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SKY대학에만? 거액 현금 기부하던 형태는 이젠 옛말
소액기부 실천 비롯해 승강기 설치, 천원의 아침밥 제공 등 ‘눈길’
동문들 기부로 캠퍼스 명소로 새 단장 등 색다른 모교 사랑 실천
기부자들 입모아 “기부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일”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등록금 동결과 코로나19로 대학 재정난이 가중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이색 기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주로 상위권 대학에 현금을 전달했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학내 시설을 교체하거나, 재학생들에게 졸업생이 천원의 아침밥 제공에 소액을 보태는 등 기부 문화가 변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 자투리 돈으로 후배들과 함께, 승강기 기증 등 이색 형태 ‘활발’ = 그동안 대학의 기부 형태는 거액의 현금을 이른바 ‘SKY대학’과 같은 일부 상위권 대학에 전달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이제는 낡은 시설을 교체하거나 재학생에게 천원의 아침밥 제공에 힘을 보태는 등 다양한 형태의 기부가 활발하다.
승강기 제작·시공 전문업체 ㈜금강엔지니어링의 박용진 대표이사는 지난 7월 가톨릭관동대에 5000만 원 상당의 승강기를 기증했다. 박 대표는 가톨릭관동대 창업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학교 수업을 들으러 요셉관을 자주 다닌다는 박 대표는 “마침 요셉관 승강기가 고장나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승강기를 기증하게 됐다”고 기증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가톨릭관동대 학생들과 교직원이 요셉관을 더욱 편리하게 이용하고 학생의 학업 정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물가 여파로 더욱 인기가 많아진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졸업생들이 힘을 보탠 사례도 있다. 전주대는 지난 6일부터 단돈 1000원으로 식사가 가능한 ‘천원의 아침밥’을 재학생에게 제공하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주대는 부족한 정부 재원으로는 폭넓은 혜택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한 끼 식사비 4500원 중 1000원은 농식품부가, 나머지 2500원은 학교와 선배들이 기부금을 통해 지원하면서 가능해졌다. 전주대에 따르면 선배 한 명이 한 달에 1만 원씩, 1년에 12만 원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릴레이 캠페인이 큰 보탬이 된다.
캠퍼스의 명소가 동문들의 뜻깊은 기부로 새롭게 단장한 대학도 있다. 건국대 교내 호수인 일감호를 조망하는 ‘청심대’에는 지난 7월 현대식 새 벤치 20여 개가 설치되고 노후됐던 바닥도 블랜딩블록으로 새로 포장됐다. 학교와 동기 사랑이 남달랐던 고(故) 박태희 동문(무역학과82)과 건국대 82학번 동기회의 각별한 뜻이 담겼다. 고(故) 박 동문은 지난해 6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유족을 통해 건대 82학번 동기회에 기부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 뜻을 전달받은 김자경 82학번 동기회장과 동기들은 의논 끝에 모교에 작은 기념사업을 하기로 했고 학교 대외협력처와 상의한 뒤 일감호 청심대의 노후된 의자를 교체하고 ‘82동기회(故 박태희)’ 명판을 부착하기로 했다. 서명석 건국대 82학번 동기회 사무국장은 “우리를 위해 쓰기보다는 청심대 시설 단장에 기부금을 쓰는 게 박 동문을 위한다는 뜻에서 더 의미가 있을 거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산업 발전을 위해 기부하는 사례도 있다. 한윤주 (사)전문직여성한국연맹 BPW광주클럽 회장은 지난달 조선대에 우주항공 발전기금 2000만 원을 기부했다. 조선대는 조성된 기금으로 우주 항공 분야 교육 및 실무형 인재를 육성하고, 핵심부품 국산화 및 국내 우주산업체와의 연계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윤주 회장은 “지역 대학으로는 유일하게 큐브 위성을 궤도에 올린 조선대에 기부한 기금이 우주항공 전문 인재 육성과 연구기술 개발을 통해 미래 우주산업 발전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학 교수나 동문이 아닌 조교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제주대 공과대학 조교협의회(회장 고경필)는 지난 13일 공과대학 학생 4명에게 총 16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제주대 공과대학 조교협의회는 조교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1989년 창립됐으며 회원들은 협의회 발전을 위해 매달 소정의 기금을 모아왔다. 조교협의회는 모인 금액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대학 구성원으로서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데 의견을 모아 2017년부터 매년 장학생을 선발해 올해까지 6년간 총 106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소액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하도록 하는 대학도 눈에 띈다. 한동대 발전기금 홈페이지에는 총 11가지의 기부 방식이 안내돼 있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5개가 월 1만 원의 소액 후원이다. 매월 1000원 이상 후원하는 재학생 대상 기부 캠페인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후원자와 장학생 간의 편지 교환도 진행한다.
■ 기부자들 “기부는 결국 나를 위한 일” = 기부자들이 이렇게 다양하고 색다른 기부 문화에 앞장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부자들은 입을 모아 기부가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한윤주 (사)전문직여성한국연맹 BPW광주클럽 회장은 “기부의 혜택은 결국 남이 아닌 나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기부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이 활성화돼 선진국이 된다면 혜택은 나에게 돌아가는 만큼 기부는 제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작은 돈이라도 십시일반 마음을 모은다면 우리나라가 우주산업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고경필 제주대 공과대학 조교협의회 회장도 “큰 금액이든 작은 금액이든 마음먹기가 중요하다”면서 “코로나19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받기도 하고 여러 방면에서 도움받을 경우도 있었다. 이런 점 때문에 작은 선행들이 이어지면 본인이 어려울 때 본인한테 돌아온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적은 금액이라도 시작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기부는 여유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용진 ㈜금강엔지니어링 대표이사는 “저도 망설인 적이 있다”면서도 “여유있는 사람이 기부하는 것보다는 팍팍한 삶을 살면서도 기부한 사람들이 사회에 더 많은 것 같다. 비록 형편은 어려워도 좋은 마음을 갖고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언제든 기부를 많이 하는 사회풍토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외주파트너사 금원기업의 김진홍 대표이사도 “기부를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도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옛날에 다들 힘들게 살았던 만큼 이웃을 돕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이사는 8년 연속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에 2억 4300만 원의 장학금을 기탁해왔다.
고(故) 박태희 건국대 동문의 유족 박명희 씨도 “‘사랑은 고여있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는 것’이라는 오빠의 유지에 따라 기부를 결심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