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찬 제이앤드컴퍼니(J&Company) 부대표

홍순찬 제이앤드컴퍼니(J&Company) 부대표
홍순찬 제이앤드컴퍼니(J&Company) 부대표

법인이 소유한 수익용기본재산(부동산)을 개발하는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첫 번째로 기존 부지에 인접부지를 추가해 규모를 확대하는 개발 형태가 있다. 중심 상업지역에 부지나 건물을 보유한 대학이 추진해 볼 수 있으며, 주상복합시설과 시니어레지던스를 개발해 자산가치를 높인 건국대의 스타시티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은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전환해 개발하는 것으로서 확보 기준을 초과한 교육용 기본재산을 보유한 대학들이 인가를 받아 추진할 수 있다. 고려대나 이화여대가 학교 운동장을 개발해 주차장과 스터디·소비복합공간으로 활용한 예가 있으며, 최근 교육부도 ‘사립대학(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을 통해 전환 개발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세 번째로 저수익성 유휴재산을 처분해 고수익성 재산으로 대체 개발하는 유형이 있다. 경기도 일대에 산재되어 있던 토지를 매각한 후 서울 강남구에 건물을 신축해 수입을 확대한 감리교신학대학이 좋은 사례다. 

다만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부지 선정과 수익성 제고 방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개발하려는 입지의 주변 인프라와 이용고객 니즈 등을 면밀하게 예측해 수익성과 실현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실버타운 분양사업을 추진하다 약속한 골프장을 짓지 못해 소송을 당한 사례나 무리한 민자사업을 통해 대학 정문에 대규모 상업시설을 지은 후 상가 분양이 저조해 수십 억 원의 빚을 떠안게 된 사례는 대학가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또한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유휴재산을 처분할 경우에는 현재의 수익률이 일정 수준 이하인 것을 선정하되 가급적 규모가 큰 부동산을 우선적으로 매각하는 것이 추진하기 용이하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대학의 역량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 토지로부터의 수익률은 1%가 채 되지 않는 현실에서 좀더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을 운영함으로써 재정수입의 증대와 동문들을 대상으로 한 기부 아이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임대업)을 제외하면 법인이 추진할 수 있는 수익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산업연구원에서는 40대 제조업과 20대 서비스업으로 산업을 분류해 산업통계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제조업은 대부분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요구되어 추진이 어렵다. 다만 일부 고위기술산업군의 경우 대학의 연구 역량을 활용해 기술사업화가 가능하며, 저위기술산업군 중 식음료(Food & Beverage) 사업의 경우 법인이 상대적으로 추진하기 용이한 제조업이라 할 수 있겠다. 연세유업(법인 비영리법인), 경희대 한방재료가공이나 경북과학대 식품공장(학교기업) 등은 대학의 R&D 역량을 활용해 신제품 개발, 품질 관리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사례다.

서비스업 중 교육사업은 법인이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다. 서강대의 서강교육그룹(SLP)은 가장 성공적인 학교법인으로서 전국 62개 학당을 운영하면서 출판·교재개발과 이러닝 사업까지 확대하고 있다. 그 외에도 도·소매업, 예술, 스포츠, 레저·여가, 숙박, 음식·프랜차이즈, 노인·아동·장애인 복지, 장례 등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고려해볼 수 있다. 수익사업의 후보군(Long-List) 중 외부환경을 고려한 사업성과 내부역량을 고려한 추진 용이성을 동시에 평가함으로써 가장 적합한 사업을 우선 순위화해 선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익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는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도 더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다. 사실 사업을 계획하는 데에 있어 기업들이 하는 방식을 따르는 것이 정석이다. 고객과 시장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Segmentation & Targeting), 그들에게 어떤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Value Proposition),  제품·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 제공할 것인가(Business Modeling), 필요한 역량은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투자비·운영비·수익구조는 어떻게 될 것인가(Financial Projection)에 대한 분석 과정이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전문적인 경영컨설팅사의 도움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필자가 제안한 신규사업들이 실제 실행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단순히 조직문화가 보수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선 일을 추진할 경험 있는 인력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대부분의 수익사업은 수년, 수십년간 내공을 갈고 닦아온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따라서 ‘이 일을 우리 중 누가 추진할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 없이 외부의 업계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

또한 성과를 낸 만큼의 보상체계가 없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아직도 ‘호봉제’ 또는 ‘무늬만 연봉제’를 택하는 대학들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괜히 일만 늘어나고 힘들어진다’는 인식이 생기는 순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적어도 수익사업을 추진하고 운영하는 구성원들에게 만큼은 목표 기반의 성과평가와 이를 기준으로 한 연봉제(Management by Objectives)를 적용하는 것이 좋다. 즉, 성과 달성도에 따라 연봉의 인상과 인센티브가 차등적으로 결정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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