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박순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임명했다. 야당과 일부 교육단체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의 공공행정기관 평가 전문가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론은 차갑다. 박 장관이 그에게 제기된 의혹을 시원하게 해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개원되면 박 장관 비리를 낱낱이 파헤치겠다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박 장관으로서 피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자칫 장관 자격 시비로 시급한 ‘교육혁신’ 이슈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교육혁신은 이 시대 절체절명의 과제다. 다행히도 박 장관은 취임하면서 교육혁신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대학의 자율성을 억제하는 규제를 혁파할 것이고 재정난 해소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강구할 것임을 예고했다. 지방대학 발전과 대학의 평생교육체제로의 전환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기조 안에서 교육혁신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혁신과 관련해 ‘첨단분야 인재양성’과 ‘대학 재정난 해소’를 위해 획기적인 혁신안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박 장관이 진정 혁신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과제를 잘 추진해야 한다. 가뜩이나 후보자 지명 후 반대진영으로부터 ‘교육 문외한’, ‘교육 비전문가’로 비판받아 왔기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보란 듯이 두 가지 혁신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상황이 박 장관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컨벤션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혁신의 동력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여대야소 국회구도는 혁신 추진에 장애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정권 출범 1~2년이 ‘혁신의 골든타임’이라는데 지금까지는 정권 출범이 주는 시기상 프리미엄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대선 승리로 충만된 혁신 열기가 혁신 추진력으로 연결되고 반대 진영의 예봉도 어느 정도 녹여야 하는데 현실 상황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면 혁신은 물 건너가는데 무상하게도 시간은 흘러만 가고 있다.   

앞으로 박 장관이 추진해야 하는 교육혁신은 진영 간의 대립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다. 그만큼 혁신이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마냥 회피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그러니 달려들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물결에 대응해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 쉬운 일이라면 벌써 끝났을 것이다. 혁신이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교육현장을 새롭게 재구조화하는 일이다. 오랫동안 관료적 통제 아래 억눌려 온 대학을 규제 완화를 통해 자율적 발전의 길로 인도하고, 14년간 실시된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최악의 재정난에 빠진 대학에 활로를 열어주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을 지금하지 않으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없다. 박 장관은 이전 장관들도 취임 초 혁신을 부르짖었으나 대부분 용두사미로 끝난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만큼 교육혁신은 어려운 일이다. 교육혁신 성공 여부에 따라 박 장관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자칫 장관이 혁신 전선에서 주춤거리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혁신은 수포로 돌아가고 모든 비난은 박 장관으로 귀착될 것이다. 

박 장관은 교육 패러다임 전환기 혁신의 사령탑이다. 벌써부터 윤석열 정부가 내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이용한 고등교육지원 방안’과 ‘반도체 등 첨단인력양성을 위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둘러싸고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초·중·등과 고등, 수도권과 지방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양 진영 간의 입장 차를 좁히며 타협안을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장관의 몫이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일도 아니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로 바꾸는 예술이 정치 아니던가? 이 대목에서 장관의 정치력을 기대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협조는 혁신의 성패를 좌우한다. 야당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장관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에 유능한 장관이 돼야 한다. 

‘우문현답’이라 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이다. 박 장관은 얼마 전까지 대학인이었다. 누구보다 대학을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장관이 되길 바란다. 특히 언론에서 들려주는 고언을 경청하시라. 그러면 박 장관이 추진하는 교육혁신의 문이 활짝 열리고 혁신의 우군을 든든히 꾸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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