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조 교수가 끌고, 고현규 대표가 미는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 생활은 물론 산업계 전반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유통업계 역시 울고 웃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유통의 판이 급격히 흔들리며 전혀 새로운 유통의 판이 짜여지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 유통의 사고방식으로는 지금의 디지털 온라인 체제로 급변하는 대전환기에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디지털 온라인 중심의 사고방식과 패러다임으로 완전히 바뀌는 상황에서 그 진화는 더욱 빨리 진행되는 모양새다. 제조, 유통, 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기업이 이러한 유통의 변화를 이해하고 활용하지 않으면 매출 신장과 기업 성장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번 연재기획은 이 같은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미래전략을 모색하고,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대학(원)생에게 새로운 취업 기회와 역량 개발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마련됐다. 이를 위해 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 고현규 케이그룹 대표와 함께 주제별 전문가를 모시고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주> 

■ 대담=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 고현규 케이그룹 대표, 박영희 ㈜월드멀티넷 대표
■ 정리=김준환 기자

왼쪽부터 고현규 케이그룹 대표, 박영희 ㈜월드멀티넷 대표, 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 (사진=오지희 기자)
왼쪽부터 고현규 케이그룹 대표, 박영희 ㈜월드멀티넷 대표, 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 (사진=오지희 기자)

“환경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친환경(Eco-friendly)에서 필(必)환경 트렌드로 전환하는 시대다.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ESG가 화두가 되는 이유다. 기업들도 ESG를 경영의 새로운 핵심가치로 삼고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기업 가치를 높혀나가고 있다. 

ICT엔지니어링 기업에서 지난해 리사이클링 무인자동회수 시스템 사업 분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는 박영희 ㈜월드멀티넷 대표도 ESG 비즈니스로 지속가능발전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역 곳곳에 일회용 재활용품이 넘치는 상황에서 지역주민들이 직접 탄소저감을 확인하고 자원순환과 환경보호를 체험하고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왔다”면서 “자발적 탄소 감축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앱(App), 블록체인(Blockchain), 인공지능(AI) 등 혁신기술을 활용해 생활 속 탄소 감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플랫폼 기반의 개인 탄소토큰 이코노미를 구축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친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심도있게 고민했다. 그래서 나온 게 ‘감탄소 플랫폼(C×B Platform)’이다. 이 플랫폼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탄소 감축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감축된 CO2 배출 저감량 데이터를 AI알고리즘으로 관리해 탄소토큰으로 보상하는 구조다. ‘생활 속에서 ESG를 실천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라는 그의 생각이 오랜 사업적 경험과 맞닿아 ESG 비즈니스로 발현된 것이다.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개인의 작은 행위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경제구축으로 이어지게끔 할 수 있을까.

- ESG 관련해 기업의 대응이 왜 중요해졌다고 보나.
(고현규 대표) “ESG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어난 데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중요한 계기가 됐다. 기업 경영에 있어 ESG 요소를 잘 관리한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회복력이 더 우수하다는 인식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형성됐다. 이에 따라 ESG 요소를 경영 전반에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한 기업의 환경에 대한 투자와 노력이 글로벌 투자유치와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에 ESG 경영은 기업의 필수 불가결한 생존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친환경 기업으로의 전환은 이제 기업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빠른 대응이 필요하게 됐다.”

(박영희 대표) “2018년에 들어와 ESG가 글로벌 핵심 어젠다로 발전하기 시작해, 이에 대한 주요 국가의 사회적 관심과 글로벌 ESG 관련 규제가 지속해서 증가했다. 최근 3년 사이 정부 주도의 법규를 통한 의무화와 패널티 부과 등 강력한 규제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도 ESG 관련 글로벌 및 국내 규제 법제화에 대해 그 방향을 명확히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수적인 경영 요소가 됐다. 특히 환경적 요소는 자원과 에너지,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큰 명제 속에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여기에 맞춰 환경정책의 변화와 수요 그리고 급변하는 소비자 및 시민의 의식전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환경전략이 매우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 대학생들이 느끼는 ESG에 대한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
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

(오세조 교수) “자유기업원이 최근 실시한 ‘ESG에 대한 대학생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요즘 젊은층들은 ‘의식 있는 소비’를 하겠다는 비율이 꽤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소비와 투자 패턴뿐 아니라 자기 진로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도 ESG가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답한 대학생 중 약 61%는 상품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환경 보호나 사회적 가치에 충실한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의향이 있었다. 약 80%는 투자 대상 결정 시에 ESG 등급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약 78%는 졸업 후 취업 대상기업을 선택할 때 해당 기업의 ESG 이슈를 고려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렇듯 MZ세대는 기존 기성세대들이 추구했던 가성비와 친환경을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환경을 보호해야한다는 ‘필(必)환경’ 트렌드를 소비나 투자의 결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고) “최근 몇 년간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는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ESG에 대해 관심을 갖는 대학생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ESG가 청년 세대의 중요한 의사 결정의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도 분명한 흐름이다. 다만 ESG 포함 유사 개념들에 대해 대학생들이 ESG 용어적 의미를 아는 비율은 높지 않다고 본다. ESG는 젊은 세대들에게 아직은 익숙치 않은 개념이지만 그 취지와 필요성에 공감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ESG는 젊은 세대가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인식으로 자리잡히게 될 것이라고 본다.”

- 대학 교육 현장에서도 ESG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왜 그럴까.

고현규 케이그룹 대표
고현규 케이그룹 대표

(고)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홀프드 마켓, 파타고니아 등은 탁월한 ESG 경영을 통해 지속성장을 이뤄낸 대표적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ESG 가치를 사명에 녹여내 기업 정책과 경영 관행들을 설계하고 근본가치와 위배되는 것은 아무리 수익이 좋다하더라도 채택하지 않는 경영을 하고 있다. 즉, 기업의 철학이 내재화된 경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학은 ESG 기업의 경영자와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중추적 역할을 해야하는 곳이다. 당연히 ESG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 대학은 교육 과정에서 ESG와 같은 기업의 핵심철학과 사명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관련된 교육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오) “자본시장에서 사용하는 ‘프레임워크’로 투자업계의 전문용어에 가까웠던 ESG는 기후변화 위기 및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 전체의 위기 상황 속에서 이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향후 취업 진로 방향으로 대기업과 공기업을 선호하는 대학생들이 ESG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학습 이해도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대학 교육현장에서 ESG의 개념과 기업 목적의 변화, ESG Eco-System의 이해와 미래 방향, 그리고 주요 어젠다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몸소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속의 ESG 구현을 위해 대학 당국의 진지한 노력도 요구된다.”

- 중소기업 입장에서 ESG를 기업의 재무성과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박영희 ㈜월드멀티넷 대표
박영희 ㈜월드멀티넷 대표

(박) “스위스의 리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은 트럭의 폐방수천과 자동차 폐안전밸트 등을 재활용해 가방과 소품으로 만들었다. 지속가능성과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스토리가 있는 가방’ 브랜드로 인식된다. 친환경 행보로 높은 유명세와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같이 ESG는 글로벌 지향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도 필수적인 경영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파트너 대기업과는 ESG 상생 모델을, 파트너 중소기업 간에는 ESG 공동 상생 모델을 지속 개발하고 전개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경쟁력 있는 지속가능경영 시스템 혹은 플랫폼을 만들어내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기업가치와 경쟁력은 사회적 영향력으로 판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 역시 사회적 가치와 이윤을 동시에 창출하는 파이를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윤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일차적인 목표로 삼게 되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윤을 얻게 될 것이다.”

(고) “중소기업이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낮은 이유는 경영진의 관심 부족, ESG 경영 노력이 단기적 성과로 연결되지 않은 점, 기업자원의 한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ESG가 기업의 생존과 무관하다는 인식이 가장 큰 장애요인이지 않을까 싶다. 중소기업에서 ESG 경영을 도입해 이를 실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ESG를 위한 업무의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같은 수준으로 기업경영과 연계된 모든 ESG 이슈를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자사의 핵심사업과 연계된 ESG 이슈를 발굴하고 해당 이슈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핵심사업과 관련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ESG 동향을 파악하고, 주요 고객의 ESG 정책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기업의 핵심 ESG 이슈 풀을 구성해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 월드멀티넷에서 대학과 협력으로 탄소감축을 위한 실천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박) “대학은 기업과는 달리 이미 사회적 책임경영과 가치경영 중심에 서 있다. 많은 대학들이 친환경 그린캠퍼스에 참여해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대학 내 자발적인 개인 탄소감축 활동은 이렇다 할 모델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캠페인성 행사와 이벤트들은 대학별로 간간히 이뤄져 왔었으나 앞으로는 지속가능한 체험형 탄소감축 실천모델 도입이 필요할 시점이다. 

개인들의 탄소 감축을 위해 당사는 대학의 발전적인 그린캠퍼스의 실천 아이템으로 탄소중립 공간으로서의 거점식 재활용 통합 관리시스템을 제안해드릴 수 있다. 이른바 ‘Smart Recycling Center(SRC)’다. 개인들이 배출하게 되는 쓰레기 중 재활용이 가능한 페트병, 빈캔, 빈병, 종이팩, 일회용컵, 폐휴대폰(소형가전) 등을 분리 배출하면 즉석에서 탄소포인트로 보상받을 수 있다. SRC는 재활용 자동회수기(RVM/Reverse Vending Machine)들을 한 곳에 모아 통합운영되며, 각각의 재활용품 회수와 보상집계가 가능한 탄소중립 공간이다. RVM 장비들은 AI 기능과 IOT 기술이 접목돼 있어 정확한 재질을 인식하고 자동분리 및 압착, 파쇄를 시킬 수 있다. 재질별로 부피를 대폭 줄여 정확하게 회수하고 보관할 수 있어 운송 수거비용과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박영희 ㈜월드멀티넷 대표는 “생활 속 탄소 감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른바 ‘감탄소 플랫폼(C×B Platform)’ 구축을 통해 개인 탄소토큰 이코노미를 구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영희 ㈜월드멀티넷 대표는 “생활 속 탄소 감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른바 ‘감탄소 플랫폼(C×B Platform)’ 구축을 통해 개인 탄소토큰 이코노미를 구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ESG 경영이 하나의 기업문화나 사회적 대세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할까. 
(오) “제조산업 측면에서 보더라고 글로벌 ESG 관련 규제는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3년 사이 정부 주도의 ESG 규제의 도입량이 급증하고 있다. 환경적인 측면으로 살펴보면 각국의 친환경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2021년부터 플라스틱 1톤당 800유로를 Tax로 부과하고 있으며 2030년부터는 플라스틱 패키징에 재활용된 재료를 30% 의무 사용하기로 규제했다. 영국은 2022년 4월부터 재활용된 원료를 30% 미만 사용일 경우 톤당 200파운드의 부과금을 정했다. 우리나라도 2030년부터 페트병에 r-PET 30% 의무사용 가이드가 이미 나와 있다. 이외에도 모든 음료와 의류, 기타 소비재 기업들의 재활용 원료 사용률에 대한 목표를 자발적으로 올려 잡고 있다. 이렇듯 제도적 규제나 기업들의 친환경 인식의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고) “제도적 측면에서 봤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경영에 ESG 요소를 반영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마다 재무상황이 다르고, 기술력의 차이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획일적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무리가 있고, 경영환경이 좋지 못한 기업이 자칫 ESG 경영을 강화하다 문을 닫게 되는 가능성도 있다. 이는 근로자, 소비자, 투자자 등 경제 전반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강제하지 않더라도 각 기업들이 ESG 경영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현 상황에서 기업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 기업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나 규제의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정부는 이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만드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ESG 가이드라인 제공, ESG 교육 및 인식 확대, ESG 위험발생 상황 대응 긴급지원 창구마련 등 규제보다는 가이드 형식의 제도적 뒷받침이 되면 좋을 것 같다.”

(박) “저희 같은 친환경 ICT기업은 ESG 경영에 최선두로 있는 기업들과 다양한 전략적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CO2 감축 활동을 지원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더 나아가 투자 및 공공기관 등 파트너사와 개인의 탄소배출권 거래 생태계의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당사가 개발한 재활용 자동회수기는 다양한 재활용 용기(투명PET, 캔, 공병, 종이팩) 투입 시 탄소 저감량을 계량화해 산출·인증해주며, 여기에 따른 탄소 포인트를 블록체인 탄소토큰(유틸리티 토큰)으로 보상해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탄소 감축시장의 생태계 조성을 구축하고 있는 최초 민간기관인 SDX재단과 개인의 탄소감축 데이터 인증과 개인의 탄소 감축을 통한 시민배출권 제도 구축을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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