서 교육의 공정성을 이유로 2025년 자사고와 특목고를 폐지한다고 법까지 바꾸었다. 그런데 새 정부에서는 다시 바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고, 학교에서는 힘들어하고 부모들은 당황하고 학생들은 시험이 없어 좋다는 중학교의 자유학년제의 지속 여부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새 정부의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이 발표되면서 학교에서는 SW·AI교육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물화생지(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의 과학과목과 사회과목은 각각 통합과학과 통합사회로 이미 바뀌었다. 수시로 달라지는 학교 교육과정과 복잡한 대학 입시제도 등등 교육과 입시정보가 난무하는 교육 환경에서 우리 아이를 교육해야 한다. 무엇보다 올해 새롭게 발족되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대학 입시제도와 국가교육과정 등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시작된다고 하니 우리 학부모들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교육 정책과 현실에 답답할 뿐이다.

본래 유언비어는 정보의 불확실성에서 더욱 커진다.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이러한 교육 현실의 불안과 갈등은 정보력(?)을 바탕으로 사교육계에서는 더욱 불안을 가중시킨다. 그러면서 미리 발 빠르게 학원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부채질한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 학부모들은 미래를 차분히 예측하고 우리 아이의 미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교육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첫째, 미래사회는 4차 산업혁명, 지능정보화사회, AI시대, 초융합·초연결의 사회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학부모들은 전국적으로 똑같은 표준화된 교육과정과 교과서, 심지어 학교와 교실 모양까지 공장처럼 똑같은 곳에서 배운 내용을 정해진 시간에 생각할 틈이 없이 누가 많이 외웠나를 시합하듯이 정답을 빨리, 많이 풀어내는 사람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사회를 살았다. 심지어 서울대에서 A+를 맞는 비법 중에 교수님이 농담하는 것까지 다 받아 적어 시험지에 풀어내는 것이 비법이라고 할 정도니 참으로 웃픈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니까 OECD의 국제학력경쟁시험(PISA)에서 과목 성적은 좋은 나라일지 몰라도, 정작 왜 공부해야 하는지? 학교 생활이 즐거운지?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는 게 행복한지? 친구와 협동해서 하는 게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최하위 점수를 나타내고, 심지어 자살하고 싶다는 우울감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도 우리나라 아이들의 슬픈 교육 현실이다. 특히 우수한 아이일수록 공부의 의미를 모르는 채 반복적인 정답 찾기와 선행학습에 학교생활에 쉽게 염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편 2000년도 이후 노벨상 수상자들을 살펴보면 2명의 단독 수상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혀 분야가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한 창의융합적인 연구가 노벨상을 수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이제는 ‘나 외는 모두가 경쟁상대’라고 생각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하기보다는 우리 아이에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하고, 다른 사람과 협업을 통해 창의적 융합해야 성공하는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우수한 아이들일수록 만들어 놓은 지식의 소비자가 아니라 새로운 이론과 지식을 생산하는 생산자로 성장할 사람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 아이에게 그동안 가르치지 못했던 다른 사람과의 공감협업력을 가르치는 것이 미래의 리더가 될 아이에게 중요한 핵심 역량 중 하나다.

둘째, 10년 뒤 직업 세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AI, 지능정보화 시대로 진입할수록 지금은 누구나 선호하고 있는 대기업 사무직, 공무원 등의 단순반복적 행정업무가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전문직종이라는 의사, 변호사, 기자까지도 AI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10년 뒤에 사라질 직업에서나 필요한 교육과 스킬을 학교나 학원에서 열심히 배우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잘 알고 있듯이, 인공지능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직업이 있다. 복잡계의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학자,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할 논리학과 SW‧AI전공자, 그리고 AI+X라고 하는 각자의 교육, 법학, 의료 등의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전문가들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우리나라만 해도 AI, AI+X 전문가들의 몸값이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지만, 전문가조차 없다고 할 정도다. 심지어 정부에서 대학과 대학원에 AI 중심대학을 지원하고 있지만 가르칠 교수를 초빙하기 어렵다고 한다. 얼마 전 명견만리(KBS)에서 ‘한국의 혁신은 왜 멈추었는가’를 강연한 투자전문가인 짐 로저서는 왜 한국의 우수한 젊은이가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몇 년을 낭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은 우리 아이 교육을 위해 생각해볼 만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셋째, 우수한 아이의 심리적 특성과 교육적 수준에 적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정부에서는 전국의 영재교육대상자, 영재교육담당교원, 영재교육기관이 모두 감소했다. 정부와 전국의 17개 시도 교육감의 정치성향에 따라 교육청의 영재교육 예산이 급감했고,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교실에서 영재를 가르칠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기초적인 영재교육 연수조차 감소한 게 작금의 현실이다. 실제로 일반적인 정규교육과정에서 제공하지 못했던 심화학습, 현장체험, 실험실습 중심으로 진행하던 영재교육의 질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초중고에서 영재교육원이나 영재학급에서 영재교육을 받았다는 내용을 대학입시 자소서에 쓰면 오히려 감점을 당하는 이상한 나라가 됐다. 

헌법 제31조에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했듯이, 우수한 영재성을 지닌 아이도 그에 적합한 영재교육을 국가와 지자체는 제공해야 한다. 특히 포퓰리즘 교육철학이 지배하고, 학습부진이나 기초학력 향상 정책이 강조되어 예산이 집중되다 보니, 영재교육은 점차 후순위로 밀려 역차별을 받고 홀대받는 현실이 됐다. 새 정부에서는 미래사회의 변화 패러다임에 맞게 우수한 영재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능력에 적합한 영재교육을 제대로 제공해야 할 것이다. 

우수한 아이를 둔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그러나 혼란한 때일수록, 우리는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과 입시상황에 대한 정보도 알아야겠지만, 더 중요한 점은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미래사회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아이에게 필요한 창의력과 융합력, 공감과 협업력을 키우는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추천하는 가장 큰 힘은 여전히 다방면의 독서를 꼽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 분야에서 앞서 나간 사람들의 지식과 경험이 담긴 책을 많이 읽으며, 스스로 깨닫고 자신을 추스리며 해당 분야의 지식을 축적해나간 것이 오늘의 성공에 이르게 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독서력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교육은 학교나 학원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가정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는 부모의 능력보다 부모의 삶의 태도,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자녀는 따르고 배우며 자라기 때문이다.   

※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은 필자의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공하는 미래교육전략》에도 담겨 있습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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