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찬 제이앤드컴퍼니(J&Company) 부대표

홍순찬 제이앤드컴퍼니(J&Company) 부대표
홍순찬 제이앤드컴퍼니(J&Company) 부대표

교육부가 학교법인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지표에도 법인 책무성이 포함됐다. 법인 책무성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법정부담금인데 이는 법인이 교·직원들의 고용자로서 4대보험과 연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취지다. 2020년 기준 법정부담금을 100% 받지 못하는 대학은 전체 사립대 중 약 85%를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사립대의 법인전입금도 교비회계 수입총액의 3% 미만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열악한 재정 지원으로 인해 COVID 시대에 휴학생의 증가와 해외유학생의 감소를 겪고 있는 사립대학들은 더 큰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사학법인 대다수가 ‘법인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원인은 당연히 법인의 열악한 수익구조에 기인한다. 2020년 법인의 운영수입이 5억 원 미만인 법인은 전체의 48%(118곳)에 달하며, 60개의 법인은 법인소속 전담직원 없이 파견이나 겸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수익사업을 기획·운영할 직원이 없고, 수입이 없으니 직원을 채용할 여력도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법인이 보유한 수익용 기본재산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학교법인 수익용 기본재산의 보유액과 수익률을 분석해 보면, 토지가 전체 평가액의 63.3%를 차지하고 있으나 수익률은 0.8%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돈이 안되는’ 토지를 매각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9.7%) 건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다행히 최근 교육부는 법인이 보유한 재산을 유연하게 활용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사립대학(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교육·연구에 활용하지 않는 ‘유휴 교육용 기본재산’을 교비회계 보전 없이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 △유휴 교사시설 내 입주 가능한 업종 규제를 ‘네거티브(Negative)’로 전환한다. 즉, 교육·연구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다른 법령에 따라 학교 내 설치가 금지된 시설·업종이 아니면 제한없이 입주를 허용한다 △교지확보율 기준을 충족하고 적정한 비용 분담이 이뤄질 경우 교지 위에 수익용재산 건물 건축이 가능하다 △사립대학과 학교법인이 재정 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운영비 충당을 위한 차입도 허용하며 신속하고 편리하게 기본재산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관련 허가(신고) 절차를 일부 완화한다.

이러한 규제 완화를 통해 학교법인의 수익 확대가 원활해지고, 이를 다시 교육 환경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기대해 본다. 이제는 각 학교법인의 기획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필자가 컨설팅한 대학법인의 경우 법인이 보유한 토지와 건물을 모두 파악하고 수익성을 분석하는 데에도 한달 이상이 소요될 만큼 방대하게 흩어져 관리되지 못하고 있었다. 별도의 수입도 없이 종합부동산세만 내고 있는 토지도 상당수였다. 기존 수익구조의 개선과 신규 수익사업의 추진은 다른 어젠다(Agenda)에 밀려 수년간 이사회 의결사항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몰라서 못한다기 보다는 아직까지 보수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럼 어떤 인식 전환이 필요할까?

첫째, 법인이 보유한 토지와 건물에는 모두 배경과 스토리가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은 다다익선이며, 모두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 건드릴 수 없다”고 말하는 법인분들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부동산이라도 그것을 유지하는 데에는 동일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동산이 산재해 있을 경우에는 관리 비용만 상승하게 된다. 오히려 내실있는 부동산으로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둘째, 선택과 집중을 할 때에는 ‘우리가 보유한 부동산 중 좋은 것은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부분의 보유 토지와 건물이 대학 주변에 위치하다 보니 지리적 익숙함을 벗어나 더 좋은 투자 기회를 보기 어렵다. 동일한 투자 비용이라면 효용이 높은 지역의 부동산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실제 최근 3년 간 상업지구의 연평균 지가상승률을 보면 광역시·도별로 적게는 0.1%에서 많게는 0.5%까지 차이가 나고 있으며, 같은 서울특별시 내에서도 구와 동 단위로 내려가면 몇 배의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

셋째, 현재 받고 있는 임대료, 사용료 수입이 그나마 법인의 캐시 카우(Cash Cow)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부동산의 경우에는 가치상승이 더 중요하다. 노후화된 건물일수록 시설 개선에 투자해 수입과 가치를 상승시키든지, 지가상승을 감안해 소위 ‘갈아타는’ 전략이 필요하다.    

수도권 M대학교 법인은 부동산 포트폴리오 전환의 좋은 성공 모델이다. 경기도 일대에 산재돼 있던 토지를 매각한 후 서울 중심가의 부지를 매입해 건물을 신축했다. 매년 20억 원의 임대료 수입 중 모든 유지보수비와 금융비용을 제외한 8억 원을 대학으로 전출해오고 있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법인 수익사업 추진 시 중요한 것은 법인의 책무성을 다하기 위한 이사회의 의지와 과감한 결정, 내·외부 이해관계자에 대한 설득 그리고 실무진의 실행력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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